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오이카와의 흔적과 다정한 오이카와가 등장합니다.

*리퀘스트입니다.

*감기 걸려서 어제 못올리고 지금 올려요..ㅠㅠ

*다정한 오이카와가 쓰레기 오이카와랑 사귀던 열일곱의 카게야마를 만나는 이야기.

*쓰레기 오이카와가 다정한 오이카와랑 사귀던 스물 셋의 카게야마를 만나는 이야기는 다음에! 





스물다섯의 오이카와 그리고, 열일곱의 카게야마.




익숙한 천장이었다. 집? 자취방이 아니라? 대학 리그에서 날아다니던 자신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뭐지? 오이카와가 머리를 글쩍였다. 어슴푸래한 햇살이 창문 사이로 비처럼 내리고 있었다. 포근한 이불의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 이불에 얼굴을 묻으니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끄러워. 오이카와가 손을 뻗어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았다. 그리고, 응. 침대가 아니잖아? 그제서야 오이카와는 제가 있는 공간이 무언가 익숙한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 여기. 내 방인데?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어 눈을 껌뻑였다. 수 십번, 수백 번, 수천 번 만져 닳아버린 배구공과, 고등학교 내내 적었던 배구 노트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베게가 두 개. 오이카와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



오이카와가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고는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가 덮어준듯 한 이불이 흩어져 내렸다. 말도 안돼. 이게 무슨 소리야. 오이카와가 달력을 확인했다.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가 있었다. 마치 누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 마냥, 시야는 조금 더 낮아지고, 휴대폰의 시간은 바뀌어 있었다. 5년 전으로. 오이카와가 걸음을 옮겼다. 엄마-? 입을 열었지만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아무도 없나. 오이카와가 손을 천천히 벽에 가져 대었다. 익숙하지만 이제 낯설어진 곳. 오랜만이네. 미소를 지은 오이카와가 주방으로 가 물 한잔을 입에 마셨다. 아직 이른 시간이구나. 시계의 시계가 째각거리며 5시를 알렸다. 물들은 것 만 같은 여린 햇살이 창을 타고 거실에 부서졌다. 빨강, 노랑, 수 많은 색으로 세계가 물들어간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익숙한 검은 머리의 소년. 반짝이는 머리칼이 마치 비단결 같이 고왔다. 붉어진 얼굴이 색색 거리며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토비오짱?- 오이카와가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몸을 웅크린체 미동이 없었다. 자는구나- 담요를 어깨에 덮은체 나온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울었나. 눈가가 촉촉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런데, 여기 우리 집인데. 뭐지. 오이카와가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눈물을 닦았다. 한참을 운 듯, 발개진 볼이 안쓰러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우리 싸우기라도 한걸꺼나.


오이카와가 소파에서 잠든 카게야마의 앞에 몸을 웅크렸다. 고등학교 때는 심하게 싸우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오이카와가 조심스래 카게야마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우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잖아. 



'좋아해요.'



정말. 좋아합니다.


카게야마는 눈치가 없었다. 싫어하던, 좋아하던 제가 좋으면 좋은 거였다. 그렇지만 선을 넘지 않는 아이. 제가 마음을 받아준 것도 서로 마음을 통해서 받아준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건 카게야마와 사귀고 난지 2년 후. 제가 해주었던 다정한 행동들도, 다 그냥 잠시간의 일탈로 생각했던 바보 같은 카게야마를 떠올린 오이카와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래도 좋았다.  카게야마가 바보 같기 때문에 좋았던 걸지도 몰랐다. 그 아픔을 겪어도, 배구를 계속 하는 바보 같음과, 착함에. 오이카와는 저가 계속 카게야마에게 눈길이 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어나봐, 열일곱의 토비오짱."



새근 새근 잠든 아이는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소매가 눈물로 젖어있었다. 잠든지 얼마되지 않은 걸까. 오이카와가 제가 덮고 있던 담요를 카게야마의 어깨 위로 덮었다. 너를 아프게 한 건 누굴까. 오이카와가 쓰게 웃으며 속삭였다. 아프지마. 바보 같은 토비오짱. 그때였다.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잘못했어요."



소년이 울고 있었다. 꿈을 꾸는 걸까. 제가 아끼다 못해, 품에 안고 소중히 여겼던 소년이 울고 있었다. 남들 보여 주는 것도 아까워서 품에 안고 어화둥둥했던 소년이 울고 있었다. 아리잖아. 울지 말라고. 처음 카게야마가 대학 리그에 나가고 눈 앞에서 승리를 놓쳤던 날. 그 때도 슬펐는데. 서럽게 우는 토비오를 그저 안아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오이카와가 미소를 지었다. 무슨 슬픈 꿈을 꾸는지 눈물을 흘리는 카게야마가 입을 뻐끔였다.


그리고.



"........오이카와상."



버리지 마세요.


제발. 잘못했어요. 오이카와상.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뺨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멈추었다. 그제서야 붉게 달아오른 뺨이 서러움이 아니라, 누군가가 때린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오이카와가 몸을 일으켰다. 뭐야. 오이카와가 황급히 휴대폰으로 들어가 메신저를 확인했다.


[.........너 카라스노 녀석이랑 사귀잖아.]


[무슨 그게 사귀는 거야. 맛층! 여자친구는 엄연히 따로 있다구요~]


[개새낔ㅋ 너 이와이즈미한테 걸리면 뒤지는 거아냐?]


인기척을 느낀 카게야마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껌뻑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이었다. 오이카와가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손으로 이마를 감싸쥐었다. 뭐야. 여기.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카게야마가 저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흘러내린 티셔츠 사이로 울긋불긋한 울혈이 가득했다. 내가 그랬다고? 아 젠장. 오이카와가 욕설을 내뱉자 잔뜩 겁먹은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빨간 두 볼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먼저 가려고 했는데."



눈물을 훔치던 카게야마가 몸을 일으켰다. 멍과 울혈로 얼룩진 몸이 여실히 오이카와의 눈에 들어왔다.  없는 부모님. 성관계의 흔적이 가득한 카게야마. 오이카와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언제나 소중히 여기던 너였다. 새파란 하늘 같은 너의 눈동자에 눈물을 고이게 하지 않으려 얼마나 노력했는데. 네 소중한 새 같던 너라 환한 하늘에서 날게 해주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왜.


여기서 너는 그러고 있니.


오이카와가 알 수 없는 자괴감에 얼굴을 감쌌다. 아. 카게야마가 잔뜩 겁 먹은 눈동자로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게 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왜. 너 그러고 있어.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안겨 올 아이 아니였어? 오이카와가 눈을 감았다. 휴대폰의 메신저들, 카게야마의 몸에 남은 흔적. 그리고 카게야마의 반응. 여기서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뻔했다.



"토비오."



카게야마가 화들짝  놀라 저를 바라본다. 제가 카게야마에 대한 사랑으로 묻어버렸을 열등감과, 자괴감을 당사자에게 풀어버린 거겠지. 사랑으로 묻을 수 없을 만큼 피폐하게 변했을 테다. 오이카와가 눈을 떴다. 마치 스스로가 잘못한 것 마냥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니 오이카와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네가 환하게 웃을까.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아 당겼다. 잘은 모르겠다.


저는 이미 국대에 뽑힌 스물다섯의 청년이었고.


지금 내 앞에서 울고 있는 너는 분명 스물셋의 유망주 선수였었다.


아니, 였어야 했다. 이렇게 상처 받고 울고 있는 네가 아니라 꿈에 도전하고 있는 소년이어야 했다. 오이카와가 품안에 카게야마를 안았다. 제 기억보다도 심하게 마른 몸에 오이카와가 울컥, 하고 울어버릴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카게야마가 제 행동에 몸을 뻣뻣하게 굳혔다. 그렇게 행복하던 그 곳에서도, 너는 내 사랑을 믿지 못해 아파했는데.


이 곳에서 너는 얼마나 힘들었니.



"미안해."



카게야마가 눈을 뜨다 천천히 고개를 제 어깨에 묻었다. 둘 사이엔 한참 동안이나 그 어떤 말도 오고가지 않았다. 다만 어깨가 카게야마의 눈물로 젖어들어갈 뿐. 해가 뜬다. 옅은 색깔의 물감으로 물들인 것 같던 햇빛에 색깔이 더해진다. 더 찬란한 빛으로. 그리고 그 빛 사이에서 카게야마가 울고 있었다. 



"울지마."



제가 이런 말을 한들, 카게야마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건 제가 잘 알았다. 여린 아이다. 겉에 보이던 고집불통에 냉정한 면은 그런 카게야마를 숨기기 위함이라는 것을 제가 잘 알았다. 그 약점을 파고 들면 들 수록 망가지는 건 카게야마라는 걸 오이카와, 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애써 웃었다. 열아홉에 저는 그 걸 잘 알고 있기에 이 아이를 이렇게 했겠지. 그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스물 다섯의 제가 이런 말을 한 들, 이 곳에서 열아홉의 저는 카게야마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걸 알기에. 설령 꿈같이 흩어질 아이라도. 그 말은 해주고 싶었다.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토비오쨩.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아이야."



카게야마가 저를 바라본다. 오이카와가 눈물범벅이된 카게야마의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웃었다.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눈물 젖은 카게야마의 눈가를 닦아준다. 그리고는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혹여나, 꿈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를 좋아해도 괜찮아. 하지만, 내 감정을 받아주지는 말아줘. 너는 그런 감정을 받아도 되는 아이가 아니야. 혹은 먼 미래라도. 오이카와가 애써 환하게 웃었다.



"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니까."



가장 행복할꺼야.



스물다섯의 오이카와가 상처입은 열일곱의 카게야마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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