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는 애니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다만, 편지는 카게야마에게만 옵니다! 그래서 딱히 그 애니와 스토리상으로 전혀 상관 없습니다.

*카게야마가 인연 정리하는 글.

*커플링 요소는 그렇게 심하지 않음.

*시리즈글/생각날때마다 올라옴. 필력 상승용

*키워드: 힐링, 새드,오이카게,사망소재

*메인루트 맞춰보시라우.

*스포가 있을 수 있음!




'당신처럼 되고 싶었으니까요.'






히나타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면 오이카와상에게 질문하라고 했었지. 편지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는데. 카게야마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괜찮다고 하시긴했지만 정말 오려나. 카게야마가 미심쩍은 듯 휴대폰을 자꾸만 확인했다. 대상이 오이카와상이니 말이지. 카게야마가 스무디를 빨아들였다. 날이 좋았다. 여름이구나. 좀 있으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겠지. 그럼 다시 봄. 


제가 죽게 될 봄. 카게야마가 덤덤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 하늘 예쁘다.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건.



"헤에~ 토비오쨩이 무슨 일로 이 오이카와상을 불렀나~?"



카게야마가 제 어깨를 확 잡아채는 손길에 놀라 켁켁거렸다. 근엄한 표정의 오이카와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남자한테도 인기있다니~ 이 오이카와상의 인기란! 하지만 오이카와상은 시간이 없으니까 일찍 가야해! 오이카와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짓말! 얼마 전에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며! 오이카와의 옆에서 까무잡잡한 아이가 투덜거렸다. 오이카와가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타케루! 그건 안 말해도 되거든?!"


"토오루가 파르페 사준다고 해서 왔으니까 빨리 사주기나 해! 멍청한 토오루!"


"멍청한 토오루라니! 삼촌이라고 부르란 말이야!"


"안녕. 형."



타케루! 오이카와를 무시하고 제게 손을 흔드는 타케루에게 어떨결에 인사한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이카와가 투덜거리며 계산대에서 스무디와 파르페를 시켰다. 카게야마가 당황한듯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상! 제가 사드리려 했는데! 오이카와가 손으로 카게야마를 막아서며 멋진척 입을 열었다.



"선배가 후배한테 얻어먹는 거 이상하잖아~ 토비오쨩?"



썩어들어갈 것 같은 표정의 타케루가 투덜거렸다.



"토오루! 한두번 그런 것도 아니면서!"


"타케루! 타케루는 자꾸 시비 걸지마!"



카게야마가 싸우는 오이카와들을 바라보다 슬쩍 웃었다. 뭐 어차피 오이카와상이 조카와 함께 있다고 미리 언질을 했으니, 카게야마가 싸우는 오이카와들을 바라보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조금있으면 연습시간이 가까워져온다. 저기 오이카와상. 카게야마의 부름에 타케루와 오이카와가 한꺼번에 고개를 획 돌렸다.



"그래, 맞다. 토비오쨩은 무슨 일이 있어서 날 불렀는데?"


"저."



카게야마가 화난 히나타의 얼굴을 생각하다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히나타랑 싸웠습니다. 오이카와가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타케루는 그런 오이카와가 한심하다는 표정이었다. 카게야마가 웃는 오이카와를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토비오쨩은 친구랑 싸운걸로 나한테 상담하려 하는거야?!! 푸하하하!!"


"그런게 아닙니다!!"



카게야마가 테이블을 크게 내리치며 일어났다. 시끄러운 소리에 사람들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카게야마가 어버버거리며 자리에 앉자 오이카와가 그 모습이 웃긴 듯이 더 깔깔 웃었다. 한참을 웃고 나서야 진정한 오이카와가 기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왜 우리 토비오쨩은 치비쨩과 싸웠을까?"


"....히나타가 자기 의지로 싸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헤에. 그렇게 되면 치비짱 대단하겠는걸?"



오이카와가 턱을 괜체 스무디를 빨아마셨다. 카게야마의 표정은 제법 심각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꽤나 웃겨서 오이카와는 시시각각 변하는 카게야마의 표정을 구경했다. 입안에 가득차는 자몽 스무디가 달았다.이 웃기는 광경을 보면서 먹기에 딱인 걸. 



"하지만, 히나타에게는 아직 그럴만한 기술이...."


"음~ 치비쨩이 네 맘대로 스파이크를 쳤으면 좋겠다? 그거 독재잖아?"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말에 눈을 크게떴다. 그러니까. 덤덤하게 카게야마의 트라우마를 콕 찝는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히나타의 의견을 존중해 줄 것. 공격에서 중요한 건 스파이커의 의지이고, 그 판단을 믿어 줄 사람은 오로지 세터 뿐이니까.]


낡아버린 편지의 기억을 더듬던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에게 입을 열었다. 공격에서 중요한 건 스파이커의 의지. 내가 아무리 히나타를 잘 알아도, 히나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여서인걸까. 



"미숙한 히나타의 기술을 보완하면서 제가 토스를 쳐줘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히나타에게 여지를 주어야하는겁니까? 하지만 속공인데 그 여지를 어떻게 주죠?"


"......흠."



전혀 예상치 못한 카게야마의 말에 오이카와가 입맛을 다셨다. 또랑또랑한 눈동자의 카게야마가 속사포처럼 질문을 토해냈다. 흠. 이해 못할꺼라고 생각했는데. 당황한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오이카와의 눈빛은 의문스러운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이해하지 못한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 제가 잘못 이해했습니까?"


"아니. 그건 아냐. 그냥 생각보다 토비오쨩 많이 컸구나 싶어서 말이지."



중3의 미숙했던 저보다는 훨씬 더. 오이카와가 입꼬리를 올렸다. 빌어먹게 귀여운 후배님이지만 뭔가 이렇게 자라는게 눈에 보이니까 뿌듯한데? 오이카와가 알 수 없는 흡족감에 웃자 타케루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말에 눈을 크게 뜨다, 웃었다. 인정 받은건가나. 그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은 정말 내 우상이었다. 내 우상이었고 내게 하늘같던 사람. 카게야마는 애써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꺼냈다.


입안에서 뱉어지는 말이 참으로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무거웠다.



"오이카와상처럼 되고 싶었으니까요."



[◎오이카와상에게 속에 담겨있는 말을 할 것. 오이카와상도 은근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


*

*




제 손을 떠난 배구공을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허탈하게 웃었다. 젠장. 코트 건너편의 카게야마의 표정은 꽤나 복잡해보였다. 그래. 저 녀석이 달라졌다고 느낀게 언제부터였더라. 그때부터였던가. 담담한 표정으로 저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오이카와가 손을 움켜쥐었다. 수없이 배구공을 만졌던 손이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혹시 나, 시기했었나? 아니면 질투했었나. 


날 꿈꾸던 아이를.


하지만 이제는 아냐. 숨막히던 정적이 사라진다. 환호하는 사람들과 절규하는 사람들. 그 곳에 너와 나. 오이카와의 눈과 카게야마의 눈이 마주친다. 빌어먹을 후배가 꽃을 피우는구나. 오이카와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 너를 피울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구나. 우리가 해줄 수 없었던 네 아름다운 꽃을. 후회하진 않았다. 언젠가 이럴 것이라 생각했었을 뿐. 휘슬이 불린다.


카라스노 승. 


심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졌으니까. 우리의 결과는 이것이다. 상대편과 악수를 나누는 부원들. 끝나버린 시합.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새로운 전파를 타겠지. 떠오르는 신생 카라스노. 뉴스의 기사를 추측하던 오이카와가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그리고 버스를 타러 몸을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



"토비오."


".........오이카와상."



나를 기다렸어? 토비오. 제 물음에 카게야마가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체육관 복도에 서 있는 카게야마의 표정은 슬퍼보여서 오이카와가 실없이 웃었다. 왜. 네가 울어. 네가 우니. 알 수가 없었다. 이긴건 너희 쪽인데도 왜 우는 건. 너인지. 혹시 우리가 이긴건가. 오이카와가 잠시 생각했다. 웃기잖아. 이거. 상념에 빠진 오이카와를 깨우기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다.



"오이카와상은 제 꿈이었습니다."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가 지나치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카게야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서럽게 일그러진게 웃겼다. 헤에. 이거 토비오쨩. 사랑고백이야? 그 말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저었다. 단호하네. 카게야마의 행동에 오이카와가 실없이 웃었다. 하지만 아랑곳 않고 카게야마는 울음기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왜 네가 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치도 없는 바보 같은 네가 이겼는데 좋은 날에 울기는 왜 우는지. 오이카와가 턱하니 카게야마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머리칼을 헤집었다. 


울지마. 토비오쨩.


이제 네가 피어날 봄인데.



"이제 피어나기나 해. 빌어먹을 후배."


"............?"


"토비오쨩. 울지 좀 말라니까."



덩치도 큰게 울면 징그럽다고. 제 져지 소매를 당겨 카게야마의 눈물을 닦아주던 오이카와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봄이잖아. 애써 웃는 오이카와의 표정이 카게야마의 눈에 들어왔다.  빌어먹게 귀여운 우리 후배는 대학교가서 망가트려도 괜찮으니까 뭐. 아직 1:1일 뿐이이라고? 울지마. 다 큰게. 왜 또 우냐고!!! 으악 진짜!!! 카게야마가 자기의 눈물 콧물로 젖어버린 져지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던 오이카와에게 입을 열었다



"아직도 오이카와상은 제 꿈입니다!"



오이카와가 당황한 듯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곤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무슨소리야. 울지마. 못생겼다고, 토비오쨩. 아직은 어린 네가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아무말 없이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단단한 품에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뜨다 오이카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온기가 너무나도 서럽다. 아. 오이카와상은 네 우상이야. 언제나.


그러니까. 


나중에 우리 같이 배구해요.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할 것]


당신은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내 꿈이니까.



*


*

*




봄이 왔다. 


네가 피어날 것이라 굳게 믿었던 그 봄이 왔다. 하지만 그 세상에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제 뒤를 쫓을 것 같았던 그 후배의 모습은 어느새 희미해져서. 오이카와가 아무 말 없이 손에 들린 꽃다발을 무덤 위에 올려두었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 지저귀는 새의 소리. 벚꽃잎이 아름답게 피어나던 날, 세상이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찼던 어느 날.


그날 카게야마는 떠났다.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구두 위로 얼룩이 생겨났다. 나 울고 있는 거겠지. 오이카와가 주저 앉으며 울음을 토해냈다. 묘비에 새겨진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이 빌어먹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왜 이러고 있냐고. 네가 죽은지 1년이 넘었지만 나는 아직도 토비오, 네가 내 뒤를 따라오는 꿈을 꾼다. 왜 하필 모든 것이 피어나는 봄에 세상을 떠났니. 왜. 봄이 되어 예쁘게 피어날 줄 알았더니, 아름답게 피어나는 세상을 축복이라도 하듯, 왜 죽어갔니. 왜 말라갔어. 서러움에 젖어버린 얼굴로 오이카와가 희미하게 웃었다. 



'아직도 오이카와상은 제 꿈입니다.'



그런 말 하지 말란 말이야. 빌어먹을 토비오.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네가 내 눈 앞에 서 있는 것 같아서 오이카와는 왈칵 올라오는 감정을 주제할 수 없었다.  몸을 웅크렸다. 왜 슬픈 걸까. 혹시. 내가 너를 좋아하기라도 한걸까. 아무렴 어때. 하지만 네가 없구나. 봄이 되어 피어날 줄 알았던 너는 없구나. 



'오이카와상처럼 되고 싶었어요.'



기억 속의 토비오가 웃고 있었다. 잊어버릴 것 같은, 금방이라도 희미해질 것 같았던 그 열여덟의 봄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눈물 젖은 얼굴의 오이카와가 눈을 감았다. 무덤 위에 올려진 하얀색 꽃잎이 바람에 흩어진다.


봄이 왔는데. 왜. 예쁘게 피어난 너는 없는 거니. 



오늘은 네가 떠난 찬란하게 아름다운 열여덟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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