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가 보고싶었다.

*조커와 할리퀸이나 이미지만 차용합니다. 마블보다는 정상적인 조커인데 좀..음 그래도 또라이.

*스토리는 마블과 좀 다릅니다.

*영원히 삼각으로 갈 듯.

*영산이 성격:  눈새+할리퀸.

*고어+성폭력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Villain




입술에 물린 마리화나가 잘근잘근 씹힌다. 하아. 감옥 안에 뿌옇게 차오르는 연기에 카게야마가 흐릿해진 눈동자로 천장을 응시했다. 이건 이렇게 피는거야. 담배처럼 종이에 말아 제게 처음 마약을 건내던 그가 떠올랐다. 토비오쨩은 제법 귀엽구나. 카게야마가 멍해진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아. 보고싶다. 



'정말? 정말 나를 사랑하는거야?'



정말 그건 네 의지야? 내가 잠깐 잘해줘서 그런건 아니고? 난 고담의 왕이나 다름없잖아. 토비오짱. 새하얗게 질린 제 얼굴을 보고 키득거리던 그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내 권력과, 공포 중에 그 어느 것이 탐이 나니. 짓이겨진 시체를 밟고 있던 그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두려워했으면 진즉에 도망쳤지 않았을까. 피를 덮어쓴 어릴 적의 제가 그를 바라본다. 그는 다정하게 제 머리칼을 넘겼다. 제 앞에서 수 십명을 눈 깜빡하지 않고 죽인 사람이었으나 그는 제게 다정했다. 아니. 정말 다정했어?


마리화나의 향이 아리게 피어올랐다. 이건 꿈일까. 현재일까. 소년이 기괴하게 웃었다. 아니. 환상일지도? 카게야마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 의사 덕분인지. 기분은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안되겠어. 카게야마가 의료실에서 훔친 마리화나를 다시 짓이겨 담배처럼 만들었다. 하아. 담배가 입에 물려지고 나서야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환상은 그가 다시 내게로 찾아온 모습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사랑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오이카와상.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도.


평소처럼 다정히 그에게 입을 맞췄다. 마약에 홀려 그의 옷 안을 더듬었다. 몸이 안달난 것 같다. 이러다가 한 대 맞는거 아냐? 카게야마가 입맞추며 키득거렸다. 지나친 결벽증의 그를 알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오이카와는 덤덤했다. 응? 뭐야. 그가 입을 열었다. 정신차려. 외과의. 오이카와의 말투가 이상했다. 카게야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상. 말투 이상해요. 왜 그래? 정신 나갔어? 



"외과의."


".....?"



오이카와상이 아니네? 카게야마가 멍청하게 입을 열었다. 손에 들린 마리화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욕설을 내뱉은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손목을 잡아 쥐며 인상을 찡그렸다. 둘의 입술 사이로 길게 타액이 늘어진다. 아니 약은 언제 한거야? 아. 카게야마가 눈을 게슴츠래 뜨고는 그제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음. 나 약 했었지. 남은 담배가 타들어간다. 마리화나를 섞은 담배의 향이 감옥 안에 자욱했다. 쿠니미가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정식으로 처방해준다고 했을텐데."


"기다리기 싫어."


".........외과의.말 좀 들어."



쿠니미가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 화가 난 모양이었다. 뭐 어쩔꺼야.  말 들었으면 여기 잡혀있지 않았겠지. 투덜거리는 카게야마의 모습에 쿠니미가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마리화나는 어디서 얻었어? 음? 이거. 카게야마가 침대 밑을 뒤적거리다가 익숙한 누군가의 보안카드를 꺼냈다. 시발. 킨다이치. 쿠니미가 욕설을 내뱉으면서 카게야마의 손에서 보안카드를 가져왔다. 아니. 그 멍청이는. 쿠니미가 인상을 찌푸리며 카게야마를 바라봐았다. 카게야마가 멀뚱히 대답했다.



"혹시 그 사람 혼나? 의료실에 있는 걸로 약하는 것도 안돼?"


"지금 말이라고 해?"


"미안하다고 전해줘. 이제 가만히 있을께. 알약인 마리화나는 싫지만."


"넌 나갈 생각이 있긴 한거냐?"


"지금은 없는데. 문제 있어?"



삼시 세끼 밥도 주고, 헤로인은 아니지만 마리화나도 주는 곳인데? 사람을 못 죽이는 건 좀 아쉽네. 카게야마가 정말 의아하다는 듯히 대답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정말 순수한 대답이었다. 미친 새끼. 쿠니미가 욕설을 읍조렸다. 카게야마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쿠니미의 차갑게 식은 눈빛이 카게야마를 훑었다. 그리고 키스로 인해 부풀어오른 카게야마의 입술이 보였다. 아 젠장. 쿠니미가 아까 저를 덮치던 카게야마를 떠올리곤 욕설을 내뱉었다. 카게야마가 물었다.



"왜 또 키스하고 싶어? 선생님? 오이카와상은 아니지만 또 해줄 의향은 있어."


"외과의. 상담하러 온거니까 닥치고 앉아."


"응? 나랑 상담하려는 이유가 뭐야? 볼일 없다더니."



일단은 너에 대해 궁금하니까. 쿠니미의 말에 카게야마가 침대 위에 아빠 다리를 한 체 눈을 껌뻑였다. 음. 처음 듣는 대답인걸. 카게야마가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쿠니미가 서류파일을 든 체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다. 아직 감옥 안에는 미약하게나마 마리화나 향이 가득했다.



"좋아하는 건 뭐야."


"죽은 지 20분 된 시체. 해부하기 좋은 상태지."


"......그런거 말고. 음식이나 취미 같은거."


"취미는 해부인데?"


"......음식은?"


"음식은 오이카와상이 해주는거 좋아해."


"조커가 요리를 잘하나봐?"



응. 카게야마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커 이야기만 나오면 천진난만해지는 카게야마의 모습에 쿠니미가 미묘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조커가 외과의에게서 차지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큰 모양이었다. 상담이라는 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싫어하는 건? 손을 까딱거리던 쿠니미가 입을 열었다. 카게야마가 쇠창살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선생님이 어제 했던 말."


"........그럼 더 묻고 싶어지는데?"


"그렇게 궁금해?"



카게야마가 쿠니미의 얼굴로 손을 올렸다. 아까는 선생님 진짜 오이카와상 같았는데. 손가락으로 쿠니미의 입술을 쓸어내린 카게야마가 웃으며 되물었다. 농염한 손길과 다르게 카게야마의 얼굴은 더없이나 순진했다. 쿠니미가 가라앉는 눈동자로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카게야마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입가에는 미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내 질문에 대답하면, 나도 대답해줄께.



"선생님은 왜 이 아캄 수용소에 있어?"



아캄 수용소. 이 곳의 의사들은 다른 병원에서 엄두도 못낼 정도의 어마어마한 돈과 권력을 누렸다. 고담시의 빌런들을 수용하는 곳이자, 그들과 내통해 엉망진창으로 변한 곳. 최근 정부의 노력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그 본질이 어디 갈리는 없었다. 쿠니미 역시 그 소문을 알고 있었지만 들어왔던 의사들 중 하나. 카게야마가 웃으며 덧붙였다.



"도망치고 싶었던 거야?"



무엇에서? 쿠니미는 대답이 없었다. 카게야마가 웃음을 터트리며 쿠니미를 향해 몸을 옮겼다. 쿠니미의 얼굴 앞에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 거리. 카게야마의 손이 쿠니미의 얼굴을 다정히 쓸어내렸다. 이내 단정한 카게야마의 얼굴이 이 세상에 더는 없을 요부의 얼굴처럼 변했다. 카게야마의 눈을 응시하던 쿠니미가 아무말 없이 눈을 감았다.


선생님. 우리 또 키스할래? 


숨막힐 것 같은 정적 사이로 카게야마가 속삭였다.




*




끝없는 나락이었다. 홀아비와 저.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을 고하던 아비. 끔찍했다. 발가벗겨진 몸으로 카게야마가 제 앞에 죽어버린 아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 정액 범벅으로 변해버린 몸이 끔찍히도 싫었다. 죽어버려. 아버지. 머리를 한 없이 망치로 내리치고 있으니 저를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오이카와상.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머리를 쓸어넘긴 단정한 미남자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방안에 기대있었다. 정장 주머니에 끼워진 조커 카드가, 어렴풋이 그가 조커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을 뿐. 남자가 흥얼거리듯 말을 내뱉었다.



"흐응~죽어버렸네."


"................"


"어때. 첫 살인의 기분은?"



카게야마가 흐리멍텅해진 눈동자로 오이카와를 응시했다. 손에 쥐어진 나무 망치를 천천히 놓았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 짓이겨진 시체 위에 붉은 망치가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파란 눈동자를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두 뺨을 적셨다. 오이카와가 손을 뻗어 카게야마의 눈물을 닦아냈다. 왜 슬퍼? 토비오쨩. 죽었잖아? 그럼 끝나는 거야.



"죽이지 않았으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구?"


"............하지..만."


"이제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무덤덤해질꺼야."



오이카와가 웃었다. ..뭐가요? 정신이 산산조각 나버린 카게야마가 흐릿하게 물었다. 사람 죽이는 거. 뭘 당연한 걸 물어. 토비오쨩. 태연하게 웃던 그는 제게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제 목을 졸랐다. 숨이 가빴다. 사랑하지? 그럼 참아. 이제 너는 네 사랑을 내게 증명하면 되는 거야. 이제 갓 열일곱이 된 제 몸에 비해 커다란 그의 손이 여린 목을 억죄인다. 이 남자가 제 목을 죄는 이유를 당체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제 사랑이었으니. 하얀 정장이 지독하게 어울리는 그가 천사처럼 웃었다. 나 사랑한다며.  토비오쨩. 산소가 부족해지고 눈 앞이 어질하게 변했지만 오이카와는 멈추지 않았다.



"내가 미쳤잖아."



토비오쨩 응?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은 카게야마를 향해 오이카와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너도 미쳐버려."




*


*

*




"미쳤군."


"사랑하는 사람이 미친사람이라서, 나도 미친 것 뿐이야."



왜? 문제 있어? 쿠니미의 입술에 입맞추며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카게야마가 대답했다. 지랄하네. 쿠니미가 욕설을 내뱉으며 카게야마를 밀어냈다. 애써 그렇게 입을 열었건만 더러워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외과의. 쿠니미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약에 몽롱해진 카게야마는 흐릿하게 천창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어느 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리셋을 당한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멀쩡하진 않았다. 그렇구나. 조커 하나로 정신을 붙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리셋이 완벽하게 성공해서 또 다른 조커가 되었다던지. 하. 어떻게 생각하든 미친 사랑인건 변하지 않았다. 쿠니미가 감옥의 문을 다시 닫고는 연구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페이스에 말려 상담을 진행할 여력은 없었다. 정신차리자. 그러나 이내 또 다시, 제게 웃음짓던 카게야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러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마리화나의 향이, 금세 아득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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