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의 외전입니다. 본편 안봐도 딱히 상관 없음. 이제 진짜 끝이닼ㅋㅋ

*원 썰: https://265085433872857.postype.com/post/653654/

*카게야마의 윗 세대, 센티넬들의 이야기 입니다. 

*키워드: 센티넬버스+ 주토피아 초커

*초커: 센티넬들을 제어하기 위해 만든 것, 심할 경우 센티넬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음.



목줄을 찬 짐승에게 주어지는 것.




아카아시를 처음 본 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이었다. 아카아시는 여자아이처럼 여리여리하지도, 약해보이지도, 그렇다고 아름답게 생긴 것도 아니였다. 그냥. 단지 눈길이 갔었다. 그냥. 그게 마치 운명인 것처럼. 보쿠토가 눈을 껌뻑거렸다. 단정한 아카아시의 눈이 유려하게 휘어진다. 마치 벚꽃잎이 흩날리는 것 마냥. 아카아시가 입을 열었다.



"당신의 가이드가 될, 아카아시 케이지입니다."


"...아...안녕."



꽃 같다. 보쿠토가 저를 감싸는 기운을 느끼며 그리 생각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난 따뜻한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 같이 벅차고 아름다운 향. 보쿠토가 머뭇거리다 아카아시를 바라보았다. 대학생이랬지. 아카아시는. 아카아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아. 예쁘다. 보쿠토가 웃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내 사람이구나. 보쿠토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보쿠토 코타로야."



너의 센티넬이 될 사람이야.




*



보쿠토는 아카아시를 사랑했다. 보쿠토는 마치 수줍은 새싹에게 꽃을 피워내라 부탁하는 따뜻한 햇살처럼, 아카아시의 마음을 열었다. 아카아시는 그런 보쿠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저를 맹목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저도 사랑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지. 보쿠토는 마치 태양같은 사람이다.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제 기운을 나누어 주어 이내 마음을 돌리게 하는, 그렇게 따뜻한 사람. 아카아시가 제 다리를 베고 누운 보쿠토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슬며시 웃었다. 그런 보쿠토의 품에는 어린 카게야마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



"아카아시상! 보쿠토상 자요!"


"쉿. 조용히."



아카아시의 말에 아직 오동통한 젓살이 남은 카게야마가 손가락을 올리며 아카아시의 말을 따라한다. 쉿. 카게야마가 눈을 껌뻑거리며 보쿠토의 품안에 파고든다. 어제 임무가 조금 고단했으니까. 보쿠토의 머리를 쓸어넘기던 아카아시가 쓰게 웃었다. 어제도 일반인을 구해주고 욕을 먹었었지. 센티넬의 인권은 갈수록 낮아졌다.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센티넬들을 부려먹는 건 당연해지니까. 카게야마도, 보쿠토처럼 될까.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목에 걸린 초커에 손을 올렸다. 이걸 착용하고부터, 차별이 심해졌지. 



"자유롭게 해드리고 싶어요."



아카아시가 웃었다. 눈동자에 맺힌 서글픈 슬픔이 동글동글, 맺혀 떨어진다. 저 어린 아이가, 똑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적어도 당신만은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손을 들어올렸다. 내가 아픈 건 괜찮아요. 아카아시는 센터 내 센티넬들을 아꼈다. 아직 초커도 착용하지 못한 카게야마도, 보쿠토도, 쿠로오와 코즈메도. 다 제 사람이라 여겼다. 세상에 알려진 센티넬들과는 달리 아카아시가 아는 센티넬들은 더 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푸르디 푸른 하늘, 하얀 구름. 파릇히 자라나는 나무들. 하지만, 센티넬들이 살기엔 아름 답지 않은 세상. 아카아시가 환하게 웃었다.



"언젠간, 그런 세상이 오기를."




*


*

*



보쿠토는 목줄을 찬 삶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센티넬이란게 본디 인간 취급 받긴 힘든 인간이었으니. 그래서 목을 차서, 인간의 짐승이 되면 아카아시와, 센터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으니까. 무시 당하는 것 쯤이야, 참을 수 있었다. 보쿠토가 일그러진 얼굴로 쓰러진 아카아시의 앞에 앉아 있었다. 코노하가 입을 열었다. 보쿠토, 하지만 보쿠토는 대답이 없었다. 아카아시가 파리한 안색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벚꽃이 만개했던 기운이 차츰, 차츰 시들어가는 나무 같았다. 왜 그러지. 그냥, 피곤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보쿠토가 입술을 깨물었다.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해. 아카아시가 너무 부탁을 해서."


"아카아시가 나 몰래 무언가를 하고 있던 거지. 코노하."



황금색의 눈동자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 하얗게 질린 아카아시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왜, 제가 아카아시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거지? 보쿠토는 차라리 제가 가이드이고 아카아시가 센티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 삶은 아카아시가 있어 조금 더 윤택해졌지만, 제가 아카아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잖아. 아무리 힘든 임무를 해도 아카아시가 웃어주면 행복했는데. 제가 이렇게 아픈 아카아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괴로움에 보쿠토가 얼굴을 아카아시의 손에 묻었다. 



"아카아시가 말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 같아서, 물어보지 않았어."


"........보쿠토."



아마, 니가 생각하는게 맞을꺼야.


코노하의 말에 보쿠토가 눈을 감았다. 아카아시는 가이드였다. 보쿠토의 가이드이지만 아카아시에게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다. 센티넬이 아닌 인간에게 접촉을 통해 가이딩을 할 경우 그 대상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래. 아카아시는 아주 미약하게지만 사람을 젊어지게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생명을 깍아내면서. 그래서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능력을 백방으로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센티넬들을 도구처럼 다루기 위해 인권을 격하시킨 그들을 알기에. 하지만 제가 아는 세계는 조금 더 지독했던 모양이다. 얼굴을 쓸어내린 보쿠토가 속에서 솟아오르는 괴로움에 버틸 수 없어 비명을 질렀다.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보쿠토의 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보..쿠토상."



아카아시가 손을 들어올렸다. 하얗게 질려 있었다. 싱그럽던 너의 기운이. 파들하게 말라 있었다. 아카아시가 웃고 있었다. 보쿠토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카아시. 힘들잖아. 가만히 있어.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마치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는 것 마냥.



"미워하지 마세요."



아카아시가 눈물 젖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세상을 미워하지 말아요. 제발. 저는 괜찮으니까. 



"뭐가 괜찮아? 아카아시."


"..보쿠토상."


"아카아시가 이렇게, 말라버리는 세상이 뭐가 괜찮아? 뭐를 미워하지 마?"



아카아시가 내 가이드가 아니였다면, 아카이시는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잖아. 보쿠토가 눈물 젖은 얼굴로 아카아시를 끌어안았다. 아프지마. 내사랑. 제발. 나랑 행복하게 살아줘. 아카아시가 쓰게 웃었다. 창백하게 질려가는 아카아시의 손이, 흩날리던 벚꽃같던 아카아시의 기운이. 흐릿해진다. 보쿠토가 오열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짐승 취급을 당해도 좋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임무를 나가도 괜찮아. 내가 죽어도 괜찮아. 욕을 먹어도 괜찮아. 싸늘해져가는 아카아시를 안은 보쿠토가 괴롭게 소리쳤다.


제발 내게서 아카아시를 뺏어가지는 말아줘.



"미안해요."



이런 당신을 두고 가서 미안해. 울부짓는 보쿠토의 눈을 어루만지던 아카아시가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온힘을 다해 피어나려는 꽃처럼. 시들었던 기운이 아카아시를 처음 만난 날, 그때처럼 향기롭게 피어난다. 아카아시가 입을 연다. 보쿠토가 듣고 싶어했던 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매일 매일, 해줄껄. 아카아시가 안타까움에 웃음을 지었다.



"사랑해요."



정말, 사랑했어요.



그리고.


고요히 아카아시가 눈을 감았다. 아카아시가 내뿜었던 봄 같은 기운이. 사라진다. 툭. 하고 떨어지는 아카아시의 손에 보쿠토가 멍하니 제 품 안에서 숨을 멎은 아카아시를 바라본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이름을 불렀다.



"아카아시. 아카아시. 일어나봐."


"..............."


"오늘 봄이야."



카게야마랑, 같이 벚꽃보러 가기로 했잖아. 보쿠토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카아시에게 사랑을 노래하던 보쿠토가 울고 있었다.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너를 만난 아름다운 봄이잖아. 보쿠토가 아직 온기가 남은 아카아시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고 울부짓었다. 고요히 잠든 아카아시의 얼굴에 보쿠토의 눈물이 떨어진다. 아. 괴로워. 괴로워. 너무나 미쳐버릴 것 같아.



"너를 만났던 봄이야, 아카아시."



보고싶을꺼야. 사랑하는 케이지.


희미하게 웃는 얼굴로 잠든 아카아시의 이마에 입맞춘 보쿠토가 애써, 눈물 젖은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


*

*




".........미안하네! 당장 센티넬에 대한!!!"


"..........."


"아아아악!!!!!!!!"



정치인의 머리를 터트린 보쿠토가 눈을 감았다. 더러운 피가 볼에 튄다. 미안해? 하지만 죽어버린 정치인은 보쿠토에게 무어가 입을 열수가 없었다. 온통 피로 가득한 의회의 모습에 보쿠토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카아시의 생명을 집어삼킨 사람들은 놀랄만큼 젊어보였다. 행복할까. 고작 그 젊음에 아카아시를 짓밟아야했나. 흉흉한 안광의 보쿠토가 검은 군복을 입은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보쿠토의 목에는 초커가 착용되어있었다.


초커를 차면 행복할 줄 알았다. 인간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생각했다.


보쿠토가 손에 묻은 피에 헛웃음을 토해냈다.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경찰과 군인 병력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서운 거야? 무서워서, 우릴 그렇게 짓밟았나. 보쿠토가 눈을 뜨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행복했을까? 그들은. 우리가 차별받음으로써 세워진 이 세계에서 행복했나. 센티넬은 사랑을 할 줄 알았다. 센티넬도 슬퍼할 줄 알았다. 만약 그게 잘못된 거라면 인간들은 모조리 죽어야하는 건가. 가이드를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은 걸까. 짐승에게는? 초커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의회를 습격한게 저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지랄 같은 놈들. 보쿠토가 피묻은 손으로 초커를 잡았다.



"아카아시, 미안해."



아름다운 세계였다. 센티넬들이 죽어나가면서, 차별당하면서 만들어진 세계는. 하지만 센티넬들에게는 관대하지 않은 세계.  아카아시는 용서하라 했던 세계.



나.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카아시를 그렇게 만든 이 세계를.



서글픈 얼굴의 보쿠토가 목에 쥐어진 초커를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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