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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카게] 비밀 연애 :下

나는 왜 고통받는가?( 츠키시마 왈)



그러고 보니 눈에 띄잖아?



츠키시마는 그제서야 둘 사이에 흐르는 오묘한 분위기를 눈치챘다. 왜 모르고 있었을까. 츠키시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다. 하긴, 남자와 남자고, 한쪽이 엄청 여리여리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니까 사귈거라는 생각을 아예 못한 탓도 있었겠지. 츠키시마가 무심코 자꾸만 카게야마와 아카아시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자신을 깨달았다. 이제 보니 깨닫지 못했던 자신이 바보 같을 정도로 둘은 티를 내고 있었다.

드링크를 은근슬쩍 건내준다거나, 쉬는 시간에 동시에 사라진다거나. 게다가 아카아시는 카라스노에서 큰소리라도 나면 아닌 척하면서 시선이 카게야마에게 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 무릎 보호대. 아카아시상이랑 똑같잖아. 왜 아는 척 하지 않는지는 의문이지만. 츠키시마는 안경을 추켜 올리며 블로킹을 했다. 오늘따라 집중을 못하는 츠키시마를 향해 카게야마가 힐끗거리며 눈길을 보낸다. 평소 같으면 알아챌 눈빛이었으나, 정신이 나간 츠키시마는 알아채지 못했다.

오늘도 연습 경기는 지는 것으로 끝났다. 카라스노가 이긴 적은 드물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플라잉을 하며 끝내고 보쿠토상에게 끌려가던 그때. 츠키시마의 앞에 그림자가 졌다. 익숙한 머리였다. 쿠로오상?


"츳키이~"

"........?"


미간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킨 츠키시마가 입을 열었다. 왭니까. 쿠로오가 능글맞게 웃으며 츠키시마의 어깨에 손을 걸쳤다. 아니 뭐. 우리 츳키가 자꾸만 아카아시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뭔가 아카아시의 그녀에 대해 알고 있었나 싶었지? 츠키시마가 적나라하게 고민을 찝어내는 쿠로오의 말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저는 모릅니다만."

"뭐야? 뭐야? 츳키?!! 아카아시 여친에 대해 알고 있는거야?"

"...........오야?"


커다란 두 덩치가 츠키시마를 향해 고개를 갸웃한다. 츠키시마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천연 바보와 능구렁이를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니 그것보다 억울해졌다. 왜! 연애하는 건 제왕과 아카아시 상인데 고통 받는 건 왜 나인거지? 보쿠토에게 헤드록을 당하고 쿠로오가 츠키시마의 등을 팍팍 치던 그때 눈 앞에 구원자가 나타났다. 제 3 체육관의 열쇠를 든 채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아카아시였다.


"츠키시마에게 무슨 짓입니까. 둘 다."


당사자의 등장에 두 소년이 휘파람을 불며 애써 태연한 척을 한다. 츠키시마는 그제서야 트이는 숨통에 숨을 골랐다. 아카아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궁금하시면 저에게 물어보시지 그럽니까."

"..........오야?"

".......오야?"


생각보다 쿨한 아카아시의 반응에 당황한 고양이와 부엉이는 멍하니 아카아시를 바라본다. 아카아시가 츠키시마를 바라본다. 묘한 눈빛이었다. 카게야마와 사귀는 것을 비밀로 해주어서 그런가. 아니면 들킨 걸 알았기 때문일까. 애써 아카아시의 눈길을 피한 츠키시마가 체육관안으로 들어가 몸을 푼다.


"어떤 점이 좋았어?!!"

"착한 면이 좋았습니다."

"사진 있냐?"

"저만 볼겁니다."

""물어보라며!! 근데 왜 철벽인데!!!""


철벽치는 아카아시에 절망한 보쿠토와 쿠로오가 소리쳤다. 하지만 리에프와 히나타가 들어오자 평소처럼 3대 3 연습게임을 시작했다. 아마 눈치가 빠른 쿠로오상이 제왕과 아카아시 상이 사귄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카아시 상과 제왕이 사귀는 걸 숨기는 이유겠지. 아니면 소문에 못견뎌하는 제왕을 위해 아카아시 상이 배려한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여지간히 충격적인 사실이었는지라 츠키시마는 좀처럼 게임에 집중하지 못했다. 

연습게임이 끝나고 평소처럼 늘그막히 움직이는 츠키시마와 아카아시만 남은 체육관. 츠키시마는 평소처럼 숨을 고르다 현재 가장 껄끄러운 상대와 단 둘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츠키시마."


아카아시가 츠키시마를 부른다. 화들짝 놀란 츠키시마가 태연히 대답하려던 그때 아카아시가 입을 연다.


"너 본거구나."

"............"


변명할 거리도 없었다. 보쿠토상과 쿠로오상에게 잡혀 아카아시 여친이 누구냐고 추궁당하고 있었는데다가, 오늘 눈에 띄게 아카아시상과 카게야마를 피했다. 원래도 카게야마는 피해서 아무도 몰랐지만. 츠키시마가 배구공을 만지작거리다 대답했다.


"..네. 거짓말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같습니다만."

"...........말해주지 않으려고 노력한 건 고맙네."


아카아시가 츠키시마의 옆에 털썩 앉았다, 드링크를 마시는 아카사이의 모습에 츠키시마가 입을 꾸물거리다 묻는다.


"어디가 그렇게 좋은겁니까."

"........."

".....솔직히 제가 오늘 집중을 못할정도로 충격적인 조합이었습니다만."


말을 흐리는 츠키시마의 모습에 아카아시가 태연히 입을 연다.


"서투른게 귀여워서."

"......."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츠키시마의 표정이 웃긴지 아카아시가 웃음을 터트렸다. 제왕이 무슨. 엄청 게임할 땐 엄청 독선적이고.... 카게야마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으려던 츠키시마가 애인의 앞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아카아시는 태연히 대답했다.


"맞아. 토비오는 독선적이지."

"..........."

"독선적이지 않으면 상처받았으니까."


천재.

츠키시마는 아카아시의 말에 그제서야 카게야마가 짊어지고 있는 이름이 어떤 것인지 떠올렸다. 



*

*

*



"...아카아시상."


당황한 소년의 푸른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노란 머리. 츠키시마겠지. 카게야마를 품에 안은 아카아시가 태연히 카게야마의 머리에 얼굴을 묻었다. 샴푸 냄새가 났다. 베이비 파우더라니. 카게야마 같잖아. 갓 씻긴 고양이 같다. 츠키시마가 들었다면 기겁할 생각을 태연히 하던 아카아시가 다정하게 카게야마를 달랜다.


"괜찮아."

"하지만."

"카게야마."


토비오. 괜찮아.

아카아시가 제 이름을 부르자 허둥지둥하던 소년이 조용히 아카아시를 바라본다. 푸른 눈동자가 깜빡거리며 아카아시를 담는다. 츠키시마는 그렇게 모난 녀석이 아니다. 함께 체육관에서 연습하던 츠키시마를 떠올리던 아카아시가 다시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단단하지만 제법 마른 몸. 살좀 쩠으면 좋겠는데. 태연히 다른 생각을 하는 아카아시를 아는지 모르는지 카게야마는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작은 흠집하나에도 매섭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알기 때문이었다. 천재라는 위상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하면 물어뜯던 수많은 사람들. 결국 그렇게 공을 받지 않았던 동료들. 결국 그렇게 혼자 남은....


"토비오."

".........케이지상."

"엉뚱한 생각하지 말랬지."

"..............."


미간을 찌푸리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매만지던 아카아시가 다정히 속삭였다.


"생각보다 넌 사랑받고 있어."

"...............하지만...저는.."


천재잖아요.

카게야마가 조용히 대답한다. 병원에서 공허한 동공의 아이가 혼자 서러움을 참고 있던 그때. 그 소년이 유달리 눈에 밟혀 결국 그 소년을 달래주었던 그때. 제 달램에 결국 펑펑 울어버린 그때. 아카아시는 그때를 잊지 못했다. 천재라. 천재인게 무슨 상관일까.

이렇게 아파하는데. 괴로워하는데. 하고 싶은 것을 고통받아가며 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그래서 보듬어 안았다. 너는 사랑받는 아이라고. 상처받는게 무서워 날카롭게 쳐내는 아이를 어루어 달래고,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인식 시켜주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이의 곁에 서서 아이가 상처 받을때마다 안아주며, 아이에게 감정이라는 걸 가르쳐 주는 이유는 아마.

내가 널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토비오."

".....네."

"내가 말했잖아."


너는 사랑받고 있다고. 카게야마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동그란 이마에 입맞춘 아카아시가 속삭였다.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뜨다 아카아시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케이지상은.. 이상합니다. 타인의 따스한 애정을 처음 받아본 아이는 서툴게 제게 안겨왔다. 아카아시가 카게야마의 등을 토닥이며 덧붙였다. 토비오.


"괜찮아."


내 곁엔 내가 있을게. 언제나.

키득거리던 아카아시가 카게야마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며 속삭였다.



*

*

*



".....고마워."

".........."


전국을 위해 연습하던 어느날. 바닥에 누워있던 카게야마가 벽에 기대 숨을 고르던 츠키시마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바닥에 흩어진 검은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가 츠키시마를 향한다. 드링크를 마시던 츠키시마가 미묘한 표정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만."

".............알고 있잖아?"

".............."


눈치 없이 되묻는 카게야마를 향해 질린 표정을 짓던 츠키시마가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그래. 제왕은 돌려 말하는 거 모르지? 하아. 합숙 때, 제가 있을때마다 태연히 벌어지는 애정행각에 얼마나 고통받아야 했던가. 츠키시마는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그럼 우승이나 해. 제왕."


츠키시마의 대답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한다. 


당연한 거 아니야?

네놈이랑은 말을 하지 말아야지.

왜?

되묻지 마.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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