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초여름 특집. 겁나 이르지만.

*편수는 6편. 프롤 제외.

*메인은 미야카게 (미야는 네타캐입니다. 유스 합숙이 나오니 조심해주세요.)

*키워드: 살인, 공포 ,호러





“어린양의 진노”(계 6:16)




[1.4

엄마가 나를 물에 넣었다. 숨이 막혀서 엉엉 울자 시끄럽다고 내 뺨을 내리쳤다.]


[2.7

밥을 먹다가 엄마가 손등을 긁어내렸다. 피부가 포크 모양으로 벗겨졌다]


[3.11

학교를 갔다. 배구부에서 주전이 되었다고 하자 엄마가 잘했다며 팔뚝을 불로 지졌다.  

망할년.]


[5.21

화가나서 여자의 방에 벌레를 풀었다. 

엄마가 내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곤 내 입안에 벌레를 집어넣었다. 나는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한참을 빌었다.

죽여버릴까?]


낡아버린 일기장을 뒤적거리던 미야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미친 건 집안 내력인가? 일기장을 증거품에 내려둔 미야가 수사기록을 들어올렸다. 가해자는 가정폭력 피해자라. 미야가 서류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가해자의 어머니가 가해자에게 가한 고문은...- 마른 여자의 사진과 함께 간단한 요약이 적혀 있었다. 미쳤군. 미야가 서류를 내려놓았다. 제정신으로 볼만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고문이란 고문은 다 실험한거지? 여자가 학대한 이력를 보고는 미야가 혀를 쯧쯧 찼다. 불쌍하기도 하지.



"...여자가 미쳤구만?"


"................살인자를 동정해서도 안되지만, 부모가 한 짓이 상상이상이라."



나이가 어린 것과, 학대 여부등으로 보아 사형에 대한 여론이 딱히 좋지는 않습니다. 


아카아시의 말에 미야가 웃으면서 차트를 넘겼다. 그래서 내가 해야할 일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카게야마 토비오의 다중인격 중, 살인의 원인이 된 살인마의 인격을 없애는 것입니다. 아카아시가 대답했다. 미야가 취조를 당하는 카게야마를 바라보다 고개를 으쓱했다. 카게야마 토비오 본인이 살인마가 아닌 건 확실해? 확실합니다. 아카아시가 경찰에서 건낸 증거 자료들을 수집한 결과를 미야에게 보여주었다. 그래, 이 정도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고. 미야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메마른 소년이 수사관을 향해 웃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마냥. 미야가 하얀 가운을 걸쳤다.


미야 아츠무.


세계적인 정신의학과 의사. 해리성 정체 장애에 대한 논문으로 각종 수상. 미야가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끼워넣었다. 뭐, 제 전공과도 적합하고 국가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덥썩 받아들긴 했지만. 인격을 없애라니.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잖아. 역시 윗대가리 놈들이란. 미야가 욕설을 읍조리며 아카아시에게 차트를 넘겼다.



"그럼 장애의 원인은 부모의 학대인가?"


"예. 물, 불, 벌레 등등 부모의 학대 방법이 바뀔 때마다 가해자의 일기장의 필기체가 계속 바뀝니다."



원인이 그정도면 간단하게 없애는 건 무리인데? 몇 십년간, 혹은 태어나서부터 계속 당연하게 격어왔을 학대가 기본이 된 인격이라면. 미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카아시가 서류를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취조실의 유리창이 보였다. 파랗다. 소년은 온통 파랬다. 취조실 안쪽에서는 제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야가 유리 너머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수사관의 말을 듣고 있던 카게야마가 미야를 향해 웃었다. 나를 향해? 티끌없는 웃음이었다.


미야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다.


그럴리 없지.




*




해리성 정체 장애. 흔히 말하면 다중인격 정도. 미야가 눈 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전혀 그런 짓을 할 것 같진 않아보이는데. 미야가 카게야마의 인적사항을 훑어내렸다. 배구부 출신, 아빠가 배구 선수, 이혼으로 인한 어머니의 학대, 아빠와 닮기를 강요함. 미야가 안경을 쓰곤 턱을 괴었다.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카게야마가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카게야마가 떨고 있었다. 그런 카게야마를 바라보던 미야가 책상너머로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수갑을 풀었다. 찰컥- 풀어지는 카게야마의 수갑. 카게야마의 몸이 화들짝 떨린다.



".....?"


"딱히, 강제로 취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토비오군."



미야가 서류를 집어던졌다. 그냥 난 토비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말이지. 예상치 못한 미야의 행동에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눈동자가 흔들린다. 미야가 사람좋게 웃었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상담실에 깔린 고요를 흩어내는 물음. 미야의 눈이 유려하게 휘어진다. 혹시, 너도 의자에 앉니? 말투는 다정했다. 자유로워진 두 손에 카게야마가 제 무릎을 매만졌다. 불안해보였다.



"......."


"괜찮아."


"................어머니는, 죽었나요?"



쾡한 얼굴의 카게야마가 웃으며 물었다. 턱을 괸 미야가 대답했다. 아마도- 그건 무리잖아? 심장이 꺼내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건. 미야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렇구나. 카게야마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손을 매만졌다. 세터는 손을 아껴야해.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엿같아. 욕설을 내뱉던 카게야마가 물었다. 


그럼 어디를 꺼내야 죽지 않을까요. 


흩트러진 카게야마의 머리가 흔들린다. 살인마구나. 미야가 달라진 질문에 입꼬리를 올렸다.



"토비오군이니?"


"..............."



고개 숙인 카게야마가 키득거렸다. 그렇지만 카게야마는 당신을 좋아해요- 나즈막하게 말하는 말에 미야가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말이 조금 이상했다.  카게야마는 말이 없었다. 텅빈 상담실. 녹음기. 하얀방. 창문에서 나즈막하게 들어오는 햇빛. 미야가 안경 너머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정적이 가라앉는다. 카게야마가 창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는 당신이 자기를 '구원'해주길 원해요."



그 말에 미야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


*

*




"엄마는 제 모든 것을 감시했어요."


"...........그래?"


"네. 아빠와 닮길 원했죠."



카게야마의 어머니는 카게야먀의 모든 것을 확인했다. 성적, 부활동, 키, 외모까지. 모든 걸 강요하고 확인했다. 아빠와 닮게 만들기 위해서. 그 와중에 망가진 걸테다.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본인이 부정당한 세상. 미야가 성당 아래에서 뛰어노는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아주 예전에 간단한 실험이 있었다. 실험자는 거울을 마주보고 계속해서 물어야했다. 넌 누구야? 하루 이틀이 지나고, 그것이 오랜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결국 실험자는 망가졌다.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것 치고는 손쉽게 존재를 부정하게 된다면 인간은 망가졌다. 그것이 더군다나 부모라면.


분열되는 건 순식간일터.



"그건 너무한걸?"


"하지만 이해는 해요. 엄마는 아빠를 잊지 못했으니까."



때리는 건 아팠지만. 그래도 벌레를 먹이게 하는게 젤 싫었어요. 카게야마의 말에 미야가 웃었다. 카게야마가 제게 손을 뻗었다. 사제복을 입은 미야가 다정하게 한손을 잡곤 카게야마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꿈 속으로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쉬운 편에 속했다. 그건 아마도, 제 어미로 인해 망가진 의식 덕분이겠지. 자비로운 미소를 띈 미야가 성경의 구절을 읊었다. 너에게 축복을.- 미야의 축복에 카게야마가 환하게 웃었다. 꿈 속은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없는 세상. 카게야마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자주 잠들었어요."


"어머니가 없는 세상이 좋았구나."



네. 카게야마가 잔디밭에 주저 앉았다. 잔디밭 한 가운데 서있는 성모 마리아의 동상이 카게야마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뭐, 토비오의 의식 속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안될 법도 없었다. 미야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나비가 날아다녔다. 따뜻한 햇살. 꿈은 망가진 카게야마의 의식 속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웠다. 하지만 미야는 잘 알고 있었다. 깊은 속이 망가진 사람일수록 겉모습이 고요한법.



"..............미야상"


"............응?"


"사랑해요."



카게야마가 환하게  웃었다. 그래, 미야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미야는 조금 더 깊은 무의식으로 가기위해.카게야마를 죽였다. 미야은 다시 한번 성경을 읊었다. 하느님이 진노했다. 카게야마의 기억들이 카게야마를 바라본다. 하얗게 질린 카게야마는 제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세상이 뒤바뀐다.


이젠 꿈이 아니라, 진정한 카게야마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카게야마의 총 8개의 인격은 카게야마의 학대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카게야마의 어미는 종교를 맹신했다. 그 결과로 카게야마가 말을 듣지 않는 날이면 성경에 적힌 고문을 행하곤 했었다. 혀를 차던 미야가 마지막 남은 방문을 열었다. 자료에서 봤던 낡은 방. 카게야마가 어미에게 고문을 받던 그 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의자 8개가 놓여져 있었다. 인격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인, 의자.


[히타키 코타로,감독-물]

[엄마가 나를 물에 넣었다. 숨이 막혀서 엉엉 울자 시끄럽다고 내 뺨을 내리쳤다.]


[히바라다 후키,감독-가죽]

[밥을 먹다가 엄마가 손등을 긁어내렸다. 피부가 벗겨졌다]


[치카야 에이키치,유스-불]

[학교를 갔다. 배구부에서 주전이 되었다고 하자 엄마가 성화라며, 팔뚝을 불로 지졌다.]


[코모리 모토야,유스-벌레]

[화가나서 여자의 방에 벌레를 풀었다. 엄마가 내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곤 내 입안에 벌레를 집어넣었다. 나는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한참을 빌었다.]


[모치다 곤도,유스-메마름]

[엄마가 계속 물을 주지 않았다. 목이 말랐다. 상처를 내서 내 피를 핥아먹었다. 갈증이 가신다.]


[사쿠사 키요요미,유스-심판]

[이제는 너무 힘들다, 누가 구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방문을 열었다. 엄마에게 가야했다. 죽여버리고 싶어.]


[카게야마 토비오,?-심장]

[어머니의 심장을 꺼냈다.]


하늘에서 미카엘과 천사들이 내려와 인간들에게 하느님의 나라가 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엄마가 없는 세상은, 하느님이 내려온 세상 같을꺼야. 어머니.



"왔네요."



나의 구원자.


카게야마가 환하게 웃으며 미야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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