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글 털이.

*키워드: 청춘, 앞날, 성숙의 과정,국가대표,일상물





당신의 색으로 물든 나의 삶.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가 인생에서 없었다면,  지금의 카게야마는 그 위치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 요란한 응원소리와 관객들의 소리가 마치 가슴을 울릴 듯이 웅웅거린다. 코트 너머의 상대편의 움직임이 마치 수치화 되듯 카게야마에게로 박혔다. 까마득한 천장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높았고 제 손을 떠난 공이 히나타에게로 향한다. 세상이 멈춰버릴 듯한 정적. 제가 입은 붉은 유니폼이 흔들린다. 분명 얼마 전까지, 제 우상이던 오이카와가 입었던 그 번호. 히나타가 내려친 공은 상대편의 코트 안에 내리꽂혔다.


숨막히는 정적을 끝으로 카게야마가 열광했다. 카게야마가 소리를 지른다. 히나타에게로 달려가는 팀원들. 카게야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무언가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만 같아서 카게야마는 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금메달이에요!! 금메달!! 열광하는 리포터의 목소리도, 저희에게 뛰쳐나오는 감독의 목소리도 아련하게 변해간다. 카게야마가 주저 앉았다. 그런데, 자꾸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카게야마는 울고 싶어졌다. 분명 벅차오를만큼 기쁜데, 슬프기도 해서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이 벅찬 곳에.


누군가와 함께 서 있으면 했다. 


그게 누군지 안다. 열광하는 사람들. 환호하는 우리팀. 카게야마가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히나타가 웃으며 카게야마의 팔목을 잡아끌었다. 이 경기장을 타고 넘쳐흐를 것 같은 그 벅참이 자꾸만 누군가를 그려낸다.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그 형형색깔의 아름다움으로. 제가 평생을 쫓아갔던 그를 그려낸다.


'토비오짱. 나 은퇴해.'


나 은퇴하고 나면, 네가 금메달은 한 번 따줘. 오이카와가 웃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은메달을 깨물며 카게야마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흩어트렸다. 카게야마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못하고 엉엉 울며 시상대로 향했다. 자꾸만, 이 모든 것이 당신을 만들어낸다. 




*


*

*



"잘 모르겠어요."


"........"


"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뭐에요?"



카게야마가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오이카와가 알 수 없는 얼굴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슬퍼보였다. 카게야마는 젊은 날은 오직, 오이카와를 쫓아가는게 다인 나날이었으니까. 오이카와가 손에 들린 배구공을 만지작거리다 웃었다.



"동경이라고 하면 받아주지. 토비오짱."


"왜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면 내가 너한테 질투한 지난날이 아까워서?"



오이카와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배구공을 높게 던져올리고 받길 반복하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심장소리도 들릴만큼 가까운 거리. 그 거리를 두고 둘의 얼굴이 마주했다. 그리고 그 텅빈 기차역에는 단 둘 뿐이다. 해가 어슴푸래 떠오르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른 카게야마를 바라보고 웃었다. 부끄러워?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말을 이어나가던 오이카와가 물끄러미 카게야마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카게야마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입술에 입맞췄다.


감촉은 부드러웠다. 마치 여린 하늘색같기도 하다. 아니면 붉은 분홍같기도 한, 혹은 연두색 같은 감정들이 카게야마를 뒤덮었다.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해가 떠오른다. 하늘이 이내 파란 빛으로 물들어간다. 



"토비오. 여전히 바보네."


"............."


"내가 고민한 걸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만큼 바보같아. 너."



그리 말하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이마에게 작게 키스를 하곤 짐을 챙겨들었다. 요란한 기차 소리가 들린다. 철로 위 부는 바람에 카게야마의 머리가 흔들린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기차의 문이 열린다. 카게야마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이카와상. 제가 그의 이름을 작게 불렀다. 오이카와가 대답했다. 왜?- 그럼 오이카와상도 저를 좋아하시는 겁니까?- 제 물음에 웃음을 터트리던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고민해봐."



나는 아직 내 뒤를 쫓아오는 토비오짱이 마음에 드니까. 





*





"성격 나뻐. 너."


"에엑! 아닌데요. 이 오이카와상 성격이 얼마나 좋은데."


"흐응...그 카라스노 세터. 너 따라온다고 엄청 노력한다던데."



쿠로오가 파르페를 쭉 빨아들이며 오이카와에게 입을 열었다. 그 질문에 생각하던 오이카와가 턱을 괴곤 라떼를 마셨다. 다음 수업, 체육과학인가? 말 돌리지 말고. 최강세터 오이카와상? 쿠로오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오이카와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라떼의 유우는 이미 커피와 섞여버린지 오래다. 차가운 얼음들이 제 휘젖는 움직임에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뭐 그 녀석이랑 나는 어쩔 수 없어."


"뭔 개소리야."


"음...뭐라 해야하지?"



7년간 쌓아온 애증? 오이카와가 검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며 말하자 쿠로오가 공책을 오이카와에게 던졌다. 에라이 썩을 놈. 유스도 나간다며. 그 녀석. 쿠로오의 말에 오이카와가 웃었다. 다 이 오이카와상 따라온다고 그렇게 된거에요. 쿠로오가 얼굴을 굳히고 이번엔 파르페를 던질 준비를 했다.



"농담이고."


".........."



아마 섞여버린 물감같은거지. 


이미 제게 있어 그 녀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있어 저도 그럴테다. 쿠로오가 파르페의 쿠키를 씹어먹으며 뚱하게 물었다. 니네 사귀냐?  그럴지도. 오이카와가 대답했다. 쿠로오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다 비명을 질렀다. 



"여기 변태가 있어요!!!!"


"에엑!! 야 너 뭐라고 하는거야?!!!!"


"아청법 위반!!!"



쿠로오가 오이카와에게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쿠로오의 메세지를 받고 오던 보쿠토가 소리쳤다. 오이카와 범죄자야?!! 미쳤냐 니네!?!! 오이카와가 억울함에 괴성을 토해냈다. 보통 남자라는게 이상한거 아냐? 쿠로오와 보쿠토가 정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가 미성년자랑 사귄다는 사실이 더 변태같아. 오이카와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


*

*




'성격 나쁜거 아시죠? 오이카와상.'


'알아. 아니까 나랑 사겨.'


성격이 나쁘다며 웅얼거리는 제 입에 연신 입맞추며 그는 저를 달랬다. 철 없을 때 내가 눈치 없는 너 때문에 고생한 것도 알아주지? 그는 그리 속삭이며 저를 끌어안았다. 


카게야마가 입술을 깨물며 걸음을 옮겼다. 목에 걸린 메달에 눈물이 터질 것만 같다. 그저 복도를 걸을 뿐인데도 그 모든 것이 당신으로 가득차서. 그의 목소리가 환영처럼 울려퍼진다. 서브는 이렇게 하는 거야. 제 손목을 밀며 가르쳐주는 그가 떠올랐다. 대학교때 사귀기 시작하며 당신에게 받았던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냐고 묻는다면 무어라 해야할까.  제 청춘의 반은, 아니 전부는 당신과 함께 했으니까. 복도 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토비오짱."


"............"


"못생긴 토비오쨩 이리오기나 하셔."



오이카와가 손을 뻗으며 웃고 있었다. 손에는 꽃다발을 든체. 그가 서 있었다. 제 청춘을 함께하고, 슬퍼하고, 같이 즐거워하던 당신이. 눈물이 났다. 울지마. 왜 울어. 제게 다가온 그가 저를 품에 안고 부둥거렸다. 그의 품 안에 안기자 참아왔던 눈물이 서럽게 터졌다. 오이카와상. 오이카와상.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래. 왜. 토비오짱.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부름에 답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너무나 서러웠다. 분명 좋은 날인거 알고 있어. 너무나도 기쁜데 눈물이 나왔다. 당신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도 그저 눈물만 나왔다.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좋은 날인데 왜 울어."



안 올 줄 알았는데. 그저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을 보자니 또 물밀듯이 감정이 휘몰아친다. 왜인걸까. 모르겠어. 그냥. 잘은 모르지만 카게야마는 대충 알고 있었다. 금메달을 따고 프로리그에서 우승한 이십대의 중반.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는 걸. 그런데도, 자꾸 당신이 떠올랐다. 제 청춘의 색깔들 중, 가장 아름다웠던 색.  오이카와의 앞에서 한참을 울던 카게야마가 제 목에 걸린 금메달을 천천히 빼냈다. 오이카와가 의문스럽게 물었다.



"토비오짱?"



카게야마는 그저 웃기만했다. 그리고 수 십번이고 공을 만졌을 손으로. 수 천번이고 동경했을 마음으로, 오이카와의 목에 메달을 건다. 당황한 오이카와의 얼굴에 카게야마가 환하게 웃었다. 아직도 울음이 나와 말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카게야마가 숨을 삼켰다. 당신은 더없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가 금메달을 만지작거리다 제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나를, 사랑해줘서.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을 가르켜줘서.


내 청춘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줘서.


카게야마의 말이 복도를 울려퍼진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같았다. 오이카와가 당돌한 후배의 고백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어쩌면 저는 저 푸른 눈동자에 홀렸는지도 몰랐다.  오이카와가 꼬리를 휘며 환하게 웃었다. 바보같은 토비오쨩. 오이카와가 고백에 대답했다.



"나도 그래."



오이카와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않고 카게야마의 입술에 입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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