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는 애니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다만, 편지는 카게야마에게만 옵니다! 그래서 딱히 그 애니와 스토리상으로 전혀 상관 없습니다.

*카게야마가 인연 정리하는 글.

*커플링 요소는 그렇게 심하지 않음.

*시리즈글/생각날때마다 올라옴. 필력 상승용

*키워드: 힐링, 새드,카키쿠트리오(쿠니카게 위주), 사망소재

*스포가 있을 수 있음!








그때, 우리는 너무나도 어렸으니까.




그날, 카게야마는 화난 것 같은 표정이 아니라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섣불렀던 어린날이라기에도,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어린날이라도, 사실 쿠니미 스스로가 잘한 것은 없던 것 같았다. 분명 그 사건은 마냥 독단적이여서 생긴 문제는 아니였으니까. 카게야마는 증명해야했고, 우리는 따를 수 없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였을지도 몰랐다. 시합에서 져버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쿠니미가 눈을 게슴츠래 떴다. 제 입으로 킨다이치에게 그건 지나간 과거일 뿐이라 말했지만 그게 한순간에 벗겨질만한 기억도 아니고. 편의점에 들어가 소금 카라멜을 쥐어들던 쿠니미의 손 밑에 누군가의 손이 있었다. 뭐야. 제 소금 카라멜을 집어가는 사람은. 쿠니미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옆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



"....?"


"...........카게야마?"


"아..안녕. 쿠니미."



쿠니미가 미간을 찡그리고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왠 소금 카라멜. 그나저나 카게야마 집 여기였나. 쿠니미가 조용히 카게야마를 관찰했다. 카게야마는 당황해하며 주섬주섬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구운 옥수수인 것 같았는데. 쿠니미가 고개를 갸웃하자 카게야마가 후다닥 계산대 앞으로 가져가버렸다. 소금카라멜을 든체. 쿠니미가 의아하게 카게야마를 바라보자, 카게야마는 황급히 계산을 하고 비닐봉지 안에 넣어버렸다. 뭐야. 


쿠니미가 느긋하게 소금카라멜을 집어들자 갑작스럽게 카게야마가 소리쳤다.



"사지마!!!!!!!!!"



편의점이 떠나가라 크게 외치는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쿠니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편의점 밖으로  저를 끌어낸 카게야마가 서둘러 봉지에 담은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무언가를 건냈다. 건낸건 소금 카라멜 한 박스. 붉어진 카게야마의 볼이 웃겨서 쿠니미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하나 주려고 그렇게 크게 소리질렀냐."


".....아.아.아닌데!!"


"카라스노 사람들한테는 가끔 사주나봐."



쿠니미가 씁쓸하게 웃으며 카게야마가 건낸 카라멜을 까 입안에 집어넣었다. 제 말에 미묘한 표정이 된 카게야마가 저를 올려다보았다. 왜? 카게야마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런 적은 없어. 그럴 거지만.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투덜거리는 꼴이 그때의 카게야마와 별다른 것은 없어보여 쿠니미는 기분이 미묘했다.



"그럼, 이건 왜 주는건데."


"주려고 왔으니까."



나는 쿠니미 너가 소금카라멜 자주 먹는게 기억나서. 쿠니미가 입에 녹아들던 소금 카라멜을 핥아먹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무슨 소리야. 쿠니미가 미간을 살짝 찡그린체 묻자 카게야마가 흐릿하게 웃었다. 네 웃음은 카라스노에 있을 때 처음 봤다. 그러니까 그 웃음에 대상이 쿠니미 제가 된 것은 오랜만인지라 쿠니미가 당황하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당황했다기 보다는 어색하게 되어버린 걸까. 



"무슨 이유로"


"..............아.."



카게야마가 미안한 듯 멋쩍게 웃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교복 차림이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뛰어온 듯한 카게야마의 모습에 쿠니미가 손에 쥔 카라멜을 바라보았다. 이걸 주러 왔다고? 낡은 골목. 어슴푸래 저가는 햇살. 나뭇잎이 흔들렸다. 쿠니미가 무심히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전국. 축하해."


"........."



그말에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뜨다 고개를 숙이고 작게 웃었다. 그래. 가슴 한쪽이 간질 간질한걸. 카게야마가 조심스래 손을 제 가슴께 위에 올리다가 눈을 감았다. 쿠니미.



"정말 고마웠어."


"........."



[◎킨다이치와 쿠니미에게 고맙다고 해줘]



"...잘은 모르겠지만."



카게야마가 웃었다. 비닐봉지 안에 담긴 옥수수가, 카게야마의 서투른 마음 같았다. 쿠니미가 걸음을 옮기려다 카게야마의 말에 쓰게 웃었다. 사과를 바라고 있었나 봐. 나. 쿠니미가 예상치 못한 카게야마의 말에 눈을 감았다. 무언가 왈칵하고 올라올 것 만 같아서 쿠니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랬다, 그때 우린 어렸다.

 


"그때, 나와 함께해줘서 고마워."



그런 너를 버티지 못하고, 버린 건 우리인데도, 왜 너는 고맙다고 하는걸까.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난건 아니였잖아.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이어진 관계도 무너져버렸는데 왜 고맙다고 하는걸까. 그때의 너는 성공해야했다. 1학년부터 주전이었고, 선배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가장 높은 점수, 가장 우수해야했다. 우리는 너를 구해줄 수 없었고, 너는 화를 낼 수 밖에 없었겠지. 우린 방관자였으니.


너를 따라가던가, 너를 달래주어야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너는 대단했었다. 그래서 따라갈 수 없었다. 너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건 네가 천재라도 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너를 따라갈 수 없는 내가 미웠는지도.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네가 다가는게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중3. 그날. 우린 너에게 맞추기를 거부했다. 아니 정확히기는 너를 따라 노력하기를 멈추었다.


그래. 선을 그은 건 우리야.


너는 우리와 다르다고 선을 그은 건 우리인데, 왜 네가 사과를 하는 걸까.



"............."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미안해. 카게야마가 웃었다. 돌아올 수 없는 과거처럼. 제게 환히 웃어보였다. 그모습에 쿠니미가 멍하니 잠시 고개를 숙이다 들었다. 그냥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조금 그때, 서로 상냥해 졌었다면 이만큼. 돌아오지 않아도 되었을까. 쿠니미가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제 입에서 낮게 나오는 말이 낯설었다. 이렇게나 쉽게 나올 말을.


우리는 그렇게 빙글 빙글 돌아왔구나.


바보같은 너에게 상냥하게 굴어주었다면, 우린 이렇게까지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붉어진 볼의 카게야마가 애써 무심히 제게 되물었다.



근데 쿠니미, 킨다이치 군옥수수 좋아하는거 맞아?


...그런데?


미안한데. 킨다이치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까.


설마 모르는데 그냥 온거야?


..........


하.카게야마.


...미안.





*





그때 잘 전달해줬나보네.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무덤앞에서 훌쩍이고 있는 킨다이치를 보며 생각했다. 쿠니미가 손에 든 꽃다발을 쥐고 무덤덤하게 그에게 걸어갔다.




"안 온다더니. 킨다이치."


"........"



제말에 화들짝 놀란 킨다이치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숙였다. 하얀 국화꽃을 든 쿠니미가 무심하게 킨다이치를 바라보다 하얀 국화를 묘비 위에 올려놓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산 너머로 뉘엿뉘엿 해가 저간다. 반사된 햇빛이 찬란하게 하늘에 흩뿌려진다. 노랑도, 빨강도, 하늘도 아닌. 알 수 없는 색.  어쩔 수 없이 늘그막하게 왔더니 이미 무덤에는 하얀 꽃들이 가득했다. 쿠니미가 털썩 주저앉았다. 킨다이치의 눈은 하늘로 향해있었다. 턱을 괜체 뚱하니 킨다이치를 바라보던 쿠니미가 웃었다. 덩치만 커서는. 


애써 우는 건 모른 척 해주자. 씁쓸하게 웃던 쿠니미가 눈을 감았다.



"오늘, 카게야마 기일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



물기젖은 목소리의 킨다이치를 흘낏 바라보다 쿠니미가 대답했다. 벌써 많은 누군가가 다녀간 것 같은 카게야마의 무덤에는 하얀 꽃들이 가득했다. 마치 네가 피어나길 원했던 것처럼. 오늘은 네가 떠나간 봄이고, 누군가가 피어날 봄이기도 했다. 쿠니미가 고개를 들었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렸다. 바보같은 녀석. 못될꺼면, 끝까지 못될 것이지. 쿠니미가 떨어진 꽃잎을 카게야마의 무덤 위에 흩뿌렸다. 



"......죽음을 알고 있었던 걸까."


"글쎄....."



킨다이치의 물음에 꽃잎을 흩뿌리던 쿠니미가 대답했다. 킨다이치가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은 킨다이치의 모습에 쿠니미가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



"걔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


"자기만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쿠니미가 나즈막하게 내뱉었다. 바보같은 녀석이니까. 햇빛처럼 흩어지는 쿠니미의 말이 날카롭게 킨다이치의 가슴에 박혔다. 그래.바보같았으니까. 그 녀석. 킨다이치가 고개를 숙였다. 땅바닥에 그려지는 둥근 눈물 자욱에 쿠니미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자칫하면 자신도 울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려서. 쿠니미가 쓰게 웃었다. 그저. 우린 어렸을 뿐이야. 우리는 그때, 너무나도 어렸다. 그래서 몰랐어. 우리가 그만큼 가까웠다는 걸.


서로 조금만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있었던 거리에 있음에도.



"바보같네."


"그러게."



쿠니미가 웃었다. 킨다이치도 웃었다. 왜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서야, 알게되는 걸까. 조금은 일찍 알게 해줄 수 없는 걸까. 왜. 우리가 그렇게 가까웠음에도 그때는 왜 몰랐던 걸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날이었는데. 우리는 너무나도 어렸던 걸까. 아니면. 


그저. 네가 없는 세상에 사죄를 빌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부서지는 햇빛사이로 어린 카게야마가 서있었다. 


우리가 외면했던. 천재 소년이 울고 있었다. 쿠니미가 눈을 크게 떴다. 카게야마라니, 눈물이 나올 것 같잖아. 어린 소년에게 쿠니미가 환하게 웃었다. 안아 줄 수 있었지. 우리. 근데 왜 그렇지 못한 걸까. 눈물 젖은 얼굴의 킨다이치가 쿠니미에게 물었다.  그러게. 일그러진 얼굴의 쿠니미가 대답했다. 저희를 발견한 소년이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다가온 소년은 조심스래 킨다이치와 쿠니미의 손을 잡았다. 커버린 저희들의 손에 비해 작은 소년의 손이 작게만 느껴져서.


그 소년. 아니, 어린 카게야마가 둘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마치 울고 있는 둘을 달래기라도 하듯 작은 손으로 그들의 손을 따스하게 쥐었다. 킨다이치와 쿠니미가 손을 잡은 어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꽃잎이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는 커버렸는데 너만은 아직 어렸다. 쿠니미의 볼에 눈물이 떨어졌다. 킨다이치에 볼에도. 카게야마가 작은 손을 뻗어, 둘의 눈물을 닦았다.



'울지마.'



곧 있으면 예쁜 꽃이 피어나는 봄이잖아.



'언제나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언제든 와.




어린날의 카게야마가 환하게 웃었다. 이젠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날의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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