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내용과 비슷하지만 설정 구멍들을 메꾼체로 씁니다, 스포가 싫으시면 오이카게 썰은 안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키워드: 센티넬버스+주토피아 초커.

*이번편은 좀 잔인할 수 있습니다. 초반 약간

*예상 편수 5편 완결~!!!



목줄을 찬 짐승의 세계




'센티넬이란 건 어떤거에요?'



어린 카게야마가 아카아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카아시가 인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려운 사람들이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사람이야. 정말이에요? 따스한 설렘에 발갛게 붉어진 볼로 카게야마가 되물었다. 환하게 웃던 보쿠토가 방방 뛰는 어린 카게야마를 안고 입을 열었다. 맞아. 나를 봐! 헤이헤이헤이! 슈퍼 히어로~ 장난스럽게 보쿠토가 입을 열었다. 흐릿한 카게야마의 기억 사이로 환하게 웃는 보쿠토와 아카아시의 얼굴이 흩어진다. 센티넬이란 건 정말 그런걸까. 한참동안이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던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였다. 그렇지. 맞다.


다정하게 답해줬던 그들은 지금 이 세상에 없지.



"...................아프다."



허탈해진 카게야마가 잘려버린 왼팔을 들고 털썩 누웠다. 주위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제 능력인 중력으로 찍어 눌러버린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형체가 되어 굴러다닌다. 너덜너덜해진 다리로는 걸을 수가 없으니까 잠깐만 누워있을까. 하늘을 향해 차가운 바닥에 눕자 눈에 보이는 풍경들. 부서진 건물과 눈부신 햇빛. 매캐한 화약내. 카게야마가 몸을 웅크렸다. 천천히 재생되기 시작하는 몸. 하지만 이번 부상은 꽤 상태가 심각한지 평소보다 재생 속도가 느렸다. 아, 그럼 또 오이카와상을 만나야 하는걸까. 시멘트 바닥의 차가움이 전혀져 몸이 시렸다. 사실, 몸이 시린게 아니라 마음이 시린 것 같기도 하다. 카게야마의 머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그리고 햇빛을 가리는 그림자. 



"센티넬 H-31, 발견했습니다."



제 눈 앞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어. 쿠니미다. 나 데리러 온건가.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였다.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상태에 얼굴이 미묘하게 찌푸려졌다.



"카게야마. 너 바보야?"



목에 초커를 찬 쿠니미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풀죽은 카게야마의 대답을 무시한 쿠니미가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상부에 상황보고를 보낸다. H-31, 오른쪽 다리 현재 사용 불가, 왼쪽 다리 역시 동일. 왼팔은 절단입니다. 더 이상 임무 수행은 어렵다고 판단되니, 센터로 귀환시키겠습니다. 쿠니미가 너덜너덜해진 카게야마의 몸을 들어올렸다. 품에 안긴 카게야마가 힘없이 늘어진다. 혼자서 수 백명을 상대한 탓인지 카게야마의 몸에는 힘이 없었다. 카게야마가 쿠니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잠들면 안돼. 언제 나도 이성을 잃고 폭주할 지 모르니까. 애써 잠들지 않으려는 카게야마를 바라본 쿠니미가 혀를 찼다.



"네 몸 소중한지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카게야마."


".....?.....고마워."



카게야마의 대답에 쿠니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파란 빛과 함께 주위의 풍경이 변한다. 익숙한 곳. 센터. 센티넬들을 관리하는 기구. 카게야마의 피칠갑이 된 모습에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힐끗 바라보고는 다들 제 할일을 한다. 그게, 센티넬의 위치. 병동으로 걸음을 옮긴 쿠니미가 마련된 병상에 카게야마를 눕혔다. 격려가 아니야. 아까 내가 한 말은,- 쿠니미의 말에도 카게야마는 그저 얼굴에 물음표만 띄웠다. 하, 진짜. 쿠니미가 알 수 없는 눈으로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팔다리가 잘려 아이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피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끔찍하게 고통스러울텐데도. 왜 저리 덤덤할까. 쿠니미는 카게야마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스가와라상을 부를테니까 가만히 있어."


"..응."


"그리고."



문고리를 붙잡은 쿠니미가 입을 열었다. 이제 너도 어려운 임무만 맡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해. 쿠니미의 눈동자가 쓰게 가라앉았다.



"네가 그리 열심해 해봤자 세상은 달라지지 않잖아."



쿠니미의 냉막한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에 울려퍼졌다.




*




카게야마가 제 부서진 팔다리에 소독약을 뿌리는 스가와라를 바라보며 쿠니미의 말을 되내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머리는 더욱 더 어지럽기만 했다. 어려워. 쿠니미는.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였다. 몸을 소중히 하라는 스가와라의 잔소리도 카게야마의 머리속에는 박히지 않았다. 생각에 빠진 카게야마가 멍하니 제 상처를 바라보자 옆에 서 있던 오이카와가 비아냥거렸다.



".........언제까지 있어야 해요? 수업도 빼먹고 온건데."


"........오이카와군. 가이드면 가이드의 임무에 충실해줄래요?"


"뭐~전 정식 가이드도 아닌데."



빈정거리는 오이카와의 말투에 스가와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오이카와가 시선을 돌리며 휘파람을 흥얼거렸다.



"근데 오늘은 진짜 상태 심각하네."


"알면 닥쳐줄래요. 오이카와군."


"헤에. 상쾌하신 의사선생님은 은근 까칠하시네요."



오이카와의 대답을 무시한 스가와라가 몸을 일으켰다. 카게야마가 완벽하게 괜찮아진 건 아니였지만 부상자가 카게야마 뿐이 아니라 어쩔수가 없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카게야마가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피가 묻은 장갑을 벗은 스가와라가 획하니 오이카와를 흘겨보다 입을 열었다. 아마 오이카와군이 카게야마의 옆에 3시간 정도 같이 있어주면 될 것 같네요. 스가와라가 오이카와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눈물점을 가진 순수한 남자의 얼굴은 제법 매서웠다. 허튼 짓하지 마요. 성난 스가와라가 문을 열며 말하자 오이카와가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 했다.



"저는 일반인일 뿐이라구요~"


".........하아."


"뭐, 토비오는 제가 잘 돌볼테니. 가시죠?"


".......가볼께. 카게야마군."


"네. 안녕히 가세요. 스가와라상."



스가와라가 제게 인사를 하지 않고 가는 모습에 오이카와가 키득거렸다. 문이 닫기자 병실에 멤도는 적막. 스가와라가 떠난 병실은 조용했다. 그나저나 3시간 동안 뭐한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오이카와가 털썩,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센티넬은 가이드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의 정식 가이드가 아니기에 그 제약에서 자유로웠다. 그 건,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에게 제안했던 것. 카게야마가 조용히 저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딱히 할말이 없는 탓이겠지. 소독약 냄새가 알싸하게 병실에 맴돌았다. 휴대폰에 집중하던 오이카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파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 놀란 카게야마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혼자 무언가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저기, 죄송한데. 오이카와상. 



"몸 좀 일으켜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해요. 카게야마의 사과에 오이카와가 얼굴을 찡그렸다. 알 수 없었다. 왜 기분이 나쁜지는. 왜 사과하는 거지? 찌푸려진 얼굴의 오이카와가 사람의 몰꼴이 아닌 카게야마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가이드 아닌 가이드 생활을 하게 된 것도 어느새 한 달. 오이카와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카게야마의 모습을 봐야했다. 해부학 실습을 하면서 잔인한 장면은 익숙하다고 해도, 쉽사리 적응이 되지는 않았다. 오이카와가 손을 뻗어 망가진 카게야마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카게야마가 입을 연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말을 건낸 카게야마가 아직 완벽히 재생되지 않은 팔로 애써 몸을 움직였다. 기어코 푹신한 베게에 몸을 기댄 카게야마가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힘들게 몸을 움직여 기껏 바라보는 건 창문. 오이카와가 빈정거리며 되물었다.



"그냥 누워있는게 괜찮지 않겠어?"


"........그래도."



창 밖을 보고 싶어요.


카게야마의 말에 오이카와가 입을 다물었다. 창문을 그리 바라보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았기 때문이었다. 센티넬은 초커를 착용하게 된 순간부터, 사실 일반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초커는 차별이라는 것의 암묵적인 상징과도 마찬가지. 오이카와가 무심코 카게야마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초커가 반짝였다. 겉모습이 인간과 같은 그들을 구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 초커가 센티넬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건 일차적인 의미에 불과했다. 오이카와의 손이 카게야마의 피부에 닿았다. 시선을 창문에 고정했던 카게야마가 온기에 오이카와를 바라본다. 창문 밖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새파랗게 잎이 돋은 나무들. 잔디. 피어난 꽃들과 파란 하늘. 그곳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사람들.


그리고 그게 당연하지 않은 아이.


카게야마가 제 손길에 몸을 움찔한다. 여린 목의 피부가 손에 미끄러진다. 카게야마가 눈을 크게 떴다. 파란 눈동자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담긴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었다. 마치, 빠져버릴 것 같다. 오이카와는 그리 생각했다. 갑자기 문득 묻고 싶어졌다. 손을 내린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토비오짱은, 센티넬인 걸 후회해?"

 

"............"



의아한 눈으로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엇갈렸다. 카게야마가 망가진 손으로 초커에 손을 올린 오이카와의 손을 잡아내렸다. 창밖에서는 아이들의 꺄르르 거리는 웃음소리가 병실에 울려퍼진다. 



"어떻게 후회해요?"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난 걸. 


당연한 것을 얘기하는 것 마냥, 소년은 덤덤했다.





*


*

*





"가이드 생활 재밌냐."


"닥쳐줄래. 맛키."


"겁나 웃기네. 너 센티넬 혐오자 아니였냐?"



하나마키가 낄낄거리며 입을 열자 오이카와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낸들 알아? 야. 그래도 용돈벌이는 꽤 됨. 옆에 있기만 하는건데. 오이카와의 말에 하나마키가 오이카와의 입에 제 귀를 가져댄다. 무어라 속삭이는 오이카와의 말에 하나마키가 눈을 크게 떴다. 야. 대박이네. 그정도면 헐. 나도. 찡찡거리는 하나마키를 밀어낸 오이카와가 라떼를 쭉 빨아들였다. 카페의 탁자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신경 해부학 책들. 그리고 하필 시험 범위는 센티넬과 가이드. 아. 개 싫다. 오이카와가 책에 얼굴을 묻자 하나마키의 웃음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가이드 하면 뭐하냐? 진짜 책에 나온 것 처럼 관계도 해?"


"미친. 오이카와상 센티넬 남자거든?"


"앜. 미친 오이카와."



하나마키가 배를 잡으며 크게 웃자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가이딩 수치가 높아서 한 3년간은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된다더라. 오이카와가 스가와라 말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야. 진짜 가이드는 운명아니고서는 못하겠네. 네 말 들으니까 갑자기 현타온다."


"가이드는 난데 왜 니가 현타와."


"아니. 진짜 운명이란게 있는 것 같아서."



하나마키가 아메리카노를 빨아들이며 프린트를 정리했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책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어제 카게야마가 한 말이 자꾸만 머리를 가득 채웠다. 짜증나. 생각을 지우는 지우개가 있다면 카게야마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자꾸만 떠올랐다. 그 말 때문일까. 오이카와가 머리를 헝클였다. 아. 젠장. 덤덤하던 카게야마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맛키."


"왜?"


"나 한 번도 그런 생각 안해봤거든."



센티넬들이 왜 차별받는지. 그냥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어. 엎드린 오이카와를 바라본 하나마키가 의아한 표정으로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오이카와가 처음, 군 간부에게 맞던 여자 센티넬을 떠올렸다. 그리고 센티넬을 지켜주던 카게야마까지.



"근데, 막상 차별 받는 센티넬을 보니까 기분이 너무 더러운거야."


"............그래서."


"나는 그게 걔네들이 인간인 척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



어줍잖게 인간의 동정심을 자극한다고 생각했거든.


틀린 말도 아니였다. 의학계에서는 날이 갈수록 센티넬에 대한 논문이 쏟아졌다. 그중 반 이상이 센티넬과 인간은 명백히 다르다는 논문들. 그로인해 센티넬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날이 갈수록 당연해졌다. 자식이 센티넬이면 인신매매처럼 팔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버려지는 건 차라리 양호한 일. 센티넬은 일반 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이 세상은 센티넬을 구분하는 것에 익숙했다. 오이카와가 얼굴을 묻었던 책 한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센티넬은 인간과 명백히 다른 점이 있다.- 


시험에 나온다며 형광펜까지 쳐진 문장. 오이카와가 말을 이었다.



"근데 어제 내 센티넬이 그런 말을 하더라."



내가 후회하냐고 물으니, 자기는 그렇게 태어나서 후회할 것도 없데. 


오이카와가 손을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피부가 닿았던 손. 부드러웠지. 하나마키가 오이카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가 몸을 일으켰다.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인 문장이 자꾸만 들어온다. 시끄러운 카페 안. 웃고 떠드는 사람들,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부모와 온 아이들까지. 평범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가지지 못했던 것. 스가와라에게 듣기론 카게야마는 열여섯부터 전장에 나갔다고 하니 사소한 행복이라는 건 알지도 못하는게 분명했다.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걸,"



잘못했다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있잖아. 맛키. 내 센티넬이 다치면 어느정도로 다치는 줄 알아? 팔 다리 하나씩은 기본이야. 오이카와가 웃었다. 그렇게 팔다리 잘렸는데도 내가 오면 웃어. 그냥 기계처럼. 진짜. 처음엔 짜증이 났다? 사실 지금도 짜증나. 왜 멍청하게 웃는지 모르겠어. 그냥.



"엿같아."



맛키. 있잖아. 난 그래도 센티넬이 싫어.


일그러진 얼굴의 오이카와가 욕설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인간으로써의 자존심이 무너진 오이카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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