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카게 애의 오이카와 입장입니다. 고전물. 아카카게 버전을 읽고 오시는게 도움이 됩니다.ㅋㅋ 안읽어도 상관은 없지만ㅋㅋ 찌통물




*





'형님!!'


저를 유독 따랐다. 배다른 형제들만 가득한 황궁에서 그 자그마한 소년은 유독 저를 좋아했다. 토비오는 권력에도 관심이 없는 듯 했다. 오직.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으로 만족하곤 했다. 그래서 모난 구석이 없었다. 아니. 있었다면 황자로 태어난 것이 죄일까. 그저 일반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그토록 불행하진 않았을까.



"아우는 카게야마를 매우 아끼는 듯 해서 말이야."

"형님께서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보쿠토가 오이카와를 보며 능글 맞게 웃었다. 정해진 태자도, 그 어느것도 아무것도 없지만 확실시 되는 인물은 1황자 보쿠토와 2황자 오이카와였다. 둘 중에 하나는 황제가 되리라 이 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들의 세력이 가장 컸다. 신진 세력을 중심으로 한 그들은 각자 기존의 황제 가신들의 잔존 세력을 먹어치우며 커나가고 있었다.



"카게야마도 이제 혼인해야지."

"..........형님."

"내 측근인 아카아시는 어때?"



보쿠토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의 측근 중 하나였던 마츠카와가 보쿠토의 공세에 밀려 유배를 떠난 지금. 오이카와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걸로 충분한 것입니까?"

"........헤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거야?"



토오루.


보쿠토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무슨 헛소리를. 동생은 동생일 뿐. 제 패도의 길을 막을 자는 없다. 그때. 적어도 오이카와는 그리 생각했다.




*




".......카게야마."



올곧던 파란 눈이 무심하게 가라앉아 멍하니 낡은 감옥을 바라보고 있다. 일그러진 얼굴이. 언제나 웃어보이던 얼굴이. 심지어 혼인날마저 제 손을 놓으며 웃던 그 바보같던 아이가 슬픈 얼굴을 짓고 있었다. 저 아이가 제 처지를 알게 된게 언제적부터였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애써  잘보이려 노력을 시작하고,  미워하지 말라 울부짓게 된 게.


'이제...제가 필요 없어진건가요? 형님.'


노력할게요.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혼인하라 말을 한 날. 카게야마는 그리 울음을 토해냈다. 서럽게. 버림받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 버림이 맞는 걸지도. 토비오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도구가 되기 위해 발악했다. 사랑받을 수 없으니 도구로써라도 남아있고 싶어했다. 인형이라도 좋으니.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남고 싶다 그리 울부짓었다.



"..........형님."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리 말한거야. 제 물음에 카게야마가 희미하게 웃었다.



"아카아시상에게는 정인이 있었습니다."

"......."

"아름다우신 분이에요."



카게야마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피로 젖은 죄수복이 카게야마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나타내는데도. 늘 그랬던 것처럼. 어릴 적 카게야마와 오이카와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하루의 일을 얘기라도 하듯  카게야마가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오이카와는 그 모습에 가슴 한쪽이 무언가로 틀어막은 것처럼 답답했다. 왜? 카게야마가 제 죄악을 뒤집어써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오랜 친우였던 타국의 황자. 하나마키에게 부탁한 서신이 카게야마가 보낸 것이 된다면 그것보다 오히려 완벽한 것은 없다. 변방으로 밀려나도 괜찮다. 나중에 다시 힘을 키우면 된다.



"이 세상에는 제자리가 아닌게 너무나 많았습니다."

"............."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본다. 피투성이의 얼굴이다. 고문이라도 당한것 마냥 녹초가 된 얼굴로 카게야마가 조심스래 손을 뻗는다.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오이카와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이제..그만하세요."

"............토비오."

"그 길을 굳이 걸으시지 않아도, 형님은 행복하실꺼에요."



카게야마는 무덤덤하게 그리 말했다. 그럼 너는? 오이카와의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하. 오이카와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입김이 서린다 . 너는 그 길을 걸으면 행복하니? 오이카와는 그리 묻고 싶어졌다. 곱디 곱던 손이 모진 고문으로 거칠어가면서까지. 오이카와의 눈치를 살피던 카게야마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오이카와의 뺨에 차갑던 온기가 사라진다. 그리고. 카게야마가 머쓱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곱지 못한 손이라 죄송해요.


무언가에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다. 이내 이루어 말할수 없는 고통이 오이카와를 잠식했다.



"..........넌 왜."



이런 나를 소중히 여기는 거야? 오이카와가 감옥 앞에 주저 앉았다. 결혼 생활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아름답지 못했다는 걸 안다. 그 곳에서도 인형이 되어 살아갔다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바보같아."



눈 앞이 희뿌옇다. 흙바닥을 적시는 얼룩들이 눈에 들어온다. 울고 있는 걸까. 이건 눈물이 나는 거겠지? 카게야마가 바라는 게 뭐였을까. 한 번도 궁금해본 적도. 한 번도 알고 싶은 적도 없었다. 그저 제 꽁무니를 졸졸 쫓아오는 것이 마음에 들었을 뿐. 카게야마가 무엇을 원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혹여나 저처럼 패도의 길을 걷길 원할까 두려움은 있었다. 넘치는 재능의 카게야마가 두려워서. 하지만. 그 아이는. 카게야마는.



"손이 차세요. 얼른 들어가세요. 형님."



곱디 고운 손 위에, 차갑고 거칠어진 손을 올리며 단지. 그리 웃을 뿐.




*


*

*



'사랑받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어린 날의 카게야마가 제게 그리 물었었다. 오이카와는 그런 천진난만한 카게야마의 얼굴이 만족스러웠다. 제가 주는 이 삐뚤어짐도 사랑이라 받아들이는 카게야마의 미숙함이 더없이나 사랑스러웠다. 그래. 나를 빛내주렴. 그게 얼마나 치졸한 것이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술을 들이킨다. 목이 쓰다. 화려하게 장식된 황좌 위에 앉아있었지만 끔찍했다. 아. 토비오.



"폐하."

"........이와짱."

".....너."

"나 사실 몰랐었나봐."



'헤에?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야?'


제 형님의  말이 흐릿하게 울려퍼진다.  그리고 흐릿한 기억 속 카게야마가 사형대 위에 올라간다. 웃음을 지었다. 너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형님. 제자리는 어디일까요.  울지마세요.


'여기가 제자리에요.'


그런 말을 하지 마렴. 사랑스런 아우야. 황좌를 얻었다. 죽이지 않았다.  황좌를 얻은 방법은 제법 평화적이었다. 눈 앞에 다들 카게야마가 아른거려서 였을까. 하지만 무언가가 계속해서 부족했다. 왜. 여긴 제자리였다. 오이카와의 자리다. 여긴. 오이카와라는 제 자신의 자리. 황제. 그런데 미칠 듯이 공허했다. 공허하고 공허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왜 이리 텅 빈 것 같을까.


알고 있으면서.



'멋있어요! 형님!!'



그 목소리가 그리운게지? 오이카와. 오이카와가 흐릿해진 눈으로 황좌의 밑을 바라본다. 차갑디 차갑던 감옥의 바닥이 떠오른다. 그곳이 제자리인 것 같다 웃던 네 얼굴이 떠오른다. 아. 젠장. 그 곳에 왜 너의 자리야. 왜. 난 이제 안걸까. 오이카와가 괴로움에 울음을 토해냈다. 막상 얻은 황좌는 끔찍했다. 전혀. 사랑스럽지 않아.


'곱지 못한 손이라 죄송해요.'



미안하다. 미안해. 그 곱던 손을 그리 만들어버려 미안해.




*




'왜 이리 쉽게 양보하냐고?'


제 형은 그리 말했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네 얼굴이 조금은 즐거우니까? 영원히 고통스러워 하렴. 아우님. 보쿠토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카게야마를 사랑한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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