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오메가버스 AU, 카게야마(알파->오메가)

*썰을 보고 오셔야 이해가 됩니다~!

*요약: 오이카와 개쓰레기놈.

*카게야마와 오이카와 아들 이름 카게야마 미츠루.(현재 12세)

*썰 https://265085433872857.postype.com/post/633467/




모든 것을 포기한 이유 上





"엄마. 아프지마. 제발."



제가 사랑했던 이의 얼굴을 빼닮은 미츠루의 얼굴을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배에서 스물스물 느껴지는 고통에 몸을 웅크렸다. 엄마인거, 알고 있었구나. 카게야마가 손을 뻗어 오이카와의 얼굴을 빼닮은 미츠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울지마. 아이야. 카게야마는 미츠루를 아이라고 불렀다. 카게야마가 누운 침대가 카게야마의 식은땀으로 젖어들어간다. 미츠루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어갔다. 아프지마. 죽으면 안돼. 난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 미츠루가 카게야마의 옷깃을 붙잡고 오열했다. 



"엄마, 내가 많이 좋아하니까."


"............미츠루."


"아프지마 제발.



아빠 없어도 되니까. 엄마만 있어줘, 눈물 젖은 얼굴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던 카게야마가 힘이 빠진 손길로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사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미츠루를 가졌다고 했을 때. 아이는 왜 절망스러웠는지 알까. 혹여나 저처럼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가 될까봐 무서웠다. 아이의 아빠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은 저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카게야마는 자신이 없었다.


임신했습니다.


당신의 아이에요.


어떤 연인들에게는 행복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을 알기에 카게야마는 시작조차 할 수 없던 것. 미소를 지은 카게야마가 미츠루를 바라보았다. 사랑한 이의 얼굴에 제 눈을 가진 아이가 참으로도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에게 아이는 단지 저와의 족쇄이겠지. 그래서 자신이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배가 미친 듯이 아려온다. 누군가가 자신의 배를 찌르기라도 하는 것마냥. 카게야마가 고통에 눈을 감았다. 이제는 지나가버린 과거가 자신을 덮쳐온다. 두려웠다. 아이를 미워할까봐. 혹은. 사랑할 수 없게 될까봐.



"나도, 미츠루를 많이 좋아해."



고통으로 하얗게 질린 카게야마가 아이의 손을 붙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


*

*




"자궁에 암세포가 생겼습니다. 아마 자궁을 들어내야할 껍니다."


"........."


"다만, 카게야마씨께서 알파에서 오메가로 형질에 변한 케이스다 보니 자궁과 다른 장기들이랑 너무 붙어있어서."



-수술의 안전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스가와라가 시미즈의 품안에서 울음을 토해내는 미츠루를 바라보다 의사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걸까. 카게야마의 가늘어진 팔목에 링겔이 꽃혀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은거야. 스가와라가 잠든 카게야마의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카게야마는 미츠루와 오이카와를 위해 미련없이 제 삶을 버렸다. 그 두 사람을 위해 제 모든 것을 포기한 카게야마는. 스가와라가 쓰게 웃었다. 카게야마 답잖아. 바보같고 우직한거.



".......이제 잠들었어?"


"응. 전화할 때부터 계속 울고 있던 것 같아."


"..........하긴 많이 울었으니까."



스가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후배는 어떻게 이렇게 사람 속을 썩이는지. 시미즈가 품에 안겨 잠이든 미츠루를 토닥이다 웃었다. 카게야마는 표현하는게 서투른 애잖아. 시미즈가 카게야마의 옆에 미츠루를 눕혔다. 



".........바보같네. 카게야마."


".........코우시."



마침 틀어진 TV에서는 반 연예인이 되어버린 오이카와의 모습이 나왔다. 여자 연예인과 데이트를 하는 프로그램인 듯 했다. 웃는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적막한 병실에 울려퍼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들어버린 카게야마와 미츠루를 바라보던 스가와라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녀석은 알기나 할까. 그렇게 올라간 자리가 카게야마의 포기로써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걸. 카게야마가 미츠루를 임신하고 국대자리를 포기했을 때, 그 빈 자리는 오이카와에게 넘어갔다. 히나타와 제가 왜 국대자리를 포기했냐, 무어라 해도 카게야마는 그저 웃었다. 자기가 그리 애원하고 꿈꿔왔던 자리를 카게야마는 단숨에 미츠루와 오이카와를 위해 포기했다.


미츠루를 키울 수 있고, 오이카와가 좀 더 행복한 길.



"행복하면, 너무 슬프잖아."


"............"


"카게야마는 포기해야했는데."



그 녀석만 행복하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스가와라가 쓰게 웃었다.  양보를 한다는 건 절대 배려-는 아니다. 배려와 양보는 달랐다. 배려는 조금 더 제가 많이 가지고 있기에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이고 양보는 저도 부족한 걸 나눠주는 것이다.  카게야마는 배려는 할 줄 몰랐지만 양보는 할 줄 알았다. 그게 바보같아서 걱정이 되곤 했는데. 이렇게 될줄이야. 스가와라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결혼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카게야마가 얼마나 막막한 선택을 했는지 자꾸만 눈 앞에 박혔다.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는 세상. 그 와중에게 제가 책임져야할 아이까지. 시미즈가 조용히 스가와라의 어깨를 감쌌다. 미츠루는 어떡하지. 



괜찮을꺼야. 코우시.


하긴, 미츠루는 카게야마 아들이니까.



스가와라가 카게야마와 미츠루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었다.




*


*


*



어느 날 아이가 찾아왔다. 이름을 오이카와 미츠루라 밝힌 아이가. 오이카와는 눈을 껌뻑였다. 그때, 병원에서 본 아이구나. 아이의 얼굴은 누가 봐도 저를 닮아있어서 오이카와는 그 아이를 집안으로 들였다. 그렇게 아이가 오이카와의 집에서 머물기 시작한지 1년 째. 오이카와가 수많은 여자들을 만나던, 오메가를 만나던 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돈을 따로 주는 것도 없는데, 어디서 받아오는지 잘만 학교를 다녔다. 아이는 오이카와의 자식답지 않게 똑부러져서 이와이즈미는 감탄하곤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는 집에서 늘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어느날 무심코 이와이즈미가 미츠루를 보다 그 이름을 내뱉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츠루. 카게야마 닮지 않았어?"


"토비오짱 말이야?"


"그래."



이와이즈미의 말에 맥주를 들이키던 오이카와가 웃었다. 토비오쨩, 지금은 뭐하고 지내려나. 갑자기 사라졌지? 이와이즈미가 욕설을 내뱉었다. 넌 진짜 개쓰레기야. 이와이즈미의 욕설에 오이카와는 실실 웃을 뿐이었다. 뭐 어때. 과거의 일일 뿐인데. 과자를 입에 넣은 오이카와가 윗방에 있을 미츠루를 생각하다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긴 파란 눈에 저를 닮은 얼굴이라. 토비오쨩 사라지고나서 한참 동안은 토비오쨩 닮은 애들만 찾아다녔으니까 그중에 하나였는지 모르지.



"토비오쨩은 알파여서 임신할일 없었다구요~ 오메가 만나서 잘 살고 있겠지."


"............"


"알파니까 임신이 안될꺼 아냐. 그래서 만난건데. 무슨 토비오쨩 자식-"



사실, 그것보다는 잘난 후배가 밑에 있다는 쾌감이 더 컸던 것 같기도.-


오이카와가 프로그램에서 만난 여자 연예인에게 문자를 날리며 키득거렸다. 이 여자는 제 허울 좋은 껍데기가 뭐가 그리 좋다고 달려드는 걸까. 오이카와가 낄낄거렸다.  그 모습에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를 한대 쥐어박고 싶어졌다. 저런걸 왜 난 친구라고 두고 있는 걸까. 이와이즈미가 한심함에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이었다. 복도 한켠에서 어른스럽던 아이가 크게 떠진 눈으로 오이카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는 낡은 팔찌 하나가 떨어진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파란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담고, 아이가 울고 있었다



"..미츠루?"


"................."



이와이즈미가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낄낄거리며 문자를 하던 오이카와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이의 손에서 떨어진 낡은 팔찌를 발견했다. 하얀 대리석에 떨어진 팔찌가 눈에 익다.


'이거 선물이야.'


'......?'


'토비오짱은 내가 주는거 자꾸 의심만 할래?'


세터니까, 의식적인 의미로 손이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서. 


'엄마, 나 세터할꺼야!'


'그럼, 미츠루가 이거 해.'


'그게 뭐에요?'


'엄마 부적이야.'


미츠루의 눈 앞에 팔찌를 메어주며 웃던 카게야마가 떠오른다. 엄마는 바보야? 미츠루가 입술을 깨물었다. 오이카와의 눈이 흔들린다. 오이카와가 다가가 그 팔찌를 잡아 쥐곤 미츠루에게 물었다. 이거 누가 준거야. 미츠루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오이카와를 노려보았다. 아이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서러움을 참는 듯 오이카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랬구나.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구나. 그러니까 엄마는 도망쳤구나. 이 사람이 잘되게 해주기 위해서 엄마는 그 어떤 책임도 바라지 않았어. 미츠루가 팔찌를 오이카와에게서 뺏어들었다. 그리곤 서럽게 울음을 참았다. 아이는 오이카와에게 팔찌를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오이카와?"


"내 이름 부르지마요!!!!"


"..........."


"난 이제 카게야마니까. 이제."



미츠루가 손에 쥔 팔찌를 들고 오열하듯 소리쳤다. 파란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제서야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는 익숙한 아이의 푸른 눈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챘다. 오이카와가 당황한 듯 입을 열었다. 토비오는 분명 알파인데. 얼굴이 일그러진 아이가 오이카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이라고!!"



당신만 없었어도, 엄마는 잘 살았을텐데.


아니. 나만 태어나지 않았어도 행복했을텐데. 


오이카와를 빼닮은 아이. 미츠루가 오열했다. 병실에서 누워있던 카게야마를 떠올리던 미츠루가 숨을 삼켰다.  복도에 주저 앉은 미츠루의 말에 오이카와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무슨 소리야. 오이카와가 미츠루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미츠루는 망설임없이 오이카와의 손을 쳐냈다. 미츠루는 제 얼굴을 매만졌다. 당신을 닮은 재능이, 얼굴이, 그 모든 것이 밉다.



"엄마는 왜, 당신을 사랑한 걸까."



엄마가 당신을 사랑한 시간은, 그저 당신에게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얘기였을 뿐인데.


그런데도 왜, 엄마는 나를 사랑했을까.


당신과의 관계에서 나온 찌꺼기 같은 나를 왜 사랑하고, 왜 당신을 용서하고 있었을까. 당신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미츠루가 서러움을 토해냈다. 카게야마는 아이를 사랑했다. 손찌검 한번도 올리지 않을 만큼 아꼈다. 카게야마 홀로 아이를 키워도 아이는 부족함이 없이 자라났다. 누구나 부러워할 아이로 자라났다.  카게야마는 그만큼 아이를 사랑했다. 미츠루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아빠인 당신도 사랑했어.



"엄마는 나를 임신한 걸 알게 된 날. 국가대표 자리를 포기했어."



미츠루가 입을 열었다. 담담한 얼굴로 오이카와를 바라보며.



"당신은, 엄마가 포기한 국가대표 자리를 받게되었고."



그래서 당신은 성공했죠. 엄마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 자리에 없었어. 미츠루가 팔찌를 손에 꾹 쥐며 오이카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적어도 고마워할 줄은 알았어요. 그 자리가 오로지 당신의 힘으로 올랐다고 착각하지 않고, 엄마에게 고마워할 줄 알았어. 근데. 이게 뭐야.



"엄마는, 국가대표 자리를 포기하기 위해 감독을 만나던 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기나 해?"


"...................."



카게야마가 죽고 난 뒤, 미츠루는 히나타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제 엄마인 카게야마가 둘을 위해 포기했던 그 모든 것들을. 아직 세상은 오메가에게 관대한 세상이 아니였다. 게다가 알파에서 추문같은 사실로 인해 오메가가 된 카게야마에게는 더군다나 고울리 없었다.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를 닮아 알파로 태어난 미츠루가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세상. 그리고 알파로 태어난 오이카와도 겪어보지 못할 세상을  제 엄마인 카게야마는 고스란히 겪었다. 카게야마가 괴로워하던 그 순간에도 그 원인을 제공한 오이카와는. 미츠루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에도, 당신은 웃고 있었겠네."



내 아빠라는 당신은. 


미츠루가 카게야마를 닮은 눈동자로,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를 노려보는 눈동자는 카게야마의 그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이 아닌, 한없이 무저갱의 눈빛이었던 자신. 저를 닮은 눈빛에. 오이카와가 쓰게 웃었다. 가슴 한쪽이 막혀버린 듯 숨이 막혔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아이를 이와이즈미가 달래어 방으로 들여보냈다. 혼자남은 복도에서 오이카와가 고개를 숙였다.


젠장.


오이카와가 욕설을 내뱉으며 의자에 앉았다. 십여년간 잊어버렸다고 무언가가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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