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이다 예왑~!!!

*잔인한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목줄을 찬 짐승의 세계: 完





그렇게, 오이카와와 카게야마가 애매한 관계가 된지 몇 달이 지난 날. 전쟁이 일어났다. 카게야마가 매주 상처를 입고 오는게 거짓말은 아니었던 듯 세계 각국의 정세는 불안해졌고 대다수의 센티넬과 가이드들이 전선으로 돌려졌다. 현 센티넬 중에서도 현재 최강자 급인 카게야마는 가장 최전방이자 중요한 위치에 배정받았다. 가이드인 오이카와가 의과를 수료한 이유도 제법 컸다. 안경을 쓴 오이카와가 가슴팍에 총알이 박힌 부상병의 수술을 하다 얼굴에 피가 튀었다. 아. 심박박동이 줄어들고 있었다. 피가 부족한 탓이다. 오이카와가 미간을 찡그리곤 입을 열었다. 컴프레셔 들어가. 야하바가 부상병의 가슴에 기기를 붙인다. 하지만, 정적을 알린 건 심박수가 먼저였다. 삐- 울먹이던 야하바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가라앉은 오이카와의 눈동자는 미동이 없었다.



"어떡할까요..?"


"일단, 피는 빼둬."



오이카와가 장갑과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입을 열었다. 끈적한 혈액의 촉감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사체의 혈액은 사후 10시간까지 이용가능하다. 전쟁이난 지금 턱없이 혈액량이 부족한 상황.  오이카와가 사망한 군인의 신원을 확인한다. D급 센티넬. 오이카와가 눈을 지긋이 눌렀다. 



"하아."



전장은 생각보다 참혹했다. 실습을 하는 것에 비해, 몇 배는 힘들었다. 게다가 하루에 수술을 서너번씩 하는 터라. 오이카와가 잠시 쉬기 위해 눈을 감았다. 센티넬들은 보통 최전방에서 돌려진다. 후방에서 엄호 사격을 하는 건 일반인. 넓은 전선을 단지 이천명의 센티넬들로 커버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인정했다. 센티넬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인간 세계의 최하층에서 굴려진다는 걸 목격하고 나서야 이건 그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카게야마와 함께 할 수록, 제가 믿어오던 세계가 차츰차츰 부서진다. 제가 그동안 센티넬에 대해 함부로 얘기한 것도.


우리는 겪어보지 않았기에 무어라 함부로 얘기할 수 있던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카와의 눈에 피범벅으로 변해버린 카게야마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터벅터벅 걸었다. 사람의 피를 뒤집어 쓴 카게야마의 모습에 일반 군인들이 수군거렸다. 괴물이다. 수군거리는 군인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던 오이카와가 걸음을 옮겨 카게야마에게로 향했다.



"오이카와상..?"


"자. 피는 일단 좀 닦아."


"감사합니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가 건낸 수건을 받아들고 얼굴을 닦아낸다. 붉게 물든 피에 카게야마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센티넬에 비해, 인간은 정말 손쉽게 터져버리곤 했다. 그렇지만 명령이니까. 오이카와의 파란 가운에 묻은 피에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올려다 본다.



"죽었나요. 그 아이."


"그래."



그 D급 센티넬, 카게야마가 구해온 아이였다. 오이카와의 대답에 미묘한 표정을 짓던 카게야마가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오이카와가 가운을 벗어 놓고 카게야마의 곁에 털썩 앉았다. 카게야마가 조용히 오이카와의 곁, 침상에 몸을 뉘였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상처회복이 빠르기 때문이었다.오이카와의 눈치를 너무할 정도로 살피는 카게야마였지만 오늘은 유달리 피곤했는지 지친 얼굴로 눈을 감았다. 옷을 갈아입을 생각조차하지 못하는 카게야마의 모습에 오이카와가 쓰게 웃었다. 하긴 또, 습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눈을 떠야할 사람은 카게야마였으니까. 


자질구래한 상처들이 난 손을 바라보던 오이카와가 스가와라의 말을 떠올렸다.



'카게야마가 너무 힘든 것 같으면, 손 한번은 잡아줘.'



센티넬은 가이드와 접촉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좋아지니까,- 오이카와가 머뭇거리다 발갛게 터버린 카게야마의 손을 잡았다. 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카게야마가 눈을 떴다. 오이카와상? 오이카와의 싱그러운 기운이 카게야마의 온몸을 감싼다. 오이카와가 잡은 카게야마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푹 자둬.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였다.



"싫어하시면 괜찮..."


"싫어하는 거 아니니까. 잡고 있어. 이게 너도 조금 더 편하다며 토비오쨩."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가 망설이다 아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손은 마치 탯줄처럼 놓지 않은체.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래가지 않아,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잠들었구나. 동앗줄 처럼 간절하게 제 손을 잡은 카게야마를 바라보다 오이카와가 웃었다. 아직 카게야마가 아기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악을 모르는 어린 아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 걸 알아도, 노력하는 그런 바보같은 사람.



"잘자. 토비오짱."



이제서야, 오이카와는 스스로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걸 인정했다.




*


*

*



전선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초커도 차지 않은 어린 센티넬을 내보낼 만큼. 카게야마가 고시키를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었다. 존경했습니다! 멋모르는 어린 아이가 저를 향해 경례를 해왔다. 고시키의 가이드로 보이는 시라부가 카게야마에게 조용히 초커를 건냈다. 긴급 상황이니, 빨리 진행하고, 전투에 배정하라는 명입니다. 시라부의 말에 오이카와가 미간을 찡그렸다. 가이드는 고시키라는 어린 센티넬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이니, 초커가 어떤 역할인지 모르진 않을 텐데. 



"저도 이제 임무를 맡게 되는 건가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열여섯의 소년이 해맑게 제게 묻는다. 그래. 대답은 했지만 카게야마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어린날, 제게 초커를 채우던 아비의 얼굴이 떠올랐다. 잔뜩 일그러져 있던 그 얼굴을. 카게야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막사의 시선이 집중된다. 


군복을 입은 아직 여린 몸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도 되지 않았잖아. 카게야마가 조심스래 고시키의 목에 초커를 둘렀다. 그리고 입을 연다.



"이제, 이 나라의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는 거야."


"네!!"



고시키를 향해 카게야마가 쓰게 웃었다. 행복하기도 벅찰 나이. 하지만 우리에게 용납되지 않는 것. 행복, 카게야마가 초커의 잠금 장치를 걸었다. 이제 저는, 멋진 군인이 되는 겁니까? 고시키의 말에 시라부가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카게야마도 일그러진 얼굴로 애써 환하게 웃었다.



"이제 이 나라는 너를 환영해."


'이제 이 나라는 너를 환영해.'



아비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 수많은 피가 묻은 손으로 채워진 초커는, 또 다시 피를 부를 것이다. 카게야마가 저주스러운 제 몸뚱아리를 바라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고시키의 초커가 붉은 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고시키가 아무것도 모르고 즐거운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고시키가 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라부상 이거 뭐에요? 아픕니다. 아파. 초커가 주는 고통에 피를 토하는 고시키의 모습. 그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카게야마가 귀를 막았다. 아파, 아파, 하지만 고시키의 비명소리는 두 손을 뚫고 카게야마의 귀에 또렷하게 박혔다. 눈물젖은 눈을 하늘로 들어올리던 카게야마가 도망치듯 막사를 나섰다.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싸우러갑니다."


".............울고 있잖아."



오이카와가 눈물범벅이 된 카게야마의 얼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죽이지 않고서는.." 



제가 괴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카게야마가 쓰게 웃었다. 총알을 챙긴 카게야마가 역중력을 이용하여 날아오르려는 순간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손을 잡아 쥐었다. 가지마. 굳이 가지 않아도 되잖아. 카게야마의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렸다. 이곳은 언제나 피냄새가 흘렀다. 전장에 돌려진지도 어느새 4년째. 카게야마는 처음으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곳에서의 생활이 끔찍하게 괴로운 걸 알아도 바뀌지 않는 현실. 과거의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열여섯의 어린아이가, 단지 센티넬로써 능력이 강하다고 전쟁에 보내지는 세상.


그게 옳은 건 아니잖아.


임무를 하면 그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좀 더 열심히 하면, 사람들을 지켜주면 저와 같은 아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현실과 달랐다. 쿠니미가 말했듯이.


'네가 그리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잖아.'


센티넬은 아무리 노력해도, 센티넬일 뿐이었다.


목줄을 찬, 허울 좋은 짐승일 뿐.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죽어도 상관없는 무기 일 뿐이다. 피가 없는 하이에나처럼 시체를 뜯어먹고 사는 그런 짐승일 뿐이다.



"아니야."



오이카와가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 말 하지마."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그의 싱그러운 기운이 퍼져나간다. 카게야마가 흐릿해진 눈으로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미워하지 마렴.'


그럼 소중할 수 있는 사람도 놓쳐버리고 만단다. 어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오이카와 저는 상처받은 카게야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딱히 고민해봐도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태어났을 때 부터 차별받고, 숨기는 게 당연했던 소년에게 무어라 말해야할 지. 저는 그 모든 것을 가져놓고도, 어미에게 그런 말을 들어놓고도 누군가를 원망만 했으니까.


네가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네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기껏한건 원망하는 것 뿐, 세상의 잘못이라, 센티넬의 잘못이라 원망한 것 밖에 없었다.



"너가 왜 괴물이야."



오히려 괴물은 나였지. 오이카와가 서러움을 삼켰다. 마치 프로그래밍 된 듯한 카게야마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했다. 감정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 마냥 구는 카게야마의 모습에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카게야마가 저를 끌어안은 오이카와를 바라보다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서글픈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많이들 제게 그렇게 말해요."



'괴물이면서.'


처음 본, 카게야마를 향해 제가 했던 말. 그 말을 떠올린 오이카와가 손에 힘을 푼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몸을 밀어낸 카게야마가 희미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괴물도 나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


*

*




그날 이후,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감정적으로 밀어냈다. 아니. 말을 일체 섞으려도, 오이카와의 손을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이드가 없이 전투를 지속한다는 것은 센티넬의 몸에 계속 무리가 온다는 걸 알아도 카게야마는 오이카와를 멀리했다. 답답함에 오이카와가 주먹을 쥐자 야하바가 의료키트를 정리하다 입을 열었다. 



"그거 아십니까? 전쟁 끝난다는 얘기가 있어요."


"에? 진짜?"


"요즘, 전투 뜸해졌지 않습니까?"



그러게. 오이카와가 차트를 정리하다 안경을 벗어내렸다. 카게야마를 찾아야겠어. 센티넬 말입니까? 야하바가 손을 들어 막사를 가르켰다. 아까 들어갔습니다. 오이카와가 야하바에게 인사를 하고는 막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 있어? 막사 너머로, 카게야마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없어? 오이카와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를 닮아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는 막사안. 오이카와가 아무생각 없이 책상 쪽으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그 책상 위에 놓여진, 문서 하나. 왠지 꺼림찍한 기운에 오이카와가 서류를 들어올렸다. 기밀이라 적힌 서류. 기밀? 오이카와가 의아하게 암호로 적힌 서류를 넘겼다. 


[D급 이상의 모든 센티넬을 폐기한다.]


눈물 자욱이 가득한 서류의 마지막 장. 믿기지 않는 얼굴의 오이카와가 손을 꾹 쥐었다. 이거 뭐야. 어떤 미친 새끼야.  다 죽이는게 말이 돼? 오이카와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휴전이라는게, 센티넬들을 담보로 받아낸 건 아니지? 오이카와는 문득, 어떤 말을 기억해냈다.


'더 이상 센티넬이 태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오이카와는 그런 생각을 했던 이를 기억해냈다. 그건 바로 자신. 입버릇처럼 카게야마에게도 내뱉었던 말. 카게야마가 그날 이후 왜 제게 말을 걸지 않았는지도 알 것만 같아서. 재빨리 오이카와가 막사를 나섰다. 그리고, 마치 꿈처럼 전쟁이 끝났다는 라디오가 울려퍼진다. 환호하는 군인들 사이로 라디오의 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뛰고 있는 와중에도 또렷하게 들리는 라디오의 소리가 미칠 듯이 싫었다.


[센티넬의 폐기를 조건으로, 전 세계는 휴전에 동의했습니다.]


군인들이 집에 갈 수 있다며 행복해했다. 야하바도 즐거운지 군인들 사이에 끼어 노래를 불렀다. 그래, 센티넬은 원래 그런 취급이었지.  아무것도 모를 땐 노래를 불렀을지도 몰랐다. 저들 사이에 끼어 맥주를 한잔 마셨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인정하는데 시간은 제법 오래걸렸다. 아무리, 센티넬과 인간이 다르다고 한 들 이게 같은 일이야? 마치, 아무런 감흥 없이 쓰레기 같은 사람이 죽는 것 마냥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동안 죽지 않고 버텨온 것이 모두, 센티넬들의 공임에도. 사람들은 센티넬의 죽음에 기뻐했다. 그게 말이돼? 기뻐해? 즐거워? 미쳐버릴 것 같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죽을 걸 알고 피한거다. 피해가 되기 싫은것이다.


카게야마는 제가 죽어야할 것을 알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뒤틀리는 속을 붙들었다. 



"토비오짱."



병영의 한 구석,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카게야마가 손에 쥔 시체를 털썩 놓았다. 그리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이미 카게야마의 주위에는 시체들이 가득했다. 센티넬들이었다. 아마 이 근방에 배치 받았을 센티넬들. 카게야마가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이미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가득차있었다. 오이카와가 입술을 깨물었다. 괴로워보였다. 끔찍하게 괴로워보였다. 고시키에게 초커를 채웠을 때 보다 더.



"왜 오셨어요."


".............."


"오이카와상은, 센티넬을 싫어하시잖아요."



바람에 카게야마의 머리가 흩날렸다. 이제 전쟁은 끝나요. 우리가 죽으면. 이 근방 센티넬들은 모두 죽였어요. 이제, 저만 죽으면 돼요. 웃으며 입을 여는 카게야마의 말에 오이카와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애써 덤덤하게 얘기하면서 왜, 얼굴은 눈물 투성이야. 너. 오이카와가 피비린내에도 카게야마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카게야마가 비명을 질렀다.



"오지마세요. 제발."


"................"


"다정하게 대해주지 말란 말이야."



센티넬 싫어하면서. 동정하면서. 카게야마가 서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파란 눈동자에 오이카와가 담긴다. 그럼 내가 당신을 좋아하게 되잖아, 말을 삼킨 카게야마가 울음을 토해냈다. 차마 오이카와 본인에게 직접 전할 수는 없는 말. 초커의 불빛이 빨갛게 반짝인다. 이제, 저를 제외한 이 근방의 모든 센티넬들이 죽었다는 것이 정부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죽는 건 나의 차례. 서럽게 우는 카게야마를 향해 다가간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도망치자."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카게야마가 크게 눈을 뜬다. 하지만, 센티넬에게 현실은 각박하다. 사람들이 아무리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 들, 누군가는 센티넬들 무시하고 차별할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인 당신에게도 그러겠지. 무슨 이유으로 당신이 마음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센티넬들에 대한 혐오는 여전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건 알았다. 제가 당신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 마음이 동했다.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싱그러운 당신에 기운에 홀려버릴 것 같다. 하지만 제가 감히 당신의 센티넬이 될 수 없을 것 같아. 카게야마가 환히 웃었다.


카게야마의 목에 걸린 초커가 삐삐-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울지마요. 난 사람도 아닌데. 단지 카게야마 토비오라는 이름은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 저는 H-31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 정부에는 심지어 제 이름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저 코드네임 H-31, 그게 제 이름이었다. 초커에 표시된 식별번호를 오이카와에게 보여주며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전 토비오가 아닙니다. "



네가 왜 인간이 아니야. 오이카와가 말했다. 이제 나는 네가 인간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는데, 노력했던 네가 무너져내리니, 더 미칠 노릇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왜 슬픈지는 모르겠다. 내가 토비오를 좋아했었나. 몰라, 그냥. 네가 죽지 않았으면 했다. 오이카와가 서럽게 말을 내뱉었다. 도망치자. 제발. 토비오짱. 제게 오열하는 오이카와를 바라보던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그 초커를 걸면. 사랑받는다고 생각해? 카게야마.


짐승이 목줄을 건다고 해서 인간이 되나?


센티넬은 살인마랬어!!!



카게야마가 천천히 눈을 뜨며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저는 괴물이잖아요."



오이카와가 몸을 멈추었다. 오이카와는 그 말을 했던 사람을 알았다. 아. 제발. 카게야마. 오이카와가 피범벅이 된 카게야마의 몸을 붙들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좋아했어요."



죄송해요. 괴물이라도 좋아할 수는 있는 거잖아.


카게야마의 말에 오이카와가 눈을 감았다. 뺨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가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관계가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오이카와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젠 누군가를 차별함으로써 인해 안전했던 제 몸뚱아리가 미칠 듯이 혐오스러웠다. 너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거구나. 네가 나아졌다 해봤자 너의 깊은 마음 속에 자괴감까지 괜찮아진 건 아니였던 모양이다. 왜 그렇게 말하면서. 우냔 말이야. 울지마. 오이카와가 아픈 제 가슴 한쪽을 내려쳤다. 답답했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더 괴로웠다.


네가 죽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들.



"너가 왜 괴물이야."


".................알잖아요."



제어기의 불빛이 계속해서 반짝였다. 열여섯부터 네 목을 억죄어오던 이 목걸이는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이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걸까. 카게야마가 담담하게 눈을 감았다.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꺼야. 그건, 그리 만든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오이카와가 웃으며 카게야마의 목에 손을 올렸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바라보았다.



"풀어줄께."



안돼요. 제어기를 풀면. 카게야마의 말을 자른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오이카와의 얼굴은 눈물로 가득했다. 오이카와가 초커의 이음새를 붙들었다. 오이카와가 웃었다. 그리곤 툭하니 말을 내뱉었다. 나도 좋아하는 것 같아. 토비오짱.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가 눈물이 가득한 눈을 껌뻑였다. 아. 카게야마가 슬퍼했다.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하지마요. 나를 버리면 당신은 행복하잖아. 왜. 아름다운 파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뺨을 쓸어내렸다. 



"아니야.'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이마에 작게 키스했다. 서럽게 우는 카게야마를 품에 안고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달랬다. 있잖아. 토비오짱. 오이카와가 눈물 젖은 얼굴로 속삭였다.


내 세계를 바꾸어준 너 없이,



"이제 난 살 수 없어."



찰칵-


센티넬을 증오했던 오이카와의 손에 카게야마를 억죄던 세계가 부셔졌다.





*




목줄을 찬 짐승의 세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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