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사극, 삼각관계, 왕의남자.
*집착공 오이카와. 아무것도 모르는 카게야마, 죽지 않기 위해 광대짓을 해야하는 쿠니미. 그리고 어머니를 잃고 미쳐버린 황제.
*왕의 남자 기반이나, 나라나 설정은 조금씩 바꿀 예정입니다!

*잔인함 주의!


[광희(光熙)제 12년,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광희(光熙)제 오이카와 토오루를 폐위시키다.]


나 여기있고, 너 거기있지.




"맛있어!!!"



히나타가 한상 가득히 차려진 음식을 우걱우걱 집어넣기 바빴다. 대단하다. 카게야마가 질린듯이 히나타와 킨다이치를 바라보았다. 저는 아까 시체를 적나라하게 보았던 탓인지 속이 좋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막힌듯한 가슴께를 만지작거리다 얇게 저며진 고기 한점을 입에 집어넣었다. 평소라면 신나하며 먹었을 음식들이 거북하게만 느껴졌다.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비단옷도 그 모든 것이 거북했다. 그리고. 광기에 어린 황제의 눈동자. 웃고 있었지. 그 음식들 사이로 머리가 굴러가는데도, 그는 웃고 있었어.



"우욱."


"......카게야마?"



킨다이치가 밥을 허겁지겁 먹다 말고 구역질을 하는 카게야마를 붙들었다. 괜찮아? 카게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히나타가 카게야마의 눈치를 살피며 고기를 주섬주섬 입에 집어넣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쿠니미가 거하게 차려진 한상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앞으로 우리 궁에 머물게 될 것 같아."


"...에이! 설마."


"녹봉 형식으로 일정량의 돈도 준단다."


"진짜?"



킨다이치가 눈을 크게 뜨다 금새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그럼 고향에 있는 어머니께 집 한채도 지어드릴 수 있을까? 킨다이치가 카게야마에게 물었다. 카게야마는 고개를 으쓱했다. 나는 모르지.  쿠니미가 방안에 들어와 의자에 걸터 앉으며 눈을 깜빡였다. 다들 행복한 꿈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쿠니미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히나타가 닭다리를 뜯어먹으며 소리쳤다. 나는 맘껏 고기들을 먹을꺼야. 카게야마도 그 생각에는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쿠니미가 그런 카게야마의 안색을 살피다 입을 열었다.



"괜찮아?"


"...아마 괜찮아."


".....거짓말."



쿠니미가 카게야마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카게야마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 시선을 피했다.승상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운이 좋은거라 했다. 그러나 황제가 변덕스럽기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는 사람 죽는 것은 일도 아니라 생각했건만. 쿠니미가 쓰게 웃었다. 밥을 조금 뒤적거리던 카게야마가 식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잠시 바깥공기를 쐬고 올께. 카게야마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카게야마가 음식을 그만 먹는 것은 드문일이라 히나타와 킨다이치가 눈을 깜빡이며 카게야마를 응시했다. 괜찮아? 카게야마? 게슴츠레 묻는 히나타는 결국 킨다이치에게 머리를 한대 쥐어박히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눈치 좀 챙겨라! 카게야마가 데려온 아이 아니랄까봐!"


"흐앜! 카게야마군 보다는 제가 눈치가 더 빠르거든?!! 락교!!"



왁자지껄한 둘의 소리를 뒤로한테 방을 나선 카게야마가 걸음을 옮겼다. 쿠니미의 당부도 있고 하니 그리 멀리는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눈을 감자 또 다시 시체가 굴러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속이 도통 좋지를 않았다. 굶주린지 3주가 넘어, 멀쩡히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차라리,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광대짓을 하던 때가 더 행복한 것 같았다. 궐에 잡혀들어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카게야마가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기둥을 매만지다 털썩 주저 앉았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곳은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닌가봐."


".........쿠니미."


"내일 아마 또 한판 벌여야 하는데 괜찮겠어?"


"사실 잘 모르겠어."


"그때 기억나?"


"뭘."



장터에 사주보러 갔을때 말이야. 들고나온 술을 휘적거리던 쿠니미가 벌컥. 한 모금을 삼켰다. 그때 뭐라고 했더라. 카게야마의 사주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황제하고도 붙어먹을 상이라 하였던가. 쿠니미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동자로 저를 바라보는 카게야마를 향해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같이 다닌지 몇년이지?



"열한살부터, 같이 다니기 시작했으니."


"........."


"10년이 아닐까?"


'카게야마를 부탁할께. 쿠니미.'



하얀 머리칼이 쓰러진다. 피로 가득하고. 저는 울부짓는 카게야마의 입을 틀어막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그곳은 마치 이 궐처럼 화려한 곳이었다. 카게야마가 기억하지 못는 어린날의 과거는. 그리하여 이런 운명을 걷는건지도 몰랐다. 쿠니미가 무덤덤히 카게야마의 손을 제 뺨 위에 올려놓았다. 온기가 따스했다.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을 정도로. 카게야마가 의아한 눈동자로 쿠니미를 올려다보았다. 파란 눈동자가 마치 하늘을 머금은 보석같이 빛났다. 



"카게야마."


"........응."


"토비오."


".......왜 자꾸 부르는거야?"


"어디있어?"



쿠니미가 카게야마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쿠니미의 눈은 고요했다. 오로지 카게야마만을 응시하는 쿠니미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말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라 카게야마가 애써 웃었다.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궐? 너의 앞? 이 곳이 거북스럽고 금방이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여긴 아직 우리가 머물러 있는 곳이었다. 언제 죽을지 몰라도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 쿠니미는 혹시 불안한 걸까. 잘 모르겠다. 쓰게 웃으며 카게야마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다.



"나 여기있고,너 거기있지."



난 어디가지 않아. 왜 그리 불안해 하니. 카게야마는 끝내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켰다.




*


*

*




"광대를 궐에 두시다니! 아니되옵니다! 폐하."


"......"


"............폐하! 제발 소신의 청을 들어주시옵서서!!! 선조들이 땅을 치고 노할 일이옵니다!"



시끄럽네. 오이카와가 옥좌에 반쯤 기대어 자신의 귀를 시끄럽게 하는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제가 앉혀논 승상인 마츠카와는 아무말이 없었다. 그게 어디야. 오이카와가 귀를 후비적거리다 어제 술에 취해 제가 죽여버린 재상의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저기는 누구주냐. 아. 



"재상은 맛키..아니 하나마키 타카히로로 한다."


"폐하!!"


"........태사."



오이카와가 비명을 지르는 태사를 빤히 바라보며 소리쳤다. 시끄러워. 으르렁거리는 오이카와의 말에 태사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낮게 가라앉은 황제의 눈빛이 태사를 향했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던 오이카와가 궁녀에게서 술을 받아들며 입을 열었다.



"태사, 올해 연세가 몇이지요?"


".....고희(70대)이옵니다. 폐하."


"살만큼 사셨군요. 태사."



태사가 몸을 움찔거렸다. 오이카와가 슬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더 살고싶으시면 입을 놀리지마세요. 아랫도리 놀리기도 바쁜 나이 아닙니까. 태사."


".........."



진정으로 그리할 것을 알기에 태사는 입을 다물었다. 조용해진 좌중을 둘러본 오이카와가 입을 열었다. 오늘의 안건은 끝난게지요. 그럼 회의를 종료할테니 어서들 가세요. 오이카와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꼴도보기 싫으니 어서 가시라구요."


"......"


"시발. 안가?!!!"



오이카와가 짜증내며 소리치자 놀란 대신들이 황급히 후다닥 어전을 나간다. 시끄러운 것들. 욕설을 내뱉은 오이카와가 턱을 괴며 아직까지 남아있는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왜 맛층. 할 말이 남았나?"


".........음. 그 소년은 마음에 드시옵니까. 폐하."


"아아."



걔?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들이켰다.  겁에 질려있던 파란 눈동자를 떠올리던 오이카와가 키득거렸다. 제 어미를 닮은 눈동자를 하고선, 어찌 제게 보여주는 모습은 공포에 질린 눈동자인지. 술잔을 내려놓고는 술상을 툭툭치며 내시와 궁녀들을 내보냈다. 남은건, 마츠카와와 황제인 오이카와 뿐.



"광대놀음을 보라한건, 맛층이지?"


"예. 폐하."


"알고 있었나봐. 파란색 눈이라는 걸."



마츠카와가 입을 다물었다. 오이카와가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뭘 원해? 내가 돌아가길 원해? 옛날로? 아니면 내 눈앞을 가리길 원해? 오이카와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다 이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릎까지 내려치며 광소하는 꼴이 미친 사람이 따로 없었으나 마츠카와는 고요했다. 허탈한 듯 오이카와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천장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아바마마!!! 제발!!!!'


"이미 늦었어. 맛층."



어린 제가 오열한다. 이 곳은 피로 젖어들어간다.  어미의 피. 어미의 피. 그리고 어미의 목. 



'태자의 눈을 가려라.'


"다 늦었다고. 마츠카와."



 오이카와가 단상에서 내려오며 입을 열었다. 마츠카와의 앞까지 이른 오이카와에게선 술냄새가 가득했다. 폐하. 마츠카와가 입을 열었다. 오이카와가 마츠카와의 앞에서 입꼬리를 올렸다. 



"후회해?"



마츠카와가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가 그 꼴이 우습다는 듯 비웃다 술병을 던진다. 퍽- 마츠카와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술병으로 마츠카와의 머리를 내려친 오이카와가 입을 비틀었다. 마츠카와의 눈 앞이 피로 흥건했다. 술병은 부서지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마츠카와의 어깨를 쿡쿡 찌르며 비아냥거렸다.



"이제와서, 용서를 구하지 말란 말이다. 응?"


'잇세이 제발!!! 어마마마를 한번만 살려줘!!! 제발.'



어린 오이카와가 오열한다. 마츠카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오이카와의 눈을 가렸다. 그러니까. 아. 젠장. 마츠카와가 천천히 눈을 뜨자 울고 있는 황제가 보였다. 그 모습이 어린 날의 황제와 겹쳐진다. 마츠카와가 일그러진 얼굴로 웃었다. 피비린내가 났지만 이건 평생 용서를 빌어도 모자란 일이었다. 마츠카와가 고개를 숙여 무릎을 꿇었다. 폐하. 마츠카와가 오이카와를 불렀지만 오이카와는 대답이 없었다.



"맛층."


"....."


"왜 이제와서 내가 멀쩡하기를 바라지. 다들?"



응?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이제 어찌 해야할지 모르겠는걸. 너도 꺼져. 제발!!!! 오이카와가 등을 돌린체 소리쳤다. 마츠카와가 어전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마저 나간 어전은 고요하디 고요했다. 외롭고도. 외로웠다. 아. 또 다시 어미의 죽음이 반복된다. 죽어간다. 어머니. 아 어머니. 파란 눈동자가 빛을 잃어간다.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카락이 아비에 의해 피로 물들었다. 끔찍한 기억이 이 곳에 가득했다. 오이카와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 외로운 황좌에 앉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니 환각으로 가득한가? 오이카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문득,


오이카와는 떠올렸다. 가면에 가려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파란 눈의 광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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