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달달, 청춘

*리퀘스트입니다.

*현생불가라서 다음주부터 2일 1글만 합니다.....흙ㅎ륵. 로또에 당첨되면 하루종일 덕질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이번주는 현생을 버린다!!! .





그때는 몰랐던 것.




오이카와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제 앞에 있는 거. 토비오짱이지? 앳티를 벗지 못한 카게야마가 커진 옷에 당황하며 눈을 껌뻑였다. 오이카와상? 오이카와가 입을 껌뻑였다. 이거. 뭐냐구? 제 몸의 반만큼이나 줄어든 후배를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허둥지둥 소년을 끌어안았다. 일단 여기 두기도 그러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더라. 카게야마의 상담을 들어주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신의 농간인지! 안 챙기기도 뭣한 상황에 일단 오이카와가 아이를 안아들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어린 카게야마가 화들짝 놀라다 오이카와의 옷깃을 꾹 쥐었다. 품에 파고드는 아이의 온기가 생각보다 따뜻했다.



"............"


"일단 이거라도 걸치고 있어."



오이카와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체육관의 문을 열었다. 자신의 져지로 어려진 카게야마를 둘둘 말아버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당황한 듯했다. 어려진 카게야마가 져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카라스노와 아오바죠사이. 고등학교 이름인데. 오이카와상이 생각보다 더 커. 오늘은 비어버린 체육관. 부활동이 쉬는 날이다. 적막한 체육관에 있는 건 어려진 카게야마와 19살의 오이카와 뿐. 



"오이카와상."


"............응?"


"저, 연습하고 있었는데."


"아....젠장."



나도 모르겠으니까. 여기 잠깐만 있어봐. 토비오짱.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에게 입을 열곤 황급히 어디론가 뛰어나갔다. 눈을 껌뻑거리던 카게야마가 무릎을 끌어안았다. 여긴 어디지? 사람이 없는 체육관은 조용했다. 중학교보다 훨씬 큰 체육관. 높은 네트. 몸을 일으킨 카게야마가 걸음을 옮겼다. 저보다 한참이나 큰 네트를 빼꼼히 올려다보던 카게야마가 손을 뻗었다. 어깨에는 여전히 오이카와의 져지가 걸린 상태였다.



"토비오짱!"


"...?.."


"자. 일단 이거 마시고 있어. 꼬마 토비오짱은~"



꼬마가 아닙니다! 


소리치는 카게야마의 목소리에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옛날 생각이 나네. 제가 손에 쥐어준 요구르트 병을 바라보던 어린 카게야마가 손을 뻗었다. 저기. 드링크를 마시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물음에 되물었다. 왜? 빨대 주세요. 아직 어린 얼굴이 붉어지며 입을 열었다. 뭐야. 토비오짱. 아가짱이에요? 오이카와가 혹시나 싶어 챙겨온 빨대를 넘겨주었다. 카게야마가 두 손으로 요구르트를 입에 물었다. 



"저기, 오이카와상."


".......왜?"


"오이카와상이 조금 큰 것 같습니다."



네가 변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스러운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만 하는 저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는 싱그러운 카게야마가 생각보다 귀여웠다. 오이카와의 미소가 입꼬리에 걸렸다. 오이카와가 어린 카게야마의 볼을 부여잡고 물었다.



"왜? 커버린 나는 싫은거야?"


"....!!"



아니요! 카게야마가 화들짝 놀라며 오이카와의 말에 대답했다. 그 모습에 오이카와는 더 크게 웃어버렸다. 성가시고 짜증나기만 했던 후배였는데. 악의가 없는 호의는 언제나 미워할 수 없었다. 커버린 토비오도 그랬듯. 제가 아무리 천재를 미워한들. 카게야마가 제게 품는 감정은 순수했다. 짜증나기는 해도, 미워할 수 없던게 토비오였다. 어려진 카게야마가 붉게 상기된 볼로 오이카와에게 물었다.



"오이카와상! 큰 오이카와상이 배구하는 거 보고 싶어요!!"



카게야마를 따라 입에 요구르트를 물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머리에 장난스럽게 꿀밤을 놓았다. 어. 지금, 이렇게 되었는데 배구 생각이나 하고!!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꿀밤에 얼굴을 일그려트렸다. 제 옆에 쭈그려 앉은 카게야마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그냥. 그냥. 오이카와상 서브하는 거 보고 싶었는데. 툴툴거리는 카게야마가 귀여워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작은 카게야마의 몸에 오이카와가 문득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어린 카게야마의 손을 커버린 제 손과 비교했다. 아직 성인용 배구공은 클텐데. 제 손에 맞닿는 카게야마의 손이 자그마해했다. 만지면 부서질듯이.



"오이카와상 손 짱커요!!"


"토비오쨩은 조그만한데?"


"저 아직 다 큰거 아니에요!!"



어린 카게야마가 발그래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마치 하늘빛 같은 카게야마의 눈동자가 설레는 동경을 안고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안돼- 습관적으로 거절하려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눈빛에 잠시 말을 삼켰다. 토비오쨩. 눈동자. 저렇게 예뻤던가. 하긴. 그때는 누군가를 살필 여력이 없었다. 눈 앞의 와카토시를 쫓아가기에 바빠서, 제 주위의 사람이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저 또, 와카토시 같은 아이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올랐을 뿐.


중3의 저는, 아직 동경하는 아이에게 너그러울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었다.


크지도 않았고.


그저 나아가기 바빴다.


아오바죠사이의 체육관에 따사로운 햇빛이 창문 사이로 부셔진다. 커버린 저를 설렘의 눈동자로 바라보는 카게야마가 보인다. 자그마한 손에 제가 들고 있던 배구공을 끌어안은 소년이 환하게 웃었다. 피어나는 새봄의 빛깔처럼 네가 웃었다. 오이카와가 멋쩍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 때 제가 얼마나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는지는 제가 잘 아는데도, 이 아이는 그저 저를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제 얼굴을 감싸쥐었다. 왠지 부끄러운 탓이다. 오이카와가 헛기침을 몇번하다 어린 카게야마의 옷깃을 정리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옷 제법 크네. 헐렁해진 카게야마의 옷을 묶어 고정시킨 오이카와가 창고에서 그나마 작은 배구공 하나를 꺼냈다.



"오이카와상?"



작은 걸음으로 저를 쪼르르 따라온 카게야마가 뒤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오이카와가 공을 들어 카게야마의 품안에 안겨주자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올려다 본다.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배구해요? 우리.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린 카게야마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어간다. 



"오이카와상은 진짜 대단한거 같아요!!"


".......흠. 이 오이카와상이 한 대단하지?!"


"이와즈미상이 그런말 하면 전해달라 했어요!!"



뭐야!! 이와짱?!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작은 배구공을 높이 들었다. 제게 배구공을 주기 위해 발을 들어올리는 카게야마는 작았다. 그때도 작았는데, 제가 커버린 지금은 휠씬 더 작아보였다. 카게야마가 입을 연다. 오이카와는 왠지 그말이 무엇일지 알 것만 같았다.



"오이카와상! 서브 가르쳐주세요!"



역시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가 건넨 공을 들어올리며 툴툴거렸다. 토비오쨩은 서브 말고 다른 말은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오이카와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오이카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토비오쨩은 그냥 친해지고 싶었던게 아닐까.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힐끗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잘봐-, 저를 동경하는 어린 카게야마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이 천장으로 던져졌다. 아무도 없는 체육관. 하늘을 향해 오이카와가 날아오른다. 


손에 닿기는 공의 감촉은 언제나 짜릿했다. 누군가가 저를 바라보고 있는 사실에 더 우쭐한 것 같기도 했다. 저를 동경하는 어린 아이. 그 때는 마냥 짜증났던 말이 지금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서브 가르쳐주세요.


그 말은 그저 카게야마 나름대로의 관심의 표현인 것이다.



"............."



눈을 빤짝이는 어린 카게야마에게 배구공을 들려준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점프서브 할 때는 자세가 중요해. 중학교에 비해 높은 매트와 체육관의 천장. 그리고 훨씬 더 큰 것 같은 코트.  오이카와가 자세를 가르쳐주기 위해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오이카와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던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이카와상이 진지한 눈으로 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정했다.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이다 오이카와의 볼에 입을 맞췄다. 쪽- 제 볼에 닿은 온기에 오이카와가 당황하다 붉게 얼굴을 물들였다. 마치 태양처럼. 



".......응?"


"............고마운 사람한텐 엄마가 뽀뽀해주라고 했어요."



뭐야? 토비오쨩 천연이야?!! 오이카와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내뱉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의 카게야마가 배구공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는 그 말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왠지는 몰랐다.



"오이카와상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에요."



그저


날 동경하는 네가,


눈부셔 보였다.




*


*

*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노란 빛의 햇빛이 찬란한 무지개 색깔로 부셔진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한참이나 창밖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제 져지를 덮은체 잠이 든 열일곱의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얼굴을 비치는 햇빛이 반짝였다. 아까 토비오짱이 어려진거 꿈같이 느껴지는 걸. 하지만 제가 창고에서 꺼내왔던 작은 배구공과, 네트 건너편의 공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제 손보다 훨씬 작았던 카게야마의 손을 떠올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걸까. 제 손과 얼추 비슷하게 자란 카게야마의 손에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젠 너무 크잖아. 아까는 너무 작더니.



"...?"



오이카와의 움직임에 일어난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거렸다. 여기 어디?- 제 얼굴을 발견한 카게야마가 화들짝 놀랐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으쓱거렸다. 꿈이었는데. 카게야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뭐가? 오이카와가 태연하게 되물었다. 어린 카게야마와 열아홉의 오이카와가 먹었던 야구르트 병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꿈에서 오이카와상이 서브 가르쳐줬어요."


"내가? 꿈이네. 토비오쨩~"


"그렇겠죠?"



수긍하지마! 왠지 기분 나빠! 아까 열심히 가르쳐줘서 억울한 오이카와가 소리쳤다. 자기가 꿈이라고 했으면서. 툴툴거리던 카게야마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러고보니, 져지 민트색이잖아. 그제서야 제 어깨를 엎은 져지가 오이카와의 것이란 걸 깨달은 카게야마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몸을 웅크려 오이카와의 져지에 몸을 묻었다.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오이카와가 그런 카게야마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토비오쨩."


".......?"


"계속 나만 봐야 돼."



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말에 반문하기도 전에 오이카와의 입술이 카게야마의 입술에 닿았다. 햇빛이 그들을 비춘다. 눈부셨다. 아름다운 색깔들이 퍼져가는 느낌. 제 입술에 살며시 닿았다 떨어진 온기에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떴다. 오이카와상? 붉어진 얼굴의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얼굴도 붉그죽죽하긴 매한가지였다. 헛기침을 내뱉은 오이카와가 애써 근엄하게 말했다.



"내가 앞에 항상 서 있을테니까."



계속 나만 봐. 토비오짱. -


눈치 없는 카게야마는 그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오이카와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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