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상!..."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카게야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개같은 것들이네. 신칸센의 문을 닫은 오이카와가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질린 카게야마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문 밖에는 괴성이 난무하고, 피가 튄다. 투명한 유리창에 몸을 부딪히는 좀비들이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지옥같은 그곳에는. 분명 얼마 전까지 살아 얘기를 나누던 제 친구들이 있었다. 카게야마가 넘어진 다리를 애써 일으켜세웠다. 무섭다. 무섭지 않으면 거짓말이다. 몸을 가누지 못하던 카게야마를 일으켜 세운 오이카와가 다음 차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정부에서는 단순히 폭동이라고 했었다. 근데. 이게 어떻게 폭동이야.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내장이 움직이는 소리. 결국 참아왔던 구토가 올라왔다. 젠장. 오이카와가 피가 묻은 볼을 닦아내며 앞으로 향했다. 분명. 저 지옥 속엔 얼마전까지 얘기를 나누던 킨다이치가 있었다. 아..시발.



".....저기 킨다이치가..."


"알아. 나도."



오이카와가 유리창에 소화기를 뿌렸다. 좀비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잠잠하게 굴었다. 감염되면서, 신체능력이 감소된 모양인지는 몰라도. 오이카와가 주저 앉았다. 앞은. 저희를 버린 사람들이 막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지랄 맞은 것들. 오이카와가 싸늘해진 눈으로 열차칸 중간에 갇혀버린 제 처지를 깨달았다. 이와짱이 알기나 하려나. 좀비들을 피해 도망칠때, 휴대폰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이대로 죽는 걸까."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좀비들의 괴성과, 저희를 막은 생존자들의 칸. 대를 위한 희생일까. 아니면 그저 저희가 살아가기 위한 희생인걸까. 오이카와가 싸늘해진 얼굴로 생존자들의 칸을 바라보았다. 지랄한다. 오이카와가 문 옆에 들린 비상용 망치를 꺼내들었다. 성큼성큼 생존자들의 칸으로 다가간 오이카와가 망설임 없이 문을 내리쳤다. 시발 새끼들.


[쨍그랑!!]


그와 동시에 퍼지는 비명. 이와이즈미를 말리고 있는 어른들이 보였다. 까만 카게야마의 저지와, 하얀 오이카와의 져지에 묻은 피가 보이자 비명을 지르며 흩어지는 사람들. 시발, 기분 더럽네. 우리가 괴물이냐? 오이카와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랄 맞은 새끼들.



"즐겁냐고. 새끼들아."


"........."


"...시발. 니네만 살면 좋아? 지옥까지 따라가줘?"



오이카와가 좀비의 피가 묻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이 그 위압감에 입을 열지 못했다.



"쿠소카와!!!"



이와이즈미가 저를 억압하던 사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려 떨쳐냈다. 시발. 미친 놈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분명. 살아있는 걸 알고도 문을 닫은 이들이다. 그래. 제 목숨 하나가 더 중요할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분명.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는 정상이었단 말이다. 이와이즈미가 두 손을 꾹 움켜쥐었다.  그냥 죽이고 싶었던 거야? 개새끼들.



"....너네가 감염되지 않았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고!!!!"



남자 한명이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를 향해 소리쳤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이카와가 화가난 얼굴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말이라고. 오이카와가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쾅!!!]


기차의 문이 박살났다. 오이카와가 제대로 잠그지 못한 문이 좀비들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체 그 문으로 좀비들이 흘러내리듯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쿠니미는 뭔가 그 광경이 동떨어진 세계 같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오이카와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도망치는 길을 따라 움직였다.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를 잡아 끌었다. 혹시. 카게야마는 죽은 걸까. 쿠니미는 막연히 그리 생각했다. 사람들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래도 살기는 해야할 것 같아서 안전한 객실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망쳤다고 생각했을때. 그러니까. 아직 객실 밖에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문을 닫으려고 했을때. 쿠니미의 눈에 익숙한 까만 머리가 들어왔다. 카게야마?


[쾅!!!]


남자가 문을 닫았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 카게야마를 객실 안에 넣지 못한체. 당황한 카게야마가 멍하니 좀비들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카게야마? 쿠니미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니까. 너 왜 거기 있어? 카게야마가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쿠니미와 눈이 마주쳤다. 푸른 눈이 슬퍼보였다. 객실 안에 들어온 오이카와가 고함을 내질렀다. 토비오!!!!!!!!!! 문을 열려는 오이카와를 이와이즈미가 말렸다. 쿠니미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느꼈다. 오이카와가 울부짖었다. 


저와 눈이 마주친 카게야마가 웃었다. 그리고. 입을 움직였다. 아주 느리게.


'다행이다.'


분명, 그리 말하고 있었다.



*


*

*



'카게야마.'


'응?'


'조금은 융통성 있게 살아.'


너가 살 수 있을 때는 너가 살고, 남을 죽여도 돼. 제 말에 카게야마는 웃고는 했다. 그게 뭐야. 하지만 제가 그리 말하고도 잘 알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그래도 남들이 생각하는 그 보편적인 원칙을 지킬꺼라는 믿음. 그래. 맞아. 저는 보았다. 오이카와를 칸 안으로 밀어넣은 건, 카게야마란 것을. 제가 살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을 살리고 죽을 것이라는 그 보편적인 원칙을 지키는 바보같은 사람. 그래서 좋아했다. 그게 카게야마라서, 아니 토비오라서 사랑했다.



"........"



좀비가 되어서도 가만히 문에 손을 올리는 카게야마를 바라보던 쿠니미가 입술을 깨물었다. 살아남은 다수의 자들은 감염의 가능성을 빌미로 살아돌아온 소수의 사람들을 내쫓았다. 사실, 쿠니미 제가 보기엔 감염된 건 그들이었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가득찬 사람들. 마치 전염병이라도 되듯이 다들 미쳐간다. 살릴 수 있었잖아. 쿠니미가 좌석에 앉아 몸을 웅크렸다. 살 수 있었잖아. 시발. 조금만 문을 일찍 열어줬어도. 우리 다같이 살 수 있었잖아. 쿠니미는 이들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들은 좀비에 감염됬을지도 모른다며 오이카와를 쫓아냈다. 그게 더 지랄 같아. 이 칸에 살아남았던, 이와이즈미가 야하바와 함께 이 칸 너머로 발걸음 옮겼다.


안 나가?


이와이즈미상이 제게 물었다. 안 나가요. 제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짓던 이와이즈미상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저는 문 밖에서 가만히 카게야마를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더럽다. 살 수 있었다는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그들은 잡을 수 있었는데 놔버렸어. 


우리는 사랑을 했다. 아주 서툰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한다 말하는 것조차 두려운 사랑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운, 세간의 시선이 두려운. 절대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 쿠니미가 광기 어린 집단의 목소리를 듣다 몸을 웅크렸다. 우리는 살아남아야해. 여자의 목소리에 쿠니미가 코웃음을 쳤다. 그래? 쿠니미가 희미해진 파란 눈동자를 바라본다. 



"지랄하네."



이젠 살아있는 네가 희미했다. 너는 생기가 넘쳐야했다. 피가 묻은 네 얼굴이 어색했다. 하얗게 질려버린 얼굴이 이상했다. 배구하고 싶다고 해야지. 토스를 올려준다고 해야지. 언제나처럼 나를 사랑한다고 해야지. 쿠니미가 고개를 숙였다. 바보 같은게 잘못인가. 살 수 있는 사람은 살려주는게 잘못일까. 그래서 넌 그리 변한 걸까. 쿠니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두 발짝. 오이카와 일행이 떠난 칸 쪽의 문을 막느라 정신 없던 사람들은 쿠니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쿠니미는 차가운 손잡이를 잡았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도쿄가서 놀기로 했었다. 그 무성의한 녀석이 간신히 내뱉었던 한마디. 사실 우리 사이에 다정한 말이나, 그런 말들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둘 성격 탓에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살아있을때라도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싸늘하게 죽어서, 인간인지. 사람인지. 알 수도 없게 변해버린 네가 밉다. 


바보같은 자식. 쿠니미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토비오."



쿠니미가 이제는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카게야마를 보며 웃었다. 눈물 젖은 얼굴로 웃던 쿠니미가 손을 돌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비명이 울려퍼진다. 카게야마가 제 목을 물어뜯었다.



"어서와."



역시, 네가 없는 세계는 힘들 것 같아.




*




"이와짱."


"울지마라. 오이카와."



분명. 토비오짱이 날 살렸어. 오이카와가 주저 앉아 얼굴을 감싼다. 젠장.  오이카와에게는 저를 밀던 손길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듣던 이와이즈미가 아수라장이 된 객실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쿠니미가 보인 탓이었다. 객실 안은 비명이 난무했다.


그래. 그 녀석들 서로 좋아했었지. 미숙하지만. 과묵한 그 소년들이 하던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만했다. 이와이즈미의 옆에서 야하바가 눈물을 터트리는 오이카와를 달랬다. 이와이즈미가 문 앞에 서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뒤 카게야마에게 물려 좀비로 변해가는 쿠니미.


쿠니미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안 가요.'



그래. 이건 탓을 할 수도 없는 문제다. 문을 연 건 다수에 속했던 너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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