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는 애니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다만, 편지는 카게야마에게만 옵니다! 그래서 딱히 그 애니와 스토리상으로 전혀 상관 없습니다.

*카게야마가 인연 정리하는 글.

*시리즈글/생각날때마다 올라옴. 필력 상승용

*키워드: 새드, 사망소재, 아카카게

*스포가 있을 수 있음!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사람.


"보쿠토상."


"히나타가!! 히나타가!!!"



보쿠토가 엉엉거리며 울고 있었다. 요란해진 소리에 식당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나저나 아니, 히나타가 국대된건데 보쿠토상이 왜 우세요. 아카아시가 담담하게 우는 보쿠토를 달랬다. 게다가 보쿠토상도 국대잖아요. 아카아시가 술을 삼키며 묻자 보쿠토는 그저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카아시를 바라볼 뿐이었다. 옆에서 팔짱을 낀 쿠로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냅둬. 아카아시는 머리가 아파왔다. 왜 이러시나. 울먹이던 보쿠토가 고개를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냥..쓰읍. 히나타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상상이 가니까. 더 슬퍼."


".........."


"카게야마가 그렇게 떠난 뒤로, 히나타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보쿠토가 훌쩍이며 입을 열었다. 보쿠토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말에 아카아시가 고기를 한점 집어들다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라. 그러고보니 벌써 카게야마가 떠난지도 7년이 넘었네. 아카아시가 문득 어린 고양이 같던 소년을 떠올렸다. 그리고 술잔을 집어들다 쓰게 웃었다. 


피어나서, 만날 줄 알았더니. 그렇게 손쉽게 져버릴 줄 누가 알았을까. 아카아시의 눈치를 살피던 쿠로오가 울먹이는 보쿠토를 달래주었다. 평소같으면 보쿠토를 달래는 일은 아카아시 제가 맡았을테지만, 모호해진 기분에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달래줄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불판 위의 고기가 바삭바삭 익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보쿠토가 심란한 듯 마지막 술 한병을 그대로 들이켰다. 어이 보쿠토?!! 당황한 쿠로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털썩-]



"하아. 얘 왜 이렇게 청승맞게구냐."


"................히나타도 오늘은 심란할꺼에요. 아마도."


"...........응?"



의문스럽게 대답하는 쿠로오의 말에 아카아시가 대답했다. 아카아시가 털썩 고개를 묻고 잠에 빠진 보쿠토를 들쳐업었다. 히나타랑 보쿠토상은 친하게 지내니까. 대충 상황이 짐작 간 아카아시가 쿠로오에게 인사했다.



"저희 먼저 가볼께요. 쿠로오상."


"...어여. 그래라. 보쿠토 잘 달래주고."


"돈은 제가 나중에 부치겠습니다."



오야. 쿠로오가 사람좋게 웃었다. 아카아시가 식당에서 보쿠토를 끌고나와 택시를 잡았다. 익숙하게 보쿠토의 집주소를 부르고 택시비를 손에 쥐어준 아카아시가 손을 흔들었다. 택시가 떠나가는 것을 확인한 아카아시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지하철 시간은 충분하니까. 아카아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이 예뻤다. 찬란한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아름다웠다. 저 별 중에 하나도 너일까. 아카아시가 정장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날짜를 확인했다.


봄이었던가.


네가 떠나갔던 날은.



'제 무덤에는 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카게야마의 얼굴을 떠올리던 아카아시가 쓰게 웃었다.




*


*

*




처음엔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미래에서 편지가 오다니. 하지만 춘고 예선 결과와 맞아떨어지는 카게야마의 말에 아카아시는 사실이라 믿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몇 대 몇으로 이기는지까지 자세하게 맞출 수가 있을까. 그래서 아카아시는 문득 궁금해졌다. 죽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마음은 어떨까. 그런 것을 생각하기에 카게야마는 너무 담담해 보여 아카아시는 물어볼 엄두가 나진 않았지만. 카게야마가 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경기장 바깥은 본선에서 탈락한 사람과 이긴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우는 사람들, 울지 않는 사람들. 운명은 그렇게 찰나처럼 갈라져서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울고 있는 한 학생을 보던 아카아시가 카게야마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아카아시상?"


"아."



안녕. 카게야마. 오랜만이네. 휴대폰으로 연락은 많이 했지만. 아카아시가 카게야마에게 음료수를 건내며 벤치에 앉았다. 카게야마도 따라 벤치에 앉았다. 카게야마가 여름합숙 때 아카아시에게 '그 사실'을 털어논 이후로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건 단순히 아카아시가 카게야마에게 있어서 방관자의 입장이기 때문이었지만. 카게야마가 음료수 병을 열며 입을 열었다.



"이겼습니다."


"........."


"무슨 생각하십니까? 아카아시상?"


".....아. 아무것도 아냐."



제 앞에서 쫑알쫑알 결과를 얘기하는 카게야마를 바라보던 아카아시가 웃었다. 대견하네. 미래는 카게야마의 의지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모양이였다. 자신만 얘기를 하는게 떨떠름했는지 카게야마 고개를 갸웃했다. 아카아시상은 오늘 어땠습니까?



"오늘?"



메인 아레나가 더 마음에 든다며 시무룩해졌던 보쿠토를 떠올린 아카아시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보쿠토상이 또 시무룩해지셨지.



"이기긴 했지만, 보쿠토상은 원래 잘 그러니까."


"오늘 또 시무룩해지셨습니까?"


"경기장이 거기서 거긴데 왜 그러시는지."



그래도 절호조의 보쿠토상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아카아시가 슬쩍 웃었다. 그러자 카게야마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도 아카아시상은 보쿠토상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카게야마의 물음에 포카리를 마시던 아카아시가 대답했다. 팀메이트로써는 좋아해. 카게야마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저희, 부원들도 그렇게 생각해줄까요?"


"누구를?"


"저 말입니다."



카게야마가 대답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저물어가는 햇빛에 그늘이진 카게야마의 얼굴이 오히려 담담해서 아카아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그럴꺼야."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


"죽을 때까지 배구하고 싶다는 생각 말입니다."



가장, 함께 있을 때 행복한 사람들과요.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까요. 카게야마가 아카아시를 바라보며 웃었다.  아카아시는 그 말을 하는 카게야마가 순간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찬란히 부서지는 햇살. 그리고 그 안에서 담담하게 네 죽음을 고하는 네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아카아시는 이상한 심장을 부여잡았다.


아.


젠장.



아카아시는 이 감정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



카게야마와 친해질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사실에 대해 덤덤할 것. 감정이 휩쓸리지 않을만큼 덤덤해야 했던 관계. 카게야마는 제가 그러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실제로 아카아시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공을 던지는 너의 모습이 부서진다. 왜? 아카아시는 난간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꽃이 순식간에 만개하고 부셔지는 것처럼 네 신형이 무너진다. 너의 손을 떠난 공은 히나타에게 갔지만 너는 쓰러지고 있었다. 심판의 휘슬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쓰러진 너는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아카아시는 기분이 이상했다. 약속했다. 분명 카게야마와 약속했다. 무덤덤하기로, 죽어가는 너를 보며 슬퍼하지 않기로. 근데 왜, 기분이 이상하지. 아카아시가 눈을 감았다.


경기장이 요란했다. 히나타의 비명이 들렸다. 옆에 앉은 보쿠토가 몸을 일으켰다. 뭐야? 무슨일이야? 하얗게 질려 쓰러진 카게야마의 모습이 미칠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다가가서, 안고 싶다. 죽어가는 거지. 카게야마. 아카아시는 하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사실 걱정되긴 합니다.'



히나타는 제가 없으면 무쓸모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카게야마의 목소리는 제법 다정해서 아카아시는 웃음을 터트렸었다. 경기장 한 구석 히나타가 쓰러진 카게야마를 보고 울부짓고 있었다. 



'저희 팀은 그리고, 제가 없으면 조금 힘들기도 하고.'



제가 죽으면 슬퍼할 것 같아서. 상황이 심각해지는지 구급대원들이 제세동기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경기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되었다. 



'미안한 사람들도 있고.'



소중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래. 나는 그 사람들 밖에 서 있었다. 나는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기도 했지만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던거다. 그래서 나는 네게 사랑을 고할 수 없었다. 아카아시가 일그러진 얼굴로 웃었다. 사랑한다는 건 일방적이 될 수 없었다. 서로의 감정을 공유해야했다. 죽어가는 네가, 언제 죽을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 네게, 나의 감정까지 떠안으라 그렇게 잔인한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죽을 때까지 그 말을 할 수 있을 자신이 있을리 없었다. 



'사실 무섭습니다.'



죽는다는 건 어떤 걸까요. 카게야마가 울며 제게 진실을 고하던 순간. 자신은 카게야마의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소중한 사람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의 그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는 유일한 이가 되었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사람.



그러니 나는 네게 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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