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라는 애니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다만, 편지는 카게야마에게만 옵니다! 그래서 딱히 그 애니와 스토리상으로 전혀 상관 없습니다.

*카게야마가 인연 정리하는 글.

*시리즈글/생각날때마다 올라옴. 필력 상승용

*키워드: 새드, 사망소재, 이번껀 왠지 우정이다.

*스포가 있을 수 있음! 아마 이제 이 시리즈의 마지막!





난 너의 꿈을 이루고 있어.





[혹여나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울지마. 멍청아.]


너가 나 없이 어떻게 배구를 할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넌 잘해내겠지. 그 미야 선배의 콧대를 눌러준것도 너니까. 카게야마의 필체가 제 눈물에 젖어들어간다. 잉크는 점점 번져갔다. 마치 쓰게 변해버린 네 꿈처럼. 산소호흡기를 낀체 구급차에 실리던 네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렸다. 히나타가 손에 들린 카게야마의 편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거. 거짓말. 나 그러면, 아무것도 모른체 너랑 웃고 떠들고 있던 거잖아? 히나타가 편지에 얼굴을 묻었다.  어떤 마음으로 네가 이 편지를 적었는지 알 것 같아서, 히나타는 왈칵하고 서럽게 울어버릴 것 같았다. 히나타가 불이 켜진 응급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눈물이 흐린다. 눈 앞이 흐릿하게 변했다. 제 손에 남은 유일한 네 흔적에 숨이 막혀버릴 것 같다.


[같이 배구하고 싶다고 한 건, 거짓말은 아니야.]


코트에서 너는 쓰러졌다. 나는 네가 쓰러진 것을 알지 못한 체 승리에 환호했다. 그리고 쓰러진 너를 발견하고 나서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어. 사람들이 너에게 달려가는 것도 꿈만 같아서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동안이나 너를 그냥 바라보기만 했어. 카게야마, 왜 쓰러져 있는거야? 같이 환호해야지. 왜. 너 그러고 있는거야? 히나타가 편지를 움켜쥐었다. 종이가 히나타의 손안에서 구겨진다.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해줘. 제발. 바닥이 눈물로 얼룩진다.


심장에 구멍이 난 너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는 숨을 쉬는게 이제 힘들다고 했다. 우리가 같이 꿈꾸기로 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그리 제게 선고했다.  카게야마가 죽는다고? 왕이? 그 고집불통에 독선적인 카게야마가 이렇게 죽어? 히나타가 응급실 앞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아기처럼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카게야마는 제게 어떤 존재냐 묻는다면, 이루어 말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친구? 친구라기엔 무언가가 부족할지 모르겠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


그리고 같이 그 꿈을 향해 걸어가려 했던 사람.


[나 없어도, 꿈을 이룰 수 있을꺼라 믿는다. 히나타.]



"....선생님."


".........."



응급실에서 나온 의사가 다이치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카게야마의 죽음을 선고했다. 하얗게 질린 스가와라가 털썩 의자에 주저 앉았다. 히나타는 눈물젖은 얼굴로 그저 웃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체 나온 너를 보며 웃었다.  믿기지가 않아서. 그저 웃음만 나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손에 쥐어진 네 편지를 들고 그저 웃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히나타. 너 만약에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너가 왜 없어?'


'혹시 모르잖아. 보케!!!!'



그러게. 그렇게 평소처럼 얼버무리는 걸 난 왜 그냥 부끄러워서 그런다고 생각했을까. 히나타가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아마 작은 거인이 제게 있어서 배구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면, 카게야마는 배구를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단순히 팀메이트를 넘어,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너와 함께라면 이기지 못할 팀이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약속했다. 끝까지 남아, 같이 배구를 계속 하자고. 너와 함께한 순간은 진정한 팀이 제게 생긴 순간이었다.



"맞아."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히나타가 먹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히나타가 눈물 젖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나는 네가 없으면 딱히 강한 것도 아냐."



나는 네가 없으면, 실수도 많을꺼고. 속공도 하지 못할지도 몰라. 히나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울음을 토해냈다. 차갑게 식어버린 카게야마의 손을 잡고 히나타가 오열했다. 서러움을 꾹꾹 눌러담지만, 이내 터져버린 감정은 주체할 수 없이 넘쳐흘러버려서. 히나타가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약속했잖아."



같이 배구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일어나서, 토스해줘."



토스해줘. 매일 멍청이라고 불러도 괜찮으니까. 이렇게 누워 있지는 마. 제발. 카게야마. 히나타가 천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에 젖어가는 하얀 천. 침묵으로 가득한 병원의 복도에서 히나타가 서럽게 울었다. 너 없이 승리한들, 우리 약속은 지켜진게 아니잖아. 히나타가 눈을 감았다. 거짓말이지? 카게야마. 봄고 우승하기로 약속했잖아. 제발. 일어나. 오열하는 히나타를 간호사들이 카게야마에게서 떨어트렸다.




꽃피는 봄이었다.


그건 눈부시게도 아름다운 계절이었다. 너와 내가 영원한 꿈을 약속했던 계절.



하지만, 너는 져버린 계절이었다.




*


*

*




"히나타 소요 선수!!! 표효합니다!!!!!!"



처음에 신장 덕분에 말이 많았던 선수죠? 해설위원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신체능력과 스피드로 신장이 큰 선수들을 압도하는 선수죠. 게다가 세터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무기같은 선수라서 공략법 또한 까다롭습니다. 오죽하면 미야 선수가 보물이라고 표현했겠습니까? 카메라 속에서 미야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히나타의 모습이 들어왔다. 미야가 요란한 중계석을 바라보며 히나타에게 물었다.



"오늘 진짜 날뛰네. 작은 거인."


"카게야마랑 약속했으니까요."


".......히야. 진짜 독을 품고 돌아올 줄은 몰랐는 걸."



미야가 웃었다. 미야의 말에 히나타가 고개를 숙이곤 입을 열었다. 저는 카게야마랑 여기 서 있을 줄 알았거든요?- 히나타가 능글맞게 웃자 미야가 웃음을 토해냈다. 그 때 꼬맹이가 아닌가 봐. 미야가 코트 건너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기기나 해요. 선배."



봄이 오기 전에, 카게야마에게 금메달 가져다 줄꺼니까. 


휘슬소리와 함께 상대편의 서브가 리베로에게 날아든다. 미야가 공을 바라보았다. 리시브된 공이 안정적으로 제게 날아든다. 미야가 손에 닿는 배구공을 만졌다. 히나타의 배구의 목표는. 토비오를 위한 것일까나. 미야가 웃었다. 그 녀석은, 여러 명의 인생에 흔적을 남기고 가는 모양이었다. 미야의 토스가 높고 빠르게 날아갔다. 해설위원이 소리쳤다. 


미야 선수 실수한 건가요! 아무도 없습니.... 


각국의 해설위원이 튀어오른 히나타에 말을 멈췄다. 코트에는 정적이 흘렀다. 2m는 족히 넘어보이는 외국 선수들의 블로킹 위로 날아오른 히나타가 눈을 떴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토스를 날리면.'



거기엔 내가 있어. 


나는 당당하게 네게 말했었다. 그리고 이젠 그럴 능력이 돼. 카게야마. 무자비한 네 왕의 토스도 충분히 칠 수 있을 만큼, 더 빨리,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어. 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난 이렇게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어. 그 동안 미야 선배한테 엄청 까이긴 했지만. 그리고 너가 간 뒤 카라스노는 봄고 우승도 했어. 안 믿기지? 나도 사실 너 없이 내가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하진 않았어. 근데 하다보니까 되더라. 진짜 미친 듯이 했다. 너 말고 다른 토스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연습했어.


그래도 너가 있을 때보단 못하는 것 같지만.



'내가 있으면, 넌 최강이야!!'



열일곱의 제 목소리가 울러펴진다. 그리고 히나타가 공을 내리쳤다. 정적으로 멈췄던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코트에 내리박힌 공이 튕겨져 나간다. 거의 작은 거인 아닙니까?! 흥분한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경기장까지 울려퍼졌다. 히나타가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니까 나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카게야마.



"마이볼!"


"히나타!"



미야에게서 날아오른 공이 하늘 높게 뜬다. 점수는 24:23. 한 번만 점수를 더 넣으면 승리하는 게임. 미야의 신호에 히나타가 날아올랐다. 누구보다도 더 높게, 누구보다도 더 빨리. 블로킹을 넘어 뛰어올랐다. 마치 등 뒤에 날개라도 달린 것 마냥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날아오른 히나타가 스파이크를 내려쳤다.


눈 앞을 가로막고 선 높디높은 벽. 



네가 아니였다면, 나는 평생 알지 못했을 풍경.



배구공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휘슬소리가 울려퍼졌다. 25: 23 승리를 알리는 점수판. 정적이 사라지고 일제히 사람들이 환호했다. 히나타가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에 맥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나버려서 어떡하지. 


금메달! 금메달이에요!


열광하는 해설 위원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 우리는 승리했다. 이겼다. 이긴거지? 히나타가 환하게 웃었다. 기뻐하는 팀원들이 제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겼구나. 그래서 기쁜데도. 눈물이 나서 히나타는 서럽게 오열했다. 누군가가 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건 아마도, 너인거겠지. 밀려드는 서러움에 히나타가 미야의 품에 안겨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안녕, 열여덟의 카게야마.


스물다섯의 난,  너의 꿈을 이루고 있어.






*




네가 찬란하게 피어날 줄 알았던 열여덟의 봄.

그래서 나는 그 봄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덧 

사실 츳키랑, 스가랑 미야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건 썰이 생각나면 올라올지도 몰라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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