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도, 그 어느것도 하지 않지만 야할 수 있습니다.

*피폐한 느낌입니다. 근데 학생이야. 응?





처음 입안에 머금은 사랑은 독했다.


사랑니

X오이카게 전력

 






오늘은 이른 여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오이카와의 앞에 온통 젖어버린 카게야마가 서있었다. 자신의 타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버거운 아이마냥. 가쁜 숨을 내쉬는 아이가 입을 열었다.



"좋아합니다. 오이카와상."



다른 날의 너는 참, 무던한 아이었다. 푸른 바다같기도 하고 하얀 눈 같기도 했다.  바다에 돌멩이를 던져보았자 파도가 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을 덮어버리는 하얀 눈처럼, 너는 무던한 아이었다.  그럼에도 너는 세상이 질투할 만큼 온갖 빛을 머금었다가 어쩔때는 그 빛을 모두 뱉어내기도 했다. 마치 알약을 삼키기 버거운 아이같이. 오이카와가 무던히 까만 빛을 머금은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시리디 시린 푸른 빛이었다.  오늘의 넌. 카게야마의 파란 눈이 오이카와의 갈색 눈동자와 교차된다. 진득한 눈길로 저를 바라본다. 사랑이란 것을 처음 겪어본 열병의 아이처럼. 뜨겁게 불타오르다 금세 식어버릴 것이 분명한 사랑이라. 오이카와가 비웃음을 토해냈다.



"좋아한다고 나를?"



제 말에 아이의 얼굴이 서러움에 일그러진다. 서러운 모양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아? 토비오쨩. 너와 나의 거리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어. 나는 첫사랑을 깨달은 너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우리에게 풋풋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뒤덮여진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뱀이 아담에게 선물한 사과와도 같았다. 오이카와가 우산 아래 젖어버린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열망에 가득한 눈동자가 저를 마주한다. 속에 있는 어두운 무언가마저 발가벗겨질 듯한 뜨거운 눈동자로 너는 나를 마주했다. 아. 이런 느낌인걸까? 수치스러움을 처음 깨달은 이브와 아담은.



"왜 나를 좋아하는 건데?"


".........모르겠습니다."



그냥. 좋아해요.


소년의 눈에서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언제나 고요했던 바다같은 눈동자가 흔들린다. 오이카와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저 웃음이 나왔다.  우리의 관계는 애증으로 가득했다. 빛으로 가득찬 너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절망해버렸던 이카루스였던 자신. 그리고 너는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 하지만 인공으로 만든 날개를 가지고 날아올라봤자 날개를 잃고 떨어져내릴 것이 분명한 저와 달리. 오이카와가 눈을 감았다. 긴장에 몸이 굳은 네가 나를 향해 눈을 올린다. 아. 나는 너를 절망시키고 싶은 걸까? 내가 겪은 어둠을 모두 겪어보게 싶어하고 싶은 걸까. 추악하게 숨겨왔던 무언가가 가득 차올랐다.



"나는 토비오쨩을 미워하진 않아."


"..........."



오히려 싫어하는 걸까? 오이카와가 눈을 게슴츠래 떴다.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리고 있었다. 뜨거운 초여름의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랏빛 우산 사이로 온 몸이 젖어버린 열일곱의 소년이 사랑을 구걸했다. 애달은 소년이 사랑을 애원했다. 나는 이런 관계의 우대를 원했던건가. 이상하게 차오르는 만족감에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손에 쥐어진 우산이 미끄러진다. 그리고 그 우산을 잡은 카게야마의 손. 생각보다 작은 소년의 손에 오이카와가 물끄러미 소년의 손을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것 같기도해."



오이카와가 무덤덤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알 수 없는 오이카와의 말에 카게야마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 오이카와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빗소리에 삼켜져버린 세상의 소리에 카게야마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네, 모르겠습니다. 아이의 눈은 제법이나 서글펐다. 오이카와가 우산을 쥐지 않은 손으로 카게야마의 젖어버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적막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은 골목, 내리는 비. 그리고 어둑어둑한 하늘. 세상의 빛을 가득 머금을 수 있는 너에게는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 이젠 아이의 눈이 눈물을 머금은 건지, 비를 머금은 건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오이카와가 손을 들어올려 카게야마의 얼굴을 조심스래 잡아쥐었다. 울고 있구나. 너. 그 와중에 붉어진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이브가 베어물었던 사과마냥 붉은 과실이. 오이카와가 손을 올려 카게야마의 입술을 매만졌다. 그리곤 따스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래 벌렸다. 차가워진 공기 사이로 뜨거운 카게야마의 숨결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기다란 손가락이 깊은 입맞춤처럼 입안을 헤집는다. 빗소리도, 그 무엇도 아득해진다. 입맞춤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데, 세상이 아득해졌다. 오이카와의 손가락에 질척한 무언가가 감싸진다. 야살스러웠다. 눈물을 머금한 눈이 오이카와를 향하자 차갑다고 생각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뜨겁게 변했다. 마치 열락에 들뜬 소년처럼. 손가락이 고르게 자란 치열을 훑었다. 그 손은 입천장을 건들이기도 했다.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오이카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카게야마가 버거운 숨에 켁켁거리며 기침을 하지만, 오이카와는 무던히 카게야마의 입안을 메만졌다. 같이 우산을 잡고 있던 카게야마의 손이 오이카와의 손목을 붙들었다. 하지만 소년은 입안을 헤집는 손을 말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오이카와의 손가락이 치열의 끝에 다다르고 나서야, 움직임이 멈춘다. 강제적으로 벌어진 입가에서 타액이 흘러내렸다. 손에 쥐어진 우산이 바닥을 향했다. 빗소리는 여전했고, 습기가 가득한 공기가 차가운 것도 여전했다. 내리는 빗방울에 눈 앞이 흐렸다. 제게 사랑을 고백한 소년은 울고 있었다.  우산이 없어 함께 젖어버린 오이카와가 소년의 열락에 대한 만족감으로 속삭였다.



"사랑니가 났구나?"



벌어진 입안에서 뾰족뾰족한 사랑니가 붉그죽죽한 잇몸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사랑니를 어루만졌다. 마치 소년의 달뜬 첫사랑처럼 아프게. 원래 첫사랑이란 그런거란다. 토비오쨩. 이카와가 비웃듯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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