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유어 달링 AU 이나 전혀 다릅니다. 왜냐면 안봤기 때문.

*천재시인의 뮤즈와 X 천재시인

*오이카와에게 집착하는 고모 겸 교수가 있습니다.(트라우마가 상당함)

*문체 연습용(가독성이 좀 어려운 문체)

*근본없는 기승전결이라 좀 창피함






Kill Your Darlings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해?"


"............."



카게야마가 벽과 그 사이에 제 자신을 가둔 이를 올려다보았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의 그가 제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너도 날 잘 모르겠다. 그치? 그가 끊임없이 속삭였다. 절망스러워. 괴롭다. 차라리 사약을 마시는게 더 달콤할지도 몰라. 오이카와가 수려한 얼굴로 카게야마를 향해 미소 지었다. 손은 성급히 옷을 벗겨내리고 있었다.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카게야마의 쇄골에 닿는다. 마치 처음 맛본 금단의 열매처럼. 달디 달았다. 카펫조차 없는 메마른 바닥에 반 나신이 된 인영이 섞여들어간다. 버클이 풀어진다. 그 사이 비밀스런 피부를 어루만진다. 카게야마가 열락에 신음을 내뱉었다. 오이카..와상. 오이카와는 미친 듯이 여러 구절을 읊었다. 그가 제일 동경하고 혐오하는 책들의. 수많은 메모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리어왕, 어린 왕자, 햄릿. 그리고,


환상을 좇는 돈키호테.



"똑바른 자는 미쳐버린다고 하지."


"....미치고.. 흐읏.. 싶습니까?.."


"세르반테스는 자기 자신을 투영했을 뿐이야. 온통 거짓 투성인 세상에 꿈꾸는 사람이라. 그야말로 미친짓인거 아니겠어?"



세상이 미친건지 내가 미친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지.  안 그래 토비오쨩? 좆같아. 오이카와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 랭보도 좆같네는 자주 썼으니까. 난 아마 새로운 랭보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문학계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오이카와가 속삭이며 헛웃음을 토해냈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잖아? 오래된 시의 규칙성에 목을 매는 한심한 인간들이란. 한참을 키득거리던 오이카와가 파란 카게야마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너는 언제나 그랬지. 오이카와가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카게야마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결 좋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어진다. 어지러이 흩어진 시집들과 찢어진 서적들 사이. 낡아버린 책상. 오래된 만년필. 쏟아진 잉크병. 울고 있는 오이카와. 카게야마가 눈을 감았다.  달뜬 열락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다. 제 몸을 헤집는 손길과, 따스한 입술에. 그저 단지. 슬펐을 뿐이다. 시인은 애써 치밀어오르는 열락들을 뒤로한 채 구절을 읊었다.



"..시인...은 지금도 말하노라."


"........."


"그대가 꺾었던 꽃을 ..찾으러 왔노라고."



덤덤한 카게야마의 목소리가 방안에 울러펴졌다. 시인은 시의 구절을 내뱉었다. 억눌렸던 감정을 담아, 격하게 소리쳤다. 아 아름다운 오필리아. 비련하게 죽은 햄릿의 어머니. 왠지 당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더없이나 사랑스러운 당신과. 세상에서 도망친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주머니에 들은 10달러의 지폐. 오래된 만년필과 글을 적을 수 있는 종이 뿐. 제 연인과 세상에서 떠나길 맹세했던 시인이 가진 것이라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시인은 행복했다. 제 뮤즈인 당신이 있기에. 그러나 당신은 행복하지 않겠지.



"....오이카와상은, 언제쯤 제게서 행복할까요?"



카게야마가 슬픈 얼굴로 말을 내뱉었다. 오이카와가 잠시 카게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몸을 섞고, 카게야마가 미친듯이 적어내리는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세상에서 도망친 그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도, 하지만 입맞춤은 없던 관계. 키스란, 아마 당신의 최후의 발악이겠지.  카게야마가 쓰게 웃었다. 오이카와가 아무말 없이 카게야마의 가슴께에 입맞추며 속삭였다. 미소는 더없이나 아름다웠다. 오이카와가 절망스런 얼굴로 웃는다.



"네 연인을 죽여."



그때 난 아주 미칠 듯이 행복할꺼야.


마치 처음, 당신에게 반했던 그때처럼.




*


*

*




갓 재능을 피우던 스물. 전공 수업도, 틀에 박힌 글자들은 지루하게만 느껴졌었다. 흔해빠진 구절들. 익숙해지지 않는 형태들. 머리 속을 뒤덮는 글자들과 달리 써내려지는 글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유일하게 예외었던 이가 있었다. 바로 당신. 지금 내 눈앞에서 망가진 당신.


피가 묻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를 향해 환히 웃었다. 오래된 것들이 가득한 교수실 안. 오이카와가 쓰러진 교수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리고 더없이나 행복한 얼굴로 제게 입을 연다. 나는 이제 자유로워진거야. 토비오쨩. 너덜너덜해진 여인의 시체가 보였다. 오이카와에게 집착하던 고모이자 교수. 당신이 그녀에게 받은 상처는 더 없이나 크다는 걸 알고 있기에 카게야마는 차마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이카와의 갈색 눈이 차갑게 가라앉아있었다. 죽어버린 그녀의 모습에 그는 몹시도 홀가분해 보였다. 어지럽게 펼쳐진 책들. 어지러운 책상 사이로 마치, 그녀의 피가 잉크라도 되는 것 마냥 흩뿌려져 있었다. 구역질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강에 버리고 싶어."


"....어느 강에 버릴까요?"


"영국에 가보고 싶은데. 영국은 어때? 토비오짱?"


"오이카와상."



저도 그도, 우린 항상 메말라 있었다. 무언가를 적어내고 싶어 목이 말라있었다. 그런 제게 글감을 주었던 것은 당신. 낡아빠진 형식을 찢어버리고 마음이 가는대로 글을 쓴다. 그건 당신이 가르쳐 줬던 것. 카게야마가 아무말 없이 피 범벅이 된 오이카와의 손을 쥐었다. 그리고 손을 제 뺨 위로 올린다. 죽어버린 그녀의 피가 카게야마를 적셨다. 메마른 노예에게 주어진 붉은 빛의 와인처럼. 카게야마가 슬피 웃었다. 검은 머리칼이 흐트러진다. 시인은 일그러진 얼굴로 시를 읊었다.  내가 시를 읊는 건지, 억눌러진 당신이 내뱉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감정은 격해졌다.



"나는 운명이 두렵지 않습니다."



카게야마의 파란 눈에, 알 수 없는 눈물이 맺혔다. 교수의 시체를 가방에 담던 오이카와가 고개를 돌려 카게야마를 바라보았다. 카게야마는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감정을 억누른 구절을 내뱉었다. 



"내게는 세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당신이 내 세계이기에.


그 곳이 어떠한 곳이든 따라가려 합니다.



'토비오쨩은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니까요.'



흐트러진 침대. 그 위에서 처음 사랑 아닌 사랑을 고백하던 날들. 어쩌면 우리에게 사랑은 사치인 것일지도 몰랐다. 한없이 공허한 자신과 채워줄 수 없는 당신. 아마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걸지도 몰라. 괴로워하는 오이카와를 참을 수 없던 카게야마가 이내 치솟는 서러움에 눈물을 쏟아냈다. 아. 아. 난 당신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그가 나를 바라본다. 모르겠다. 그저 발가벗겨진 것처럼 외롭다. 부끄럽고 외로워. 이게 내 감정인지, 당신의 감정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오열하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애써 사랑을 외쳐도 바라보지 않는 이를 향해.



"사랑해요."


"......토비오"



이제 난, 망가진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더 이상 없어.


카게야마가 서럽게 울음을 토해냈다.




*


*

*




빛 바랜 종이. 쏟아진 잉크. 먼지가 앉은 만년필. 사랑을 나누던 침대. 좋아하던 구절들이 빼곡하게 적힌 벽. 그들이 아지트로 삼았던 낡은 다락방에는 자욱한 먼지만이 가득했다. 카게야마가 이제 햇빛에 삭아들어가는 의자에 앉아 창문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기어코 족쇄를 풀어냈다. 당신에게 집착하던 여자를 죽임으로써 당신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앞날은 조금 행복할꺼라 미약한 기대를 했다. 하지만.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났다.


손에 쥐어진 만년필의 잉크는 이미 말라버린지 오래. 손을 뻗어 종이를 뒤적거렸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건 없었다. 그저 당신이 좋아하거나 내가 좋아했던 구절을 적었던 종이만이 가득히 펼쳐져 있을 뿐.  당신은 끝까지 내게 매몰찼다. 하지만 슬프진 않았다. 당신은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당신이 나의 뮤즈가 될 수 있던 거겠지. 나의 세계, 나의 태양. 당신의 죄를 모두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저 궁금했다.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카게야마가 몸을 일으켜 창문의 커튼을 젖혔다. 반쯤 가려졌던 창문에 들어난다. 그리고. 카게야마의 파란 동공이 흔들리다 이내 눈물이 그렁하게 차올랐다. 창문에 태양을 가린 작은 메모지. 아주 오랫동안 빛을 받아 닳아버린 종이와 당신의 정갈한 필체. 먼지가 앉은 창문 사이 덧그려진 낙서.


[사랑했어.]


하지만. 나는 자유롭고 싶었어.


'세상이 미친건지 내가 미친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지.'


[네 연인을 죽여.]

Kill Your Darlings


'그때 난 아주 미칠 듯이 행복할꺼야. 토비오쨩.'


[사랑해.]



인적이 사라진 다락방에서 카게야마가 몸을 웅크리며 눈을 감았다. 바닥에는 동그란 얼룩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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