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의 내용과 설정 구멍들을 고친 글입니다. 스포를 원하시지 않으면 썰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음편 완결+그리고 보쿠아카 외전 한편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늘어날 수 있음ㅋㅋ)

*키워드:센티넬버스 au+주토피아 원작





목줄을 찬 짐승의 세계





"보이니?"


"........."



별로 안다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내상인가. 카게야마가 눈가리개를 내려 놓고 의사에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차츰차츰 회복될 상처니까. 그나저나 스가와라상 이외의 사람에게 진료를 받는 건 오랜만이다. 진료실 밖에 서 있을 오이카와를 생각하던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오른쪽 눈은 괜찮습니다."


"네가 아무리 h급 센티넬이라도 이런 식으로 몸을 혹사시키면서 폭주하는 걸 막으면, 너 일찍 죽어."



걱정하는 의사의 말에 카게야마가 웃었다. 고맙습니다. 카게야마의 말에 의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전쟁이 발발하기라도 할 것 마냥 주변국들의 도발이 심했다. 반정부군이 날뛰는 것은 일부에 불과 할 뿐. 그래서 센터의 센티넬 상당수가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센티넬들은 인간이라기보다 무기에 가까웠으니까. 카게야마가 의사의 말을 흘리며 흐릿해진 왼쪽 눈을 껌뻑이다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또 언제 괜찮아지지.



"일단 약을 처방해줄께."


"..저...그냥 진통제를 처방해주세요."


"...?"


"저 임무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 구역, 반정부군의 몰살. 임무의 내용을 떠올리던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아 싫다. 죽이는 건 싫어. 의사가한숨을 내쉬다 다량의 진통제를 카게야마에게 넘겼다. 이정도면 괜찮겠니?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진료실의 문을 열자 앞에 앉아있는 오이카와가 보였다. 휴대폰을 만지던 그가 뚱하게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쾌군께서 카게야마가 병원에 불려갔다고 얼마나 독촉을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네."


"오이카와상, 오늘은 일찍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지금 가면, 나 상쾌군한테 욕먹는다고~ 토비오짱."



오이카와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너덜너덜해진 군복을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잠시 생각했다. 맞아. 오이카와상이 있으면 내상이 빨리 괜찮아지지 않을까. 지난번에도 일찍 괜찮아졌으니까. 카게야마가 간신히 오이카와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면, 센터까지만 동행해주세요."



흐릿한 왼쪽 눈 탓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조금 아쉬운 것 같기도 하네. 카게야마가 습관적으로 초커를 만졌다. 그때, 오이카와상이 제 목을 만졌을때 따뜻했는데. 마치. 인간처럼. 카게야마가 쓰게 웃었다. 임무 도중 시야가 흐려져 상황이 급박했던 탓이 일반 병원에 온게 문제였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수근수근 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앞에 인형을 들고 있던 아이 하나가 제 목에 걸린 초커를 보고 기겁하듯 도망갔다. 크게 울려퍼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카게야마가 군복을 치켜 올려 목을 가렸다. 아이가 제 부모에게 소리친다. 센티넬이야.- 당황한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이름을 불렀다.



"............토비오짱."


"....조금 있으면 센터에서 차량이 올꺼에요."



카게야마가 황급히 병원 문을 나섰다. 토비오짱?! 어디가?!!!- 오이카와의 말에도 카게야마는 도망치듯이 거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무서웠다. 분명 같은 인간이라고 배웠는데. 제가 착각이라도 한 것 마냥 사람들의 시선은 매서웠다. 그 시선을 피해 카게야마가 한참이나 뛰고 뛰었다. 숨을 내뱉었다. 흐트러진 숨에 카게야마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제게 도망칠 곳은 없었다. 도망칠 곳이 없어. 서글퍼진 카게야마가 도로 한켠에서 몸을 웅크렸다. 싫다. 싫어. 흐릿해진 눈에 세상이 어지럽다.


오이카와의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퍼졌다. 아마 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그에게서는 언제나 푸릇푸릇한 향이 났다. 제가 계속 그리워하던 느낌. 센티넬인 저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사람의 온기. 하지만,


그는 센티넬을 싫어했다.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오늘따라 더 서글픈 것 만 같다.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는데도. 오늘은 더. 당신이 있기 때문일까. 카게야마가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눈물이 날 것 같잖아.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졌다. 그리고. 제 위에 그림자가 진다. 싱그러운 기운이 저를 감싼다, 서글픈 기운도 가라앉을 만큼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오이카와상이구나. 그가 입을 연다.



"토비오짱. 왜 그래? "


"..............."


"그냥 그러려니 넘겨."



저를 따라오느라 숨이 일정치 않은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말에 눈을 크게 뜨다, 웃음을 터트렸다. 파란 눈동자에 이내 눈물이 고여들어간다. 당신의 기운은 여전히 싱그러웠다. 내가 감히 당신의 센티넬이라는게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카게야마가 눈물을 닦고 몸을 일으켰다. 죄송해요. 그냥. 기분이 잠깐 이상해져서. 카게야마가 애써 오이카와를 향해 웃었다. 잔뜩 인상이 찌푸려진 오이카와의 얼굴에 카게야마는 그저 웃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미칠만큼 슬픈데도.


웃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초커를 차면 사랑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걸음을 옮기는 오이카와의 앞으로 아까 인형을 든 어린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카게야마를 보고 울음을 터트렸던 아이. 그 모습에 또 아이가 울까봐 걱정이 된 카게야마가 제 몸뚱아리를 오이카와의 뒤로 숨겼다. 오이카와가 그 행동에 무어라 입을 열었다. 뭐하는거야. 토비오짱. 그리고 오이카와의 말을 끝으로 아이가 횡단보도에 인형을 떨어트렸다. 곰돌아- 아이가 인형의 이름을 부르며 인형을 줍기 위해 다시 횡단보도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도로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화물차 하나. 멋모르는 아이가 인형을 들어올렸다. 아이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화물차에 엄마로 보이는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안돼!!!!!!!!!!!!"



놀란 오이카와가 벌어질 끔찍한 상황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이카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차가 멈춰있었다.



"............토비오짱?"



오이카와는 본능적으로 차를 멈춘 사람이 카게야마라는 것을 알아챘다. 눈 앞까지 다가온 화물차에 아이가 놀라 제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고개를 돌린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의 목에 있는 초커가 요란하게 빛나고 했었다. 그리고 괴로운 듯이 주저 앉는다. 아이를 구해준 것이 카게야마인 걸 알아챈 부모가 화들짝 놀라듯이 아이를 품에 안아들고 도망친다. 구해준 건 카게야마였음에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가족들에 카게야마가 그저 웃었다. 그리고 왈칵. 기침을 토해냈다. 바닥에 떨어지는 붉은 피가 마치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오이카와가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카게야마가 치밀어오르는 고통에 눈을 감았다.


초커에는 제어 기능도 있다.


가이딩을 이용한 제어기능이 아닌, 단순한 고통을 이용한 제어 기능. 지정된 구역이 아닌 곳에서 능력을 쓰면, 이렇게 되곤 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계속 이런 짓을 반복하곤 했다. 속이 뒤틀리는 고통에 카게야마가 괴롭게 신음을 토해냈다. 당황한 오이카와가 계속 피를 토하는 카게야마에게 다가갔다. 토비오짱. 경찰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지금 벌어지는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떨어지세요...오이카와상."


"지금. 이거 뭐야? "



당황한 얼굴의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피를 닦아내며 묻자 카게야마가 대답했다.



"그냥. 제가 센티넬이라서 그래요."



예상치 못한 말에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끌어안은 손에 힘을 풀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들이 카게야마와 오이카와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카게야마가 익숙한 듯 피를 닦아내고 오이카와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상당한 내상에 머리가 어지럽다. 하지만. 잠깐 다녀올께요. 그렇게 말한 카게야마가 수 십대의 경찰자가 애워싸진 곳으로 터벅 터벅 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다. 오이카와는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마치, 꿈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그냥, 카게야마는.


아이를 구했을 뿐인데.


카게야마가 토해낸 피가 묻은 손을 웅켜쥐며 오이카와가 고개를 숙였다.




*


*

*




센티넬의 인권은 생각보다 낮았다. 어디 구역에서 살아야하고, 어떨 때만 능력을 써야하며 심각하게는 우수한 센티넬들을 만들기 위해 결혼 상대까지 지정되는 일이 허다했다. 게다가 센티넬이 구해줘도 센티넬이라는 사실이 들어나면 사람들은 돌변했다. 



"모르겠어?"


"..........."


"카게야마가 왜 잡혀갔는지 모르겠나요? 오이카와군."



일그러진 얼굴의 스가와라가 입을 열었다. 침대 옆에 앉아있던 스가와라의 말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병상 위에 쓰러져 수액을 맞고 있는 카게야마가 눈에 들어왔다. 왠지 오이카와는 아무말도 할 수 없다고 느꼈다.



"초커는 가이딩 같은 제어제가 아니에요. 센티넬의 몸을 박살 내버리는거죠"


"............그게 무슨 소리.."


"마음에 안들면 그냥 인형처럼 센티넬을 망가트리는 겁니다."



스가와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죄인거에요. 센티넬로써 사람을 구한 죄. 사람이 사람을 구했다면 의인으로 추앙받았겠죠. 하지만 센티넬은 그게 당연하지 않아요. 분노로 인해 스가와라의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센티넬 수는 대략 1만명이에요. 살상 능력을 가진 D급부터는 체 2000천명이 되지 않아요. 그들이 다 어디 있는 줄 아세요? 오이카와군. "



전쟁터에 있어요.


카게야마는 열여섯살 때부터 전쟁을 돌아다녔고, 동년배인 쿠니미는 14살때부터 전선에 섰다. 특히 카게야마는 열여섯부터 H급으로 배정받아 약 만 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죽일 정도로 전장에 굴러다녔다. 확인 된 수치만 그 정도. 비공식적으로 따지면 숫자는 어마어마하다. 그 사람들을 누구 대신에 죽여야했던 카게야마의 절망은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뒤 이은 말에 오이카와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폭주한 센티넬에 의해 죽었죠? 오이카와군의 부모님."


".........어떻게."


"...................그 때 당시 폭주한 센티넬에 의해 죽은 사람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거짓말하지마.


오이카와가 으르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게 하필 우리 엄마였다고? 하필 왜 우리 아빠였다고?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에게 대답했다. 웃기지마요. 그럼. 왜. 우리 엄마 아빠가 죽어야 했는데?



"센티넬이 왜 폭주하는 줄 알아요?"


"....가이드 가 없어..서."



오이카와가 스스로 뱉은 말에 문득 어떠한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대전이 끝난지 이제 고작 20년. 센티넬이라는게 생겨난건 30년.



"그럼 센티넬을 전장으로 내몰아, 가이드를 잃게한 건 누구죠."


"............"


"만족해요?"



일그러진 얼굴의 스가와라가 되물었다. 오이카와의 부모님을 죽인 센티넬은 얼마가지 못해 자살했어요. 폭주로 인해 괴로워했거든요. 센티넬들은 악마, 혹은 괴물이라고 불리죠. 하지만 그들도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며 괴로워해. 스가와라가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말했다.



"오이카와군의 입장도 이해해요. 오이카와군이 그 센티넬을 이해하고 용서할 이유는 없어요."


".............."


"하지만 본인이 그렇게 따지면 가이드를 잃은 수 많은 센티넬들도, 인간을 미워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네요."



잘려 버린 목을 들고 울고 있던 첫 만남의 카게야마가 떠오른다.  저는 단순히 죽은 센티넬을 단순히 가이드를 잃어서 폭주했겠지. 라고 생각하고 그만둬버렸다. 오이카와가 예상치 못한 스가와라의 말에 혼란스러운 듯 눈을 크게 뜨다 고개를 숙였다. 젠장. 어쩌란 말이야. 그저 부모님을 잃었기에, 센티넬에게 죽었기에 저는 그들을 원망했다. 하지만 전선을 돌아다니는 의사라면 그건 언젠간 발생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저 단순히 원망할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몰랐다. 그래 이건 이기적인거다.



"센티넬들의 인권은 한없이 밑바닥이에요."



소수의 센티넬만 소모품처럼 써버리면 인간은 안전하니까.



"지금 당신들의 행복은, 센티넬들의 죽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왜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인간은 참 행복하죠? 오이카와군?


스가와라가 오이카와를 향해 쓰게 웃었다.





*


*


*





"...........오이카와상?"


".............."



잠에서 일어나보니 카게야마의 눈 앞에 오이카와가 서 있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난 거구나. 초커가 센티넬에게 내상을 입히는 정도는 생각보다 강하다. 한 3일은 내리 앓을 줄 알았는데. 카게야마가 휴대폰으로 하루가 지난 걸 확인하고 오이카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일그러진 오이카와의 얼굴은 펴질 기미가 없었다. 왜 그러지. 화나셨나. 카게야마가 머뭇머뭇 오이카와에게 손을 뻗으려다 멈추고,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상? 왜 여기 있어요?"


"토비오쨩."



토비오쨩은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거야?


오이카와가 가라앉는 눈으로 물었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물음에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파란 눈동자에는 괴로움이나, 일말의 절망같은 건 들어있지 않아서 오이카와는 더 괴로웠다. 넌. 왜그래? 이해할 수가 없어. 수 십년간 원망만 해왔던 저와는 달랐다. 넌.  카게야마가 웃으며 조심스래 오이카와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꼼꼼히 흘러내린 오이카와의 눈물을 닦았다. 울지마세요. 오이카와의 눈동자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일그러진 얼굴의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자 미소 지은 카게야마가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그런 말을 내뱉음에도, 카게야마는 아무렇지 않게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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