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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니카게] 도원경 1

환상 속의 너를 위해.

*장편입니다.

*사극풍 초능력물 

*빅스의 도원경에서 영감을 얻은 글입니다.

*세계관이 조금 복잡합니다!




도원경(桃源境)





도원경.


도원경은 마치 꿈꿀 수 없는 천국과도 같은 걸까. 쿠니미가 눈을 게슴츠래 떴다. 펄럭이는 검푸른빛의 도포가 하늘을 향해 흩날린다. 오이카와가 팔짱을 끼고 쿠니미를 바라보았다. 건물 주위를 빙 둘러싼 경찰 병력과 특수부대들. 귀찮게 되었는 걸.  나른한 얼굴의 쿠니미가 손에 부채를 내려쳤다. 


탁!-


부채를 내려치자 건물을 감싸기 시작하는 어둠. 쿠니미가 익숙한 듯 그 연기를 바라보았다. 연기는 하늘을 가렸다. 그리곤 환한 해가 떠오른 하늘을 밤하늘로 뒤바꾸어버린다. 야금야금 어둠은 사람들을 잠식한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제 능력 '도원경'은 한 없이 아름다웠다. 성인이 열반의 경지에 이르러야 볼 수 있던 피안의 세계가 마치 이와 같을까.  복숭아 꽃이 피어난다. 단단한 대지는 시린 보랏빛의 물로 변하고, 하늘에는 수 많은 별들이 떠오른다.



"갈까."



쿠니미가 입을 열며 부채를 내밀자 하늘을 날던 검은 빛의 나비가 부채 위로 내려 앉는다. 도원경은 마치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 알려져 있었다. 보지 못했던 수 천가지의 아름다운 꽃들과 동물들로 가득한 세상. 속세의 모든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상을 선사하는 황홀한 풍경. 그렇기에 제 능력은 더 끔찍할지도 몰랐다. 쿠니미가 검은 나비를 따라 도원경의 안을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바위 위에 세워진 누각이 보였다. 쿠니미가 물위를 걸어 누각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자 테러범으로 보이는 남자가 복면을 집어던지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더 없이나 행복하게 느껴졌다. 고마워. 사랑해,  쿠니미가 비웃었다. 누구에게 말하는건지, 눈 앞에 아무도 없는데. 남자는 허공을 향해 오열했다. 다른 테러범은 계속 웃었다. 


도원경은 환각을 보여준다. 사실 쿠니미가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능력 범위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추억과, 마치 찬란할 것 같은 미래의 환상을 보여주는 것. 깨어나면 미치도록 절망스러운 그 단잠을 맛보게 해주는 것 그 뿐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그 환상에 손쉽게 망가지고 괴로워 했다. 건드린건 그저 행복한 기억 하나였는데.



"도원경이라, 속은 지옥과 다름없네."



쿠니미의 혼잣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검은 나비가 날개짓을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아름답긴 했다. 능력의 주인인 제가 보더라도. 검푸른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과, 떨어져내릴것 같은 수 많은 별들. 피어난 복숭아꽃 과, 뛰어도는 동물들.  누각의 난간 위에 잠시 앉아 그들을 바라보던 쿠니미가 걸음을 옮겼다. 저 정도면, 어차피 도원경에서 깨어나도 도망가지 못할 것 같다. 오히려 제게 그 환상을 보여 달라 구걸하면 구걸했지. 이 정도면 임무는 달성했다고 봐도 되겠네. 도원경을 깨기 위해 쿠니미가 누각에서 내려왔다.  발목의 물이 찰박였다. 그리고 제 어깨 위에 앉아있던 검은 나비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



지금. 무슨? 검은 나비는 도원경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유일한 도구였다. 마치 천국 같은 곳에 유일하게 남은 이성. 쿠니미가 얼굴을 찌푸리곤 나비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자칫하다가는 저까지도 도원경에 휘말릴 수 있었다. 찰박, 찰박. 나비는 복숭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도원경의 화원에서 조용히 내려 앉았다. 쿠니미가 걸음을 옮겼다. 나비들이 많았다.


그리고.


복숭아 꽃 사이, 마치 고운 꽃처럼 잠이 든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



까만 머리칼이 복숭아꽃 위에 흐트러졌다. 소년의 주위에서 피어오른 새빨간 동백이 소년을 감싼다. 나비들은 소년의 주위에 앉아 날개짓을 반복한다. 마치 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도원경 속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마냥. 마치 황량한 사막에 피어난 꽃 같아 그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만지고 싶다. 그저 닿았으면 좋겠다. 이 소년에 제 도원경 안의 어떤 환상이던지, 그저 닿고 싶었다. 결국 쿠니미가 손을 뻗어 소년의 머리칼을 건드렸다.


그리고, 고요했던 수면 위로 물 한방울이 떨어진다.


소년이 쿠니미의 손길에 눈을 떴다. 눈커풀 사이로 들어나는 새파란 눈동자가 쿠니미의 눈동자와 마주한다. 소년의 눈동자는 지독하도록 푸른 빛이었다. 마치 이 도원경에 가득한 푸른 빛의 연못처럼.  작은 물방울의 파동이 도원경을 감싼다. 쿠니미의 도원경이 소년의 눈맞춤에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그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부서지듯 바스라진다. 사람들이 오열했다.  실체가 없는 아름다움은, 모두 번뇌. 그 허황된 번뇌를 모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건, 쿠니미가 바스라지는 도원경의 조각을 손에 쥐고 속삭였다.



"피안(彼岸)의 선인."



카게야마의 파란 동공에는 열반(涅槃)의 문양이 가득했다.




*열반: 불도를 완전하게 이루어 일체의 번뇌를 해탈한 최고의 경지.

*피안: 열반을 통해 갈 수 있는 세계. (속세와 반대)



*


*


*





"피안의 선인이라고?"



하얀 도복을 입은 오이카와가 저고리를 만지작거렸다. 흠. 그럼 인질극의 목표는, 돈을 받아내는게 아니라. 피안의 선인을 데리고 튀는 거였다?  오이카와의 말에 쿠니미가 열중셔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채를 깔딱거리던 오이카와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피안의 선인이면, 정부에서 그런 연락이 내려온 것도 이해가 가네."



선인.


손쉽게 말하면 초능력자, 조금 더 어려운 말로 하자면 인간의 경계에서 조금 벗어난 자들. 도교와 불교를 바탕으로 능력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쿠니미는 신선들의 세계를 뜻하는 도원경 능력을 가지고 있고 오이카와는 불교에서 불의 신인 화천(火天)의 능력 가지고 있다. 하지만 피안의 선인이라면, 일반적인 선인들과 얘기는 달랐다.



"소령님. 피안의 선인이 뭡니까?"



서류를 정리하던 킨다이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오이카와가 웃으며 대답했다.



"피안, 열반에 이르러야 도달할 수 있는 갈 수 있는 해탈의 경지를 말해. 그 곳에선 그 어떤 번뇌도 없어."


"......예?"


"아직 어려운 말이려나."


"번뇌는 선인들의 능력을 담당하고 있는 가장 큰 축이야."



쿠니미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번뇌란 무릇 욕망. 욕망은 할수록 괴로워지는 것. 그러나 그것이 있기에 사람들은 살아간다. 선인들의 능력도 마찬가지. 어떠한 욕망을 바탕으로 능력이 생성된다. 만약, 그 욕망에서 벗어나 해탈한다면? 오이카와가 턱을 괴며 덧붙였다.



"신선이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선인은, 그저 인간이 되겠지."


"............그럼."


"그래, 피안의 선인은 선인들의 능력을 무효화, 혹은 제거한다."



제거하는 경우는 특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말이야. 오이카와사 서류를 넘기며 카게야마의 신원을 확인하다 입을 열었다.



"아직 능력 조절이 미숙하다고 하니, 쿠니미쨩이 맡아."


".......예?"


"쿠니미쨩이 우리 중에서 유일하게 정신계열 능력이니까. 이와쨩이나 킨다이치는 그런거 영 꽝이잖아?"



피안이란건 제 도원경과는 다릅니다만? 당황한 얼굴로 쿠니미가 오이카와에게 반박하자 오이카와는 그저 웃었다. 그래도. 쿠니미쨩이 맡아.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피안과 도원경,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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